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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배신자에게, 키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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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넷베리
1화무료 1화

자유 연재 | 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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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었던 남편의 외도를 목격했다. 그것도 불편한 대학 후배와 현장에서 함께. “어, 어떻게 이런…….” 그러나 뒤집힌 속을 추스를 새조차 없이 신이수는 그 자리에서 발이 묶이고. “나랑 하는 건 어때요?” “그게 무슨…….” “선배가 원하는 거라면 뭐든.” 남편의 덫에 꼼짝없이 걸린 그녀에게 새카맣게 욕망이 일렁이는 눈을 하고선 남자, 주제형이 제안한다. “이렇게 계속 당하고만 있는 건, 선배 성미에 안 맞는 거 내가 뻔히 아니까요.” 그와 함께 틀어잡은 복수의 총구, 과연 어떤 결말을 겨냥하게 될까? #복수 #계략남 #유혹남 #상처녀 #외유내강

공모전 참여작#로맨스#현대#복수#조직/암흑가#드라마#동료/케미#계략캐#외유내강#상처녀#계략남#유혹남#존댓말남

“자, 직접 봐요.”


신이수는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다. 바짝 굳어 눈을 굴리는데 대학 후배의 낮고 느른한 목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기껏 여기까지 왔잖아요, 당신 눈으로 보고 싶어서.”


쿵, 쿵, 쿵, 북처럼 세차게 두들기는 심장 소리와 함께.

그렇잖아도 현실감이 사라져 가는 머릿속에 내려앉는다. 말도 안 돼, 온몸을 지탱하던 그녀의 양다리에 힘이 쭉 빠졌다. 손도 발도 뻣뻣했다.


손바닥보다 조금 작게 열린 대문 너머로부터 살짝씩 들려오는 남편의 밀어, 여자의 억눌린 신음, 살과 살이 맞닿으면서 나는 적나라한 소리까지 그들이 나란히 선 비상계단이 끝나는 지점의 복도까지 새어 나오고 있었다.


“어, 어떻게 이런…….”


믿기지 않는 현실이었다. 이수는 굳어버린 혀를 간신히 움직였고 아파트 비상계단 마지막 칸에서 멈췄던 발이 겨우 한 발 더 움직여졌다.


소리 죽여 신음하던 그녀는 비틀거리다 소리 없이 방화문을 짚고 섰다. 냉기가 얼음장 같다. 뼛속까지 파고 들어오는 차가움에 손가락이 반사적으로 곱아 들었다.


“이런 게 첫 결혼기념일에 할 만한 짓거리는 아닌 것 같은데. 안 그런가.”


소리 낮춰 이어진 후배의 목소리가 결정타였고, 머리가 새하얗게 됐다.


“말도 안 돼.”


남편에게는 캠퍼스 안에서 열린 가을 학회 행사에 참석하느라 늦는다고, 아까 미리 문자를 남겨두었다.

그럼 9시는 넘어서 오는 거겠다고, 재차 그녀의 동선과 귀가 시간을 확인하려는 듯한 말이 어쩐지 이상하게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일 거라며 넘기던 참이었다. 바쁘게 행사에 참여하느라 깊게 생각할 틈도 없었다.


‘오랜만이에요, 선배.’


그러나 후배 제형과의 조우는 애써 묻어두려고 했던 낌새를 상기시켰고, 네가 여길 왜 왔냐는 그녀의 물음에도 그는 대답 대신 흘끗 시간을 확인하더니, 대뜸 손을 내려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


이게 갑자기 무슨, 그러나 이수는 언성을 높이는 대신 얼른 주위부터 빠르게 살폈다. 아는 사람들이 가득한 이 학회장에서 소란을 피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갑자기 무슨 일 때문에 이러는진 모르겠지만, 일단 이거 좀 놔.’


침착하게 커다란 손바닥 안에 잡힌 손목을 빼려는데, 그러는 사이에 학회 참석자들의 사각지대를 찾아내어 이수에게 좀 더 가까워진 후배가 그녀의 귓가에 한 마디를 귀띔했다.


‘선배 남편, 지금 어디에 있을 것 같아요?’


뭐? 되물으려는 그녀에게 후배는 휴대폰을 들어 화면을 보여주었고, 시리게 빛을 내뿜는 사진 하나가 이수의 눈에 담겼다. 반사적으로 동공이 커졌다.


남편의 사진이었다.

익숙한 인물, 익숙한 공간. 그러나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내용물.

사진 안에 찍힌 장소는 다른 곳도 아니고 신혼집 아파트였다. 거길 그녀가 모르는 낯선 여자의 허리를 감싼 채 들어가기 직전인 남편의 뒷모습이라니.


‘남편은 오늘, 회식이라고…….’


말끝이 흐려지는 찰나 이수의 시야가 흔들리더니 심한 현기증이 일었다. 저항하려던 그녀의 온몸에서 힘이 빠졌고, 미세하게 비틀대는 이수를 내려보던 그가 자연스럽게 그녀를 감싸며 학회장 지하 주차장 쪽을 짧게 눈짓했다.


그와 함께 가서 확인해보겠냐는 제안에 이수는 거부할 수 없었다. 이게 덫, 내지는 미끼, 혹은 그조차 못 되는 질 나쁜 무언가처럼 느껴졌으나 다른 수가 없었다. 사진 같은 건 얼마든지 조작할 수 있으니 믿을 수 없다.


내 두 눈으로 직접 보기 전엔.


현관에 나동그라진 낯선 여자의 하이힐과 남편의 구두.


살짝 열린 아파트 현관문 너머로 들여다보이는 기막힌 광경에 잠시 머무르던 남자의 건조한 시선이 다시 이수에게로 향했다.


지금은 오후 7시 37분. 밤이라기엔 아직 다소 이른 시간이었고, 어두운 아파트 복도 센서 등은 사람의 움직임을 감지해서 빛을 내고 있었다.


센서 범위는 엘리베이터 앞 몇 미터 정도니 만에 하나 현장에서 이수의 남편에게 들킬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그들은 신혼집 세 층 아래에서 내려 계단으로 올라왔다.


여기서 몇 발짝쯤 더 가서 센서 범위로 들어가 불이 켜지면 그대로 들킬 수도 있었기에 크게 움직이거나 할 수는 없다. 정신을 차려야 해.


빠르게 상황을 되짚고 균형을 잃었던 몸을 다시 일으키려는 이수를 보자 다물려 있던 입술이 조금 비틀린다.


“신혼은 뜨겁다던데.”

“…….”

“확실히 그런 것 같네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하필 네게, 이런 꼴을 들키다니, 핑 도는 시야까지 그녀를 비웃어 대는 것 같았다.


이수는 눈을 질끈 감았다 떴고, 잠깐 사이에 제형이 덜덜 떨리기 시작한 그녀의 어깨를 감쌌다. 두 몸이 어두운 비상 계단에서 숨 죽인 채 맞붙었다. 차게 식은 몸에 닿아오는 사람의 온기가 잔인하게 느껴져서 양손에 힘이 들어갔다. 인상을 쓴 이수는 그녀를 감싼 손을 탁, 쳐냈다.


“뭘 원해.”


그 바람에 급하게 오느라 그대로 들고 왔던 학회 안내 책자가 와락 구겨졌으나, 이미 꼭지가 돌았다. 팽팽하게 당겨진 신경줄은 끊어지기 직전이었다.


“나한테 원하는 게 뭐냐고.”


세상에 조건 없는 호의란 없었다. 그러니 뭔진 모르겠지만 이 제형에게도 결혼한 지 갓 1년 된 신혼부부에게 끼어들어 오지랖을 부리는 이유가 있을 거다.


납득이 어려운 상황이라 이유가 필요했다. 납득 가능한 이유. 하다못해 조소라도. 비웃고 싶어 여기까지 데려온 거냐고 물은 것이었으나 제형은 저지할 새 없이 그녀의 손을 잡아 감싸더니 검지를 혀를 내어 핥았다.


“무슨…….”


당혹스러운 접촉이었다. 손톱 아래 붉게 맺혔던 핏방울이 말끔히 그의 입안으로 사라진다. 그제야 이수는 방금 책자 끄트머리에 손가락 끝을 베였단 걸 눈치챘다.


“혹시 남편분 사랑해요?”

“뭐?”

“아니면 예전에 내가 했던 제안, 아직 유효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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