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의한 김에, 복수 좀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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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링
1화무료 1화

자유 연재 | 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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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의 헌신이 배신당하고, 그녀는 죽음을 선택했다. 하지만 죽는 것 조차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웹소설 속 악녀, 세레나의 몸으로 깨어난 그녀, 그 새끼와 같은 목소리를 가진 남자를 마주한다. 그는 소설 속 세레나의 인생을 진흙탕으로 몰고 간 약혼자. 죽고 싶어도 죽지도 못하고 이 몸에서 눈을 뜬 건. 바로 이 놈을 조지고 다 가진 공작가 영애로 새로운 삶을 살아보라는 게 아닐까? 빙의한 김에, 복수 좀 할게요?

공모전 참여작#로맨스판타지#서양풍#복수#빙의#성장물#사이다물#로코물

빙의한 김에, 복수 좀 할게요?

 

1화.

 

“파혼하겠습니다.”


작약의 향기가 감돌던 연회장에 일순 정적이 내려앉았다.


제국 사교계의 꽃으로, 그 눈부신 미모에 보석조차 빛을 숨긴다는 세레나 루미에르.


도도한 귀족들조차 귀를 쫑긋 세우며 일거수일투족에 눈을 뗄 수 없었던 이 결혼식은 신부의 입장과 함께 막을 내렸다.


그리고, 휘황찬란한 이 결혼식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이안 그레이엄.


성품 좋고 유망하다는 그레이엄 백작가의 차남.


사교계에서는 그를 완벽한 남편감이라 입을 모았다. 교활한 놈에게 속은 것도 모르고.


이안은 미간을 찌푸린 채 내 손목을 거칠게 잡고 낮게 으르렁거리듯 속삭였다.


“…이게 무슨 짓이지? 이 결혼을 누가 더 원했는지 알고 있을 텐데.”


글쎄, 그게 나였나?


니가 똑바로 했으면 이럴 일도 없었을 거 아냐. 자업자득이지.


아, 일단 저 새끼 손부터 치우자.


결혼식 전날까지 딴 여자랑 뒹군 더러운 손으로 소름 끼치게…!


태연한 미소를 지으며 그를 가볍게 뿌리쳤다. 웅성거리는 하객들을 향해 어깨를 곧게 펴고, 목소리에 단단히 힘을 실었다.


“그리고, 이안 그레이엄을 불법 약물거래 및 국가 재산 횡령죄로 고발합니다.”


이안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흔들리는 눈빛에서는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럴 만도 하다.


황실 재산을 횡령한 것도 모자라 향정신성 약물 거래에 손을 댄 것이 드러났으니, 목 깨끗이 닦고 작별 인사를 해야겠지.


운 좋게 사형을 면하더라도…….


‘평생 감옥에서 곰팡이와 함께 쿰쿰하게 발효돼 봐라.’


나는 자꾸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간신히 진정시켰다. 이게 바로 손 안 대고 코 푸는 거지.


가녀린 내 손에 피를 묻힐 수는 없잖아?


“말도 안 되는 음해입니다! 무슨 그런 거짓말을…….”


이안은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입술을 물어뜯었다. 애처롭게 일그러진 그 얼굴이 나에게 작은 위안을 주었다.


그래, 이안.


이제 죄값을 받아야 할 시간이야.


결혼식장에 모인 하객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었다.


“어머, 불법 약물이라니.”


“황실의 재산을 빼돌린 것도 반역죄인데, 그걸로 약물을 구매할 생각을 했다니요.”


나는 침착하게 소매에서 문서를 꺼내 들어 모두에게 잘 보이도록 펼쳤다.


“이안, 이 문서는 당신이 황실의 재산을 관리하는 루미에르 가문의 명의를 도용하여 국가의 재산을 횡령하고, 그 재산으로 향정신성 불법 약물을 유통한 증거입니다.”


“이걸 어떻게…….”


그의 목소리가 잘게 떨렸다.


자리에 못 박힌 듯 굳어진 채 두 주먹을 쥐고 부들거리는 이안의 뒤로, 숨어 대기하고 있던 황실 경비병들이 사방에서 거리를 좁혀왔다.


나는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짐짓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귓가에 들릴 듯 말 듯 속삭였다.


연민을 가득 담아.


“파혼 위자료는 넉넉하게 준비해. 혹시 알아? 마음이 너그러워진 내가 도와줄지도 모르잖아.”


물론 그럴 일은 없겠지만.


등 뒤에서 들려오는 경비병의 발소리가 큰 북을 치듯 절도있게 울렸다.


아버지께서 심각한 얼굴로 경비대장과 그의 처분을 이야기하시는 사이, 나는 의연한 음성으로 하객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이안의 재산이 벌금으로 국가에 환수되기 전에 소송하실 분들은 서두르세요. 늦었다고 후회하지 마시고요.”


살랑거리는 바람이 내 뺨을 간지럽혔다.


두 팔을 벌려 온몸으로 바람을 끌어안았다.


박하사탕처럼 청량한 바람이 살갗 위로 스르르 미끄러졌다.


‘불행한 악녀는 이제 없어.’


향긋한 꽃내음이 흩날리는 버진로드를 홀로 행진했다.


절로 콧노래가 흘러나왔다.


즐겨 읽던 웹소설인 「이사벨의 위험한 반란⑲」의 악녀, 세레나 루미에르에게 빙의한 나는 소설의 첫 사건부터 완벽하게 뒤엎어 버렸다.


그녀의 인생에서 불행의 서두를 연 이안과의 결혼을 끝장내고야 만 것이다.


이 몸에서 기억을 되찾은 지 반 년, 드디어 첫 번째 목표를 달성했다.


파혼은 성공했고.


그동안 당한 건…


친절하게 이자 쳐서 되돌려 줘야지?


 

“오해라고 했잖아. 걔는 아무것도 아니야. 왜 날 안 믿어? 우리 사랑하잖아.”


희미한 가로등 아래, 길게 늘어진 그림자가 나를 집어삼킬 것만 같았다. 오후부터 추적추적 내리던 비는 더욱 거세졌다.


“…사랑? 나한테 빌린 돈으로 둘이 잘도 즐겼더라. 구질구질한 변명은 집어치워.”


달이 작아진 어두운 밤, 인적 없는 적막한 골목길이었다. 깨진 아스팔트 곳곳에는 흙탕물이 고여 있었다.


“최현수. 우린 이미 끝났어. 그만 찾아와.”


쾅.


“너야말로 다른 남자 있는 거 야냐?”


등이 차가운 석벽에 부딪혔다.


거친 벽의 표면에 쓸린 손등의 살이 욱신거렸다.


나는 이를 악물고 그를 노려보았다.


“이거 놔, 신고할 거야.”


쿵. 쿵.


심장에 망치로 못을 박는 듯한 둔탁한 고동이 온몸을 울렸다.


도망칠 수 없다면, 이대로 당하고만 있진 않아.


“신고하면 뭐 어쩔 건데. 난 그냥, 사랑하는 여자 친구와 대화 좀 하려는 거야.”


‘싫어!’


얼굴이 내 앞까지 가까이 왔을 때, 나는 몸서리치며 있는 힘껏 턱을 물어뜯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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