

자유 연재 | 글링
나는 좋은 아빠가 아니었다. 주어진 두 번째 기회... 모든 것을 바로잡겠다.
1화.
“안 돼애애애!!”
잔해로 무너진 집터.
S급 헌터 강철민은 무릎을 꿇었다.
핏물에 젖어 질척이는 흙바닥, 산산조각 난 가구, 녹아내린 유리창.
눈앞의 광경이 현실임을 부정하려는 듯, 초점 없는 눈동자가 허공을 헤맸다.
피투성이가 된 채 축 늘어진 젊은 남성의 시신.
그건… 철민의 아들, 강한성이었다.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비었다.
얄궂게도 방금 전까지 고위 마수들과 혈전을 벌이고 왔음에도 불구하고, 수년간 마수와 싸우며 단련된 본능이 먼저 반응했는데.
‘주변 위협 요소는? 생존자는? 상황 파악부터 해야….’
그러나 참혹하게 변한 아들의 모습 앞에서, 강철 같던 철민의 멘탈도 이내 무너져 내렸다.
“한성아….”
철민은 망연한 목소리로 이름을 부르며 입술을 깨물었다. 비릿한 피 맛이 입 안에 퍼졌다. 통제하려 애썼지만, 몸의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어쩌다… 이렇게 됐어.”
의식을 잃고 쓰러진 아내, 팔에 자상을 입고 공포에 질린 딸. 살아남은 가족 역시 이 끔찍한 참극을 설명해주지는 못했다.
그때, 부하 한 명이 다가와 무언가를 내밀었다.
“대, 대장님… 정찰 드론 영상입니다. 강한성 씨의… 아드님의 마지막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철민은 굳은 표정으로 영상기를 받았다. 차갑게 식은 기계의 감촉이 그의 떨리는 손에 전해졌다.
“…….”
플레이 버튼을 누르자, 익숙한 집의 낡은 거실 풍경과 함께, 홀로 마수들에 맞서는 한성의 모습이 나타났다. 아들의 모습은 익숙하면서도 너무나 낯설었다.
마수 셋을 상대로 한성인 필사적으로 버텼다.
서투른 방어 자세와 위태로운 움직임. 피투성이가 되었지만, 한성의 눈빛엔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의가 가득 차 있었다.
“더는 안 돼, 제발… 얼른 도망쳐!”
영상을 보던 철민이 저도 모르게 외쳤다. 그러나 영상 속 한성은 물러서지 않았다.
뒤편, 부서진 가구 아래 어머니와 여동생이 숨어 있었다.
한성이 지켜야 할 세상의 전부… 소중한 저 둘을 위해, 그는 기꺼이 죽음을 선택했다.
철민은 스스로 가슴팍을 때렸다.
“한성아… 내가, 이 애비라는 작자가! 너에 대해 이렇게나 몰랐구나.”
거칠어지는 호흡, 무너지는 자세.
사투 속에서 죽어가는 한성의 기술 안엔 분명히, 용기와 투지가 깃들어 있었다.
철민 자신이 가르치려 했으나 그러지 못했던… 아니, 평생 알아보지도 못했던 아들의 ‘진정한’ 헌터로서의 자질이었다.
“난 대체… 이런 아이한테 무슨 짓을 했던 거야.”
철민은 깨달았다,
자기가 얼마나 나쁜 아빠였는지를. 부성이라는 명목하에 아들의 어깨에 얼마나 무거운 짐을 지웠고, 가혹하게 채찍질했는지를.
이윽고 8분.
아들의 최후가 담긴 영상이 끝났을 때, 강철민은 더 이상 참지 못했다. 통곡에 가까운 울음이 터져 나왔다.
“미안하다, 한성아. 아빠가… 아빠가 정말 미안해.”
나는 틀렸다. 이토록 용감하고 훌륭한 아들에게, 아버지로서 해준 게 아무것도 없다.
그저 ‘실패자’로 몰아세우고, 아들의 따뜻한 심성을 ‘나약함’이라 치부하며 내쫓듯이 대했을 뿐이었다.
이런 철민의 오판과 과오가, 아들의 주검 앞에서 송두리째 허물어져 내렸다.
* * *
한성이가 목숨을 걸고 지켜준 덕에, 아내와 딸은 죽지 않았다. 그러나 철민은 분노로 눈이 돌아간 뒤였다.
감히 내 아들을… 찢어 죽일 놈들…!
사건 직후, 헌터들에 의해 마수 대부분은 토벌되었다. 하지만 세 마리는 현장을 벗어나 여전히 잡히지 않았다.
“프라임 급 2마리, 그림자 속 등급 불명의 1마리… 반드시 찾을 거다.”
철민은 베테랑 헌터로서 직감했다.
마지막 순간, 한성이에게 치명상을 가했던 마수들, 그리고 뒤에서 도사리고 있던 한 마리.
이번 습격의 원흉이 그림자 속 마수라는 사실을.
가만히 뒤에서 구경하는 듯 보여도, 이 정체불명의 존재가 막강한 프라임 마수를 둘씩이나 조종하는 게 분명했다.
철민은 길드에 보고한 뒤, 특별 레이드 반을 꾸리자고 강하게 건의했다. 그러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자네 마음이야 알지. 하지만 우리 입장에선 수지타산이 안 맞아서 말이야.”
“수지타산…? 내가 지금껏 길드를 위해 해준 게 얼만데!”
“정체 확인도 안 된 마수를 쫓느라 소중한 S급 인력을 동원할 수는 없지. 미안해, 철민 헌터.”
씨발 됐다.
원수는 내 손으로 죽여버리면 그만이야.
철민은 침을 탁 뱉고는 길드 문을 걸어 나섰다.
그날부로 강철민은 계속해서 돌아다녔다.
말 그대로 쉬지 않고, 낮이고 밤이고 끼니도 걸러 가며 아들을 죽인 마수들을 찾아 나섰다.
분노의 추적은 몇 달가량 이어졌다. 와중에 가위 손톱을 가진 마수와 무쇠 턱 마수를 잡아 죽이는 데 성공했다.
마침내, 온몸이 그림자로 덮인 최후의 존재도 찾아냈다.
“너, 어째서 우리 한성이를 죽였지?”
“…….”
“용서 못 해, 네놈만은 기필코!”
하지만 분노에 사로잡혔던 나날이 철민의 발목을 잡았다. 이미 몸과 마음이 타다 남은 재처럼 부스러지기 일보 직전이었고, 그런 상태로 전투가 잘 될 리 없었다.
스걱-.
몇 차례의 공방 끝에, 철민은 낫 같은 무언가에 경동맥을 잘리고 말았다. 피가 분수처럼 뿜어졌고 온몸의 힘이 빠졌다.
‘이렇게 죽는구나. 한성이 복수도 못 하고… 원통하다.’
서서히 의식이 멀어지는 가운데, 거칠게 쉰 음성이 들렸다.
“참으로 아이러니하고 또 우습군.”
그림자 속 마수가 이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죽은 아들을 위해서는 이토록 분노하는 아비가, 정작 그 아들이 살아있을 때는… 누구보다 무심히 외면하고 상처입히지 않았나.”
‘뭐라고.’
“심지어 지금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 한낱 복수라는 감정에 눈멀어, 정작 소중한 이들을 또 방치해버렸으니.”
2025.11.13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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