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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없는, 뒤늦은 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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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윤
4화무료 4화

자유 연재 | 글링

조회수 90좋아요 0댓글 0

제국은 누님을 성녀라 불렀고, 나도 그중 하나였다. 신이 예견한 ‘악인’인 나에게조차 다정했던 누님.... 그러니 제발, 말해줘. 붉게 물든 이 방도, 그 한가운데 서 있는 당신도, 병사들을 피해 도망치는 나도— 그저 하나의 연극일 뿐이라고. . . . . . “네가… 너,무… 울지 않는다면… 좋을, 텐데말이야…” 마지막 말이 그뿐이라면— 그 바람과 달리 한참을 울어버릴거야. 그러니까… 제발…

공모전 참여작#판타지#서양풍#복수#오해물#쌍방삽질#사연캐#왕족/귀족
공지
휴재 공지...

어쩌다…어쩌다 일이 이렇게 된거지..?

대체..왜…

.

.

.

300년의 태평성대를 이루는 강대국 아바리티아 제국.

그곳은 다른 나라들과 달리 신께서 보살피시니


나라의 귀족들은 물론이요. 황위에 오른 황실 구성원 모두가 신의 축복을 지닌 ‘Sanctus(상투스)’였다.


‘상투스’는 언젠가 나와 같이 신이 예견한 악인.. 언젠가는 나라의 해를 끼치고 주변인들에게 해를 끼치고야 말 존재..그렇기에 신이 내려주신 저주를 가진 ‘profánus’(프로파누스)’들을 처단하고 평화와 안정을 가져올 성스러운 이들이었다.


그런 상투스들 중에서도 모든 이들이 성녀라 칭송하는 사람이 있다.

그 어떤 상투스들 보다도 자애로우며 황제 다음으로 칭송받는 나의 누님…


공작가의 장남이기에 그 어떤 프로파누스보다 위험하다 여겨지며,

배척받던 나에게조차 그 온정과 자애로움을 아낌없이 베풀어 주시던 누님을

나는 정말 많이 의지했으며 나에게 내려온 몇 안 되는 축복이라 여겼다.


바로 어제까지는 말이다.


…어제는 누님의 생일을 맞이하여 파티가 있던 날이었다.

많은 귀족과 교회의 몸담은 이들이 모여 친목을 다지며 기다리던 연회장에

모두가 기다리던 파티의 주인공인 누님이 들어왔다.


그 어느때보다도 아름답고 화려하게 차려입고 나타난 누님은

연회장에 그리 길게 있지는 못하였다.

며칠 전 호수에 빠졌던 나를 구하기 위해 호수에 뛰어들었다가 감기에 걸렸기에 일찍 방으로 돌아갔으며,

그곳에 남겨진 나는…아니 남아있던 나는 당연하게도 파티의 가십의 중심이 되었다.


“저건가요? 최악의 저주치고는 생긴 게…”

“뭐 저주니까요..”

“그래도 저 눈과 머리색이 그녀를 닮은건 뭐랄까..역겹네요..언젠가는 그녀를 죽이고 자신이 그 자리를 차지할 것만 같지 않아요?”

“아! 그러고 보니 예전에는 그녀와 비슷한 머리였던걸로 기억하는데요..”

“그러고보니 몇년전 릴레이나 영애가 분수를 알라며 머리를 잘라버렸다죠?”

“아마 그녀의 요청으로 저주를 가리던 시기였을거예요.”


저주라며 배척할 때는 언제고 마치 나보고 들으라는 듯이

너무 가까이서 떠든 탓에 나는 저들이 하는 말을 들어버렸고,

그 일에 대해 떠오른 순간 당장 이 자리를 벗어났다.


“어머? 가네요?”

“뭐 본인의 주제를 이제야 깨달았나보죠.”

“저주따위가 아직까지도 공자님취급을 받는게 누구 덕인지는 알고 설쳤으면 좋겠다만..”

“쯧..저 것 때문에 이번엔 대화도 못했네요..”

“그러고보니 오늘 그녀가 아픈이유가..ㅈ..호..ㅅ…”


…울렁거리고 메쓱해져만가는 속을 부여잡고 잠시 걸었다.

이 기분이, 기억이 가라앉길만을 기다리며 그렇게 정처없이 걷다보니 

과거 누님과 함께 놀던 정원부지가 보였다.

그리고 그곳은 정말 거지같게도 방금까지 가라앉길 기다리던 기억의 잔재가 가득한 곳이었다.



몇년전까지만 해도 나는 누님처럼 장발을 지녔지만 누구도 관리해주지 않는 머리는 그리 깔끔하지는 않았다.

나조차도 다듬을 필요도 느끼지 못한 채로 내버려두었지만 어느 날 가위를 가져온 누님이 새로운 취미라며 내 머리를 직접 다듬어 주셨고 그 뒤로도 자주 나의 머리카락을 관리해주셨다.

그렇게 다듬어진 머리는 누님의 손길의 영향으로 누님을 닮았었다.


그리고 그 일이 있던 날은 누님의 다과회 날이었다.

외부에서 손님이 오는 날은 누님의 요청이 없다면 나는 방에만 있어야 했다.

그날도 다를바 없었으나, 전날 밤 누님이 따로 나를 찾아와 내일 손님 중 프로파누스를 극도로 싫어하는 이가 있다며 조심하라 일러주기까지 하셨기에 하루종일 방에서 나가지 않았다.


하지만 누님이 말한 손님은 잠시 자리를 비운 누님과 단둘이 대화를 나누기 위해 돌아다니다 내 방에 도달했고

너무나 당당히 방문을 연 손님은 잠시 나를 바라보더니 ‘감히 더러운 저주따위가’ 라며 달려들었다.

손님의 폭력적 행태에서 나는 도망치기 위해 발버둥쳤고,

그 몸싸움의 끝에 손님은 바로 옆 탁상에 놓아져있던 식사용 나이프로 내 머리카락을 기어코 뜯어냈다.


물론 이 난장판은 이후로도 이어졌으나 소란을 듣고 달려온 그 누구도 막지 않았으며

뒤늦게 사태를 알고 달려온 누님에 의해 진정되었다.


그날 모든 일을 마치고 방으로 찾아온 누님은 속상한 눈으로 날 바라보더니

상처를 치료하고 뜯겨나간 머리를 다듬어 주며 말했다.


‘내일 황실에서 카셰를 수거하러 올 거 같아...’


카셰.

프로파누스와 상투스의 표식을 가릴 수 있는 도구.

황실 허락 없이는 사용할 수 없는 물건.

카셰를 착용해 저주를 가린 내가 누님을 따라한다며 손님이 황실에 연락을 취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이른 아침부터 찾아온 황실 기사에 의해 별채 앞에 끌려나와 기합이라는 이름의 조사를 받고

카셰를 반납해야했고, 그 장소가 바로 눈 앞에 이곳이었다.


“...뭐 덕분에 방까지 얼마 안남은걸 알았으니..상관없나..?”


그리 생각하며 방으로 올라가려 했다.

만약 계단 근처 방에서 피 냄새가 나지 않았다면 말이다.


당시의 나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나 또한 호수에 빠진 여파로 뒤늦은 열이 오르던 중이었고,

그 영향으로 속이 좋지 않았던 것이었으며 판단력이 흐려졌었다.

그리고 그 정신나간 머리 상태로 누군가 다쳤을 지 모른다라며 문을 열길 택했다.


..어쩌면 이것이 문제였을지도 모른다.


그날 문을 열지 않았다면

몸이 좋지 않음을 깨달았다면

그냥 방으로 가기를 택했다면


그랬다면


그날 방 한가운데 쓰러진 집사장의 시신과 

그 위에 서있던 누님을 마주하지 않았을텐데..


하지만 이미 열어버린 문 너머로

최근 하녀들을 추행하고 응하지 않는다면 해고해버린다는 소문이 자자한 집사장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있는 것을 보았으며,

그 위로는 연회장에서와는 다르게 단정히 차려입은 누님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이런”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 차가운 목소리.


“...누님?”


나는 멍청하게도 눈 앞에 광경에 넋을 놓고 누님을 불렀다.


“아테사 왜 여기있니? 아직 파티가 한창일텐데..”

“그냥 좀… 몸이 안 좋아서..아니 그보다 누님 대체..”

“쉿…아테사 최근 집사장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고있니?”

“...최근…집사장이 하녀들을 추행한다는 소문을 물어보시는 건가요...?”

“..잘 알고 있구나!”


방금 나눈 대화의 부자연스러움을 눈치채지 못한 채 나는 멍청히 대답했고,

그 대답에 누님은 활짝 웃으며 답했다.


“하녀들을 추행하고 자신과 놀자 말하지 고작 작은 축복 하나 가지고 있다고 말이야. 그러면서 동의하지 않으면 해고시키는 것도 모자라 하녀들의 집을 찾아가 헛소리를 지껄이더구나.”

“...”

“그래서 좀 교육시켜 주었지..”


활짝 웃으며 하는 모든 말을 차가웠고

그 괴리감에 나는…


“아테사”

“!...왜…부르세요..?”

“…오늘은 이만 조용히 방으로 돌아가 쉬렴”

“네?”

“왜? 방으로 가 쉴 예정이지 않았니? 여기는 신경쓰지마렴”

“...이..걸.. 보고..도요?”

“응, 그게 너에게 이로울 테니까.”

“...대체 무슨 소리를…”

“...생각보다 내 동생님은 똑똑한 편이 아닌가보네?”


공포 혹은 호기심..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모를 마음으로 나는 그곳을 벗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만약 저 순간 내 몸이 멀쩡했다면..

신경쓰지 말라는 말이 나온 순간 뒤를 돌아 도망갔을 것이다.


“흠..왜 이로운 것인가..그 답은 간단해.”


“너는 프로파누스니까.”


그럼 적어도 이 말을 듣지 않았을지도 모르잖아.

아, 정말이지 그 말을 들은 순간은 정말 끔찍했다.

적어도 당신만은 그런이야기를 하지 않을 것이라 믿었기에 더더욱


“제가 프로파누스인 것이 뭐가 문제가 되는데요? 사람을 죽인 건 누님이고 피가 묻고 시체 옆에 있는 사람도 누님이잖아요!”


나는 두려움을 안고 도망치는 대신 분노로 그 자리를 지켰고,

잔뜩 열이 오른 머리에 화까지 난 탓에 저절로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리고 그렇게 커져버린 목소리는..


“거기서 뭐하는…!”


사람을 불러들였다.


“아..!”


사실 원래라면 그 누구도 내 방이 있는 별채에 올 리는 없었다.

원래도 잘 안오는 편이지만 파티 중이라면 더더욱이 그런 편이었다.

다만 내가 간과한 점은 ‘프로파누스’인 내가 파티 자리를 벘어났다는 것이다.

언제 사고칠지 모르는 시한폭탄의 행방을 철저히 관리하는 공작이기에 

오히려 이만큼 늦게 걸린 것이 이상할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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