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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들 다 황제 아니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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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랑한 꼬막🐷
1화무료 1화

자유 연재 | 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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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에 잘못된 황제를 선택해서 죽임을 당한 아리안느 리브렐. 어쩌다 얻은 인생 2회차에는 가늘고 길-게 살아보려고 한다. 근데 다들 왜 자꾸 들러붙고 이래?

공모전 참여작#로맨스#판타지#로맨스판타지#복수#회귀#달달물#로코물



캄캄한 밤, 여자는 복도에 있는 수많은 방문 중 하나를 열었다.

문고리에서는 오래된 소리가 났다.

열린 문 안 역시 캄캄한 어둠이 자리하고 있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여자는 벽을 더듬으며 방 안으로 들어갔다. 손끝에 감각을 집중하면서 탁자 위의 성냥을 찾았다.

가느다란 나무막대를 쥐고 성냥 상자의 옆을 거칠게 긁었다.


칙-소리가 나면서 작은 불이 붙었다.

여자는 그 작은 불로 방 여기저기에 있는 초에 불을 붙였다. 그제야 방 안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아리안느 리브렐은 달이 비치는 커다란 창가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리고 손을 모아들고 고개를 숙였다.

 


“오늘도 무사히 보내게 해주신 여신 엘로디아께-”



하루가 너무 길었다.

성녀 후보생이라는 이름은 허울뿐이었다.


아리안느는 오늘 하루 동안 한 일을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새벽 다섯 시부터 일어나 기도하고 오전 여섯 시 반에는 신도들을 위한 식사를 배식했다.

 


“이봐, 고기는 없어?”

“좀 먹을만한 것을 내오지 그래.”

 


아리안느에게 음식이 변변치 않다고 투정 부리는 신도를 볼 때마다 국자를 집어 던지고 뛰쳐나가고 싶었다.

허울뿐인 성녀 후보생이라는 이름이 간신히 그녀를 말렸다.

 

배식이 끝나고 나면 신전을 청소했다.

‘온통 하얀색뿐인 신전에 얼룩 하나 없는 건 후보생들 덕이지.’

아리안느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성녀 후보생이라는 위치에 좋은 건 하나도 없었다.

그녀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파르르 치를 떨었다.

 


‘성녀 후보생 같은 거, 때려치우자.’

 


그 순간이었다. 아리안느가 곱게 모은 두 손에 빛이 모이기 시작했다.

감은 눈앞이 환해지자 아리안느가 눈을 떴다.

빛은 점점 더 커지더니 손등에 익숙한 문양을 만들고 사라졌다.


아리안느의 입이 아연하게 벌어졌다.

 


“망했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무언가 뒤통수를 세게 후려쳤다. 눈앞이 점점 흐려지며 어둠속으로 빠져들었다.

 

 

“녀님...성녀님.”

“네, 네?”



아리안느는 화들짝 놀라서 자신을 부른 사람을 봤다.


이 사람은...

주름진 얼굴과 하얗게 센 머리를 한 그는 대신관이었다.

 


“대...신관님.”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아리안느는 대신관이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 지금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의문을 해결하지도 못한 채 아리안느는 단상 위로 향했다.

단상 아래의 의자에, 자신은 감히 쳐다도 보지 못할 인물들이 앉아 있었다.

귀족들은 물론이고 현 황제와 황후, 황자들이 자신만을 쳐다보고 있었다.

 

이게 뭐야....

 

아리안느는 단상의 뒤로 도망치고 싶었다.

입이 바짝 말라 연신 마른침을 삼켰다.

그런데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는 당황스러운 눈으로 아래를 보았다.

흰색 드레스가 바닥까지 길게 흘러내리고 있어서 발끝이 보이지 않았다.

 

대신관을 부르려고 입을 열려던 순간이었다.

고개가 정면을 향해 돌아갔다.

자신의 의지가 아니었다.


혼란스러운 눈으로 모인 사람들을 정신없이 훑어보던 아리안느의 입에서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나왔다.

 


“여신께서 지목하신 다음 황제는, 세자르 드 에르발트. 제 1황자가 될 것이다.”

 


단상 아래에 앉은 황제는 아무런 표정이 없었고, 황비는 양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감격한 표정을 지었다.

제1황자는 주변의 축하를 받느라 정신이 없어 보였다.


그 중, 제 3황자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세스티안 드 베로니아.’

 


의외로 권력에 욕심이 있었나?

그의 표정은 그녀를 원망하는 표정 같기도 하고, 화가 난 표정 같기도 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세스티안에게서 눈길을 떼지 못했다.


점점 주변이 더워지기 시작했다.

열감이 피부를 타고 올라 팔과 다리에 화끈한 느낌이 들었다.

아리안느가 그 감각에 놀라 3황자로부터 눈을 거둬갔을 때였다.

 


장소가 변해 있었다.

자신은 시가지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눈이 바쁘게 주변을 살폈다.

건물들은 무너져 내렸고, 시체가 여기저기 널려있었다.

 


“아리안느!”



누군가 그녀의 손목을 잡아챘다.

그녀의 눈에 파란색 눈동자가 먼저 들어왔다.

 


“정신 차리고 따라와요!”



그는 아리안느를 잃어버리지 않겠다는 듯, 손목을 강하게 움켜쥐고 앞으로 향했다.

비틀비틀 남자가 이끄는 대로 앞으로 향했다.



“조금만 더 가면 돼요. 조금만 참아요.”



남자는 연신 아리안느를 격려하고 달랬다.



“아리안느, 제발...”


나, 이 사람 어디선가 본 적이 있어.

어디서 봤었지?


어디선가 본 듯 눈에 익은 남자를 떠올리려 눈썹 사이를 좁히고 있을 때였다.


다리가 멈췄다.

남자는 앞으로 향하고 있는데, 자신은 멈췄다.

앞서가던 남자가 이상함을 눈치채고 뒤로 돌았다.



“아리안느!!”



아리안느의 몸이 아래로 허물어졌다.

남자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더니 손목을 놓고 그녀의 앞으로 와 무릎을 꿇었다.


그는 어쩔 줄 모르는 사람처럼 괜찮다고 중얼거리더니 그녀를 끌어안았다.

남자의 눈가가 발갛게 물들더니 물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아리안느, 정신 좀 차려봐요.”



손을 바르르 떨면서 연신 그녀의 얼굴을 매만지던 그의 앞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아리안느는 흐려지는 촛점을 잡으려 애썼다.


그녀는 그 그림자의 주인을 알았다.

그녀가 황제로 지목한 1황자였다.


세자르 드 베르니아.



“미안하게도.”



세자르는 웃음기 띈 목소리로 사과를 건넸다.

그리고 어깨를 으쓱였다.



“이제는 성녀가 필요 없거든. 안됐어, 아리안느.”



그녀를 끌어안은 남자의 몸에 힘이 들어가는 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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