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인공인 최현아는 29살 따끈따끈한 백수이며 항상 따분한 현실에 실증을 느끼던 중, 신비한 도토리묵 가게에서 도토리묵 국수를 먹은 후 계속 다람쥐가 나오는 꿈을 꾸게 됩니다. 알고보니 현아가 먹은 도토리묵 국수는 다람쥐나라의 다람쥐들이 겨울잠을 자기 위해서 꼭 필요한 도토리로 만들었었고, 그로 인해 다람쥐들이 이번 겨울에 겨울잠을 잘 수 없게 됩니다. 그래서 대왕 다람쥐(남주)가 다른 다람쥐들을 대신해서 봄이 오기 전까지 현아의 꿈 속에서 현아가 싫어하는 '연애'를 하며 복수를 하게 됩니다. 처음엔 복수로 시작했지만 자신이 인간으로 변신한 모습이든, 본연의 다람쥐의 모습이든 모두 사랑해주는 현아의 사랑스러움에 대왕다람쥐도 마음을 열게 되고 복수가 끝나는 봄이 다가옵니다.
경기도 하남시에 있는 한 원룸.
원체 물욕이 없는 주인 덕에 나름 깔끔한 모습을 유지 중이다.
그 깔끔한 원룸에서 나지막이 젊은 여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하암…. 아 배고프다”
어제도 늦게까지 최애 드라마를 보고 자느라 해가 중천에 떠서야 겨우 일어난 이 집 주인인 최현아.
얼마 전 단발머리로 자른 머리가 이리저리 헝클어진 채로 베개에 찰싹 달라붙어 있다.
요즘 자꾸 이상한 꿈을 꾸느라 잠을 설쳐서 열심히 눈을 부릅뜨며 잠을 깨려고 온갖 노력중이다.
어떤 순간순간이 짧게 기억나는 듯 하지만, 일어나면 뿌연 안개처럼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 꿈.
뭔가 힘이 쭉 빠진다.
그도 그럴 것이 절대 다가오지 않기를 바라던 나이 30을 앞둔 채,
현아는 갑자기 ‘자기 자신을 찾고 싶다, 야근은 이제 지긋지긋하다’는 현실적이면서도 모호한 이유들로
잘 다니던 회사를 몇 달 전 갑자기 때려치우고는 그간 야근 때문에 친해지지 못했던 침대와 열심히 친해지는 중이다.
심지어 방안 가득 먼지들까지도.
현아는 베개 밑에 손을 넣어 몇 번 휘적거리더니, 금세 스마트폰을 찾고 시간을 확인한다.
“배가 안 고픈 게 이상한 시간이긴 해. 이제 진짜 일어나자.”
이불을 대충 치워둔 채 냉장고로 향하더니 익숙한 듯 냉장고 문을 연다.
안에는 엄마가 보낸 김장김치와 소주, 그리고 브랜드별로 수북한 도토리묵이 보인다.
“아,역시 백수가 최고. 백수가 제일 좋아. 영원히 일하기 싫어~”
현아는 가장 위에 있는 도토리묵을 꺼내 가장 좋아하는 사기그릇에 덜고, 이내 살얼음 가득 육수와 김치, 김을 차례대로 조심스레 붓기 시작한다.
아직 대낮이니까 소주는 나중에.
양껏 담은 묵국수를 들고 소파 앞에 앉아 볼 만한 유튜브 영상을 찾는데 마땅치 않다.
이리저리 찾다가 시간될 때 보려고 했던 연애 관련 콘텐츠를 틀고 그제야 한 숟갈 뜨기 시작한다.
SNS에서 봤었는지 낯익은 인플루언서들도 나오고 대단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도 나왔지만
현아에게는 그저 다른 세상 사람들이기 때문에 별 감흥은 없었다.
여자출연자나 남자출연자 모두 화려한 외모와 능숙해 보이는 모습이었고, 보면서 대신 대리 설렘을 느끼는 현아였다.
"와,저기 집 완전 좋다. 나도 지원해서 저기서 한 달 살아볼까."
“아, 쟤는 왜 저기서 저런 얘기를 하는데? 역시…. 연애란 힘들어.”
“모태 솔로인 나는 절대 출연 못할 듯.”
30세 가까이 살아온 현아지만, 연애와는 큰 인연이 없었다.
외모 때문이냐고? 아니다.
현아는 길에서 눈에 확 띄는 화려한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성격과 상반되는) 다람쥐나 토끼같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외모로 어릴 적부터 심심치 않게 고백도 받아왔다.
특유의 자연스럽고 밝은 매력은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어, 여자인 친구들에게도 꽤나 인기가 많았으며
누군가는 현아가 연애하지 못한 이유를 여중,여고,여대 출신이라 그렇다고 말하겠지만,
우선 현아는 연애에 관심이 없었다.
현아에게 연애란 곧 시간 낭비였고, 현아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곧 시간 낭비였다. 뭐 그렇다.
현아는 연애, 특히 연인 간의 사랑을 못 믿는 불신자에 가까웠고
좋은 사람을 소개해 주겠다던 주변 사람들도 이제는 현아의 고집에 그냥 포기를 한 상태다.
사실 현아는 연애뿐 아니라, 특별히 좋아하는 것도, 취향도 없는 사람이었다.
옷도 집히는 대로 입고, 음악도 대중음악부터 재즈,힙합,팝송 가리지 않고 들었다.
심지어 식탐도 없는 사람이었는데(좋아하는 음식도, 싫어하는 음식도 없음)
지금 현아는 냉장고에 도토리묵을 꽉꽉 채워놓고 사는, 말 그대로 도토리묵 광공이 되었다.
이상할 정도로 계속 도토리묵을 찾게 되고, 먹을수록 점점 허해지는 기분이 들고 있으니….
마치 누군가에게 빌린 걸 내가 꼭 갚아야 하는 기분처럼.
역시나 그때 그 가게가 수상했다.
-
“아아- 내일이면 드디어 퇴사야? 진짜 안 믿긴다.”
점심 메뉴를 정하지 않은 채, 12시가 되자마자 일단 회사 밖으로 나왔다.
뭘 먹지 고민하던 중, 4년 넘게 다니던 회사 근처에 처음 보는 묵국수 가게 보였다. 그것도 퇴사 전날 점심시간에.
2025.11.03 17:49

다람쥐와 연애...? 귀엽잖아요?
25.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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