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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 삭제 회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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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깎는 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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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연재 | 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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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은 존재하지 않는 것을 존재한다고 믿게 만드는 가장 완벽한 거짓말이다. 난 그 허상 하나를 하루에 단 하나 지워낼 수 있다. 이유? 내 세계를 망가뜨리고 가족을 산산이 부순 그에게 복수하기 위해서다.

공모전 참여작#현대판타지#서양풍#기억상실#성장물#복수#차원이동#동료/케미#헌터#냉정남

“개념”이란 건, 존재하지 않는 것을 존재한다고 믿게 만드는 가장 완벽한 거짓말이다.

7만 년 전, 인지혁명이란 것을 통해 사람들은 공통의 허상을 믿는 법을 배웠고-

우린 태어날 때부터 수천, 수만 가지의 개념 속에서 살아가게 된다.


빛, 시간, 언어, 신, 정의, 사랑, 구원- 그 어떤 것도 실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모두가 그것을 믿는다. 그 믿음이 모여 세상이 된다.


그리고... 나는 그 믿음을 지워버릴 수 있다.

누군가의 능력을, 누군가의 감정을, 누군가의 “세상”을.


하루에 단 한 번, 단 하나의 개념을 삭제한다.

삭제가 시작되면 24시간 동안, 그 개념은 세계에서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이 내가 “계약을 통한 회귀”를 통해 얻은 능력이었다.

왜 이런 능력이 내게 발현했는지, 수많은 능력 중 『이 능력』이 부여된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단 하나의 사실과 목표만은 또렷이 기억난다.

나의 세계선은 ##에 의해 종말을 맞이했다.


그리고 모두의 염원을 담은 수명을 대가로

지금, 여기 나는 돌아왔다.

나의 세계가 종말을 맞이하기 전으로.

이번에는 절대 같은 결말을 허락하지 않는다.

반드시 막는다.

그리고 내 가족의 삶을 파괴한 ##에게 반드시 복수한다.


“우리를 구해줘…” “ 너무 아파…” “세상이 멸망할 것이야!!”


계약이 성립된 마지막 순간, 수많은 목소리가 내 귀를 파고들었다.

그리고 나는 눈을 떴다.

모든 것을 되돌릴 세계선에서.

 

내 능력을 처음 자각한 것은-

우연이었다.

역겨운 경험의 우연.


술에 취해 비틀거리던 난봉꾼이 도로 한복판에 토사물을 쏟아냈다.

그 역겨운 냄새, 축축하게 번진 액체.

그 끈적한 소리.

그 모든 게 갑자기 참을 수 없을 만큼 혐오스러웠다.


“……차라리 내 시력이 없더라면.”


그 순간, 나는 그렇게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그리고, 세상이 꺼졌다.

눈앞이 캄캄했다.

단순한 어둠이 아니었다.

마치- ‘시력’이라는 개념 자체가 사라진 어둠.


눈은 멀쩡했다.

하지만 ‘본다’라는 행위가, ‘본다’라는 감각이,

나에게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느오오옷-!! 눈, 눈이- 보이지않아… 마치 팔꿈치를 통해 세상을 보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시각’이 느껴지지 않아!!”


그때 깨달았다 나의 기묘한 힘을.

이건 단순한 실명이 아니라, ‘하쿠쇼 레이의 시력’이라는 개념이 사라진 세계였다는 걸.

 

능력을 자각하게 된 나는-

민간 사설 치안 조직 “안도국”에 취직했다.


“아니… 굳이 따지자면 재취직이 맞는 말일까.”


안도국.

정부의 공안과 비슷한 결의 임무를 하지만-

공안의 일은 안도국에 비하자면 “아이들 소꿉놀이”다.


법? 법 따위는 안도국이란 문을 넘어선 후부터 의미를 상실한다.

범죄자들에게 있어 안도국은 법 위의 근원적인 공포 그 자체니까.


이런 형태의 회사는 거의 불법이지만-

정부는 이를 암묵적으로 허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안도국이 정부도 건드리지 못하는 나라의 가장 꼭대기에 앉아 있는 존재들이 설립했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있다.


우리는 그들을 “천좌”라고 부른다.

세상의 꼭대기에 앉은 자들.

그럼에도 죽음을 두려워하는 자들.

그들은 항상 베일에 싸여있다.

얼굴도, 이름도, 목소리마저 알려진 것이 없다.

나 또한 아는 정보는 다르지 않았다.


이전 세계선에서 안도국에서 오래 일했지만, 그들에 대하여 아는 건 하나뿐…

그들이 죽기를 죽기보다 무서워한다는 것.

어쩌면 안도국이란 세계평화 따위를 위해 설립된 것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목적 따위는 상관없다.

그들이 세계를 지탱하는 마지막 희망이기 때문이다.

안도국이 없었다면 지금보다 100배는 더 세계가 엉망이었을 것이다.

그곳의 일원이라는 점에서, 난 이곳에 기묘한 자부심마저 들었다.


무엇보다도 돈을 잘 벌린다.

물론 나는 돈이 목적이 아니다…!

하지만 일반 대기업 사원의 초봉을 월급으로 받는 이곳.

나의 자부심을 따위로 치부할 정도로 많은 이들의 꿈 꾸는 자리가 되었다.

 

“안도국은 실력 우선 주의야.”

“너희가 전에 무슨 일을 했던, 인성이 어떻든 우리는 관심 없다.”


이전 세계선부터 최종면접까지 귀에서 피가 나도록 들은 문장이다.

기묘한 능력을 얻기 전에도 합격했던 곳인 만큼 입사는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그 이후다. 여기서 살아남는 게, 진짜 합격이니까.


“지금부터 너희 모두에게 첫 임무를 내리지.”

“성공한 사원에겐 부와 명예를 실패한 쓰레기들은 폐기 처리다.”


폐기 처리라는 말이 사무실에서 메아리처럼 공허하게 울렸다.


물론 나는 알고 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잔혹한 폐기가 아니라는 것을.


단지 승급의 한계선을 긋는, 조직의 잔혹한 은어일 뿐이다.

C~D급 범죄자를 잡거나 사무직으로 전환되는 자들.

겉으로 보기엔 꿀보직, 안정된 자리다.


다만 은근히 무시당하고, 사원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

하지만 나에겐 그자리가 목적이 아니다.

나는 복수하러 왔다.


그렇기에 더 높은 등급의 범죄자를 잡을 수 있는 자리까지 올라가야 한다.

그래서 이번 임무에 실패할 수 없다.

나는 숨을 고르고,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금방 올라가 줄테니, 거기서 딱 기다리고 있어라. 이 개자식아.”

 .

.

.

FE40536 그것이 내가 받은 사원 번호다.

첫 임무 전까지는 사원으로 인정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인지-

이름으로 불리는 것은 그 이후다.


“대상은 알랑 생 막시맹, 등급은 C급 범죄자입니다.”


생글생글 웃는 사무원이 브리핑을 시작했다.


“능력은 색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색조술사입니다.”

“추가 사항으로는-”


“됐습니다. 대충 능력만 알면 되거든요.”


나는 말을 끊고 바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차피 안도국도 능력의 세부 사항은 모른다.

많은 정보는 더 헷갈리게 할 뿐이다.


사무원의 입꼬리가 살짝 내려갔다.

“…진짜 개싸가지 없네.”

.

.

.

“FE40500부터 FE40600까지, 장비 수령은 끝났습니까?”


무표정한 표정의 사무원이 우리에게 물었다.


“예!”


사무실을 나서자, 차가운 공기가 뺨을 스쳤다.

건물 복도를 따라 걷다 보니, 다른 사원들 시선이 느껴졌다.


“이야, 신입들이다.”

“이번엔 몇 명이나 버틸까?”


우리에게 기대를 거는 마음이 아니라-

누군가의 실패를 기다리는 냉정한 시선.

이 정도는 예상했다.

인정받고 싶어서 온 것도 아니다.

난 복수하기 위해서 왔다.


그 순간 문이 열리며 붉은 경고등이 깜빡였다.  

[출동 대기 구역 – 허가된 인원 외 출입 금지]


“FE40536, 출입 경로 열렸다.”


통신기에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그리고 난 출발했다.

색을 다루는 능력자, 알랑 생 막시맹.

첫 사냥감이자, 내가 ‘사원’이라는 증명을 위한 대상을 향해서.

 

경고등이 깜빡이던 출동 대기 구역을 지나-

나는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도심으로 나섰다.

그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안도국에서 지급된 장비인 GPS를 따라가기만 하면 됐으니까.


“여기서 오른쪽으로 돌아, 쭉 직진하면…”

“회색빛 건물이 있고, 검은빛 도로, 그리고- 알록달록한 광장…?”


그때, 내 시야에 한 남자가 들어왔다.

그가 팔을 흔들 때마다 칙칙한 도심에 색이 뿌려졌다.

회색 도시가 그의 팔짓 한 번으로 깨어났다.

 

그가 지금 서 있는 자리, 사람들이 일상생활을 하던 거리는 ‘그의 작품’으로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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