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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 사냥꾼 박중사
고사니
1화무료 1화

자유 연재 | 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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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의 복수를 도와야 내가 산다. 이 망할 동네에서 벗어나려면...

#판타지#가상시대#복수#레이드물#성장물#생존물#동료/케미#군인

누구나 한번쯤은 무언가에 푹 빠져 중독되는 경험을 한다.

그게 사랑이나 게임 같은 취미가 될 수도 있고, 술과 같은 나쁜것일 수도 있고.

 

그러나 아무리 좋은 것이라고 해도 중독도 독.

깊게 빠져들면 독이 된다.

해로운 걸 알면서도 계속 하게되는.

 

여러 작전을 수행하면서 종이 한 장 차이로 목숨을 잃을 뻔 했던 공포의 경험도.

함께 했던 동료가 한순간에 목숨을 잃는 허망한 경험도.

내 중독을 치유해주진 못했다.

 

전쟁중독이라고 했나.

극도의 긴장과 공포를 두려워 하면서도 중독되어 버렸다.

일순간 치솟는 아드레날린과 위기의 순간에서 발휘되는 머리 회전.

 

비록 지금은 총알과 포탄이 터지는 전장은 아닌 상상이나 소설속에서 접하던 세계에 있지만.

전장이나 지금이나 죽을 수도 있는 위기의 순간엔 오히려 스릴을 느낀다.

이렇게 죽을수도 있는 곳에 자꾸 몸을 던지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누군가의 복수를 돕기 위함이다.

그 목적을 달성해야, 나도 이 곳에서 벗어날 수 있기에.

 

“후...”

 

위기를 넘기고 내뱉는 한숨.

몸 안에 독소가 날아가는 듯한 개운함을 느낀다.

 

“스컬. 여기 진짜 리치 둥지 맞아?”

 

어두운 동굴 속 통로.

작은 불빛에 의존한 채 의심 섞인 말투가 조용히 동굴을 울린다.

그에 반응한 듯 허리춤의 권총집이 흔들리더니.

 

“몇 번을 말하냐. 그렇다니까?”

 

손바닥 반정도만한 크기의 두개골이 얼굴 가까이로 둥실 떠올라 대답했다.

자기 말에 의심하는 게 마음에 안들었는지 붉은 안광을 옅게 띄우면서.

 

“아니 무슨 리치 둥지에 함정이 이렇게 많아?”

 

함정에 죽을 뻔한 위기를 몇 번이나 겪은 건지.

리치 둥지가 아니라 실사판 인x아나 존x의 주인공이 된 것 같았다.

 

“마법사들이 다 그렇지 뭐. 생전에 함정 관련 마법들에 관심이 많았거나 사냥꾼한테 감명받은 거 아닐까? 괴짜니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

 

마법사란 어떤 존재들인가.

자기들만의 세계에 갇혀 오롯이 마나와 마법, 연구 말고는 관심조차 없는 자들.

마나를 다룰 줄 아는 이들 중 극소수의 천재들만이 가질 수 있는 힘.

얼마나 많은 자가, 그중에서도 유능한 자가 몇 명인지가 곧 국력의 척도와도 연결된 중요한 인적 자원.

그 존재만으로도 동경의 대상이 되는 존재들.

 

“하나같이 정상적인 놈들이 없어.”

 

그런 마법사들이 백이면 구십구명이 선택하는 리치의 길.

늙어서 죽어가는 육체를 버리고 불사의 존재가 되는 것을 택한다.

 

마나를 전투를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는 기사들과는 달리, 마법사들은 타고난 머리와 마나에 대한 재능을 동시에 가져야만 한다.

천재이기에 가질 수 있는 자신감, 나는 맞고 너는 틀리다는 발상은 그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누구나 될 수 없는 마법사기에, 내가 곧 진리라는 그 생각에 보수적을 넘어 폐쇄적인 성향을 지닌 마법사들이 대부분이다.

 

그런 천재성을 지닌 마법사들이 죽을 때가 되면 욕심을 못 이기고 리치가 되길 택한다.

그 끝이 분명 좋지 못하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나는 그들과 다르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죽는다.

내 존재가 이 세상에서 소멸한다.


특히나 폐쇄적인 마법사들이기에 죽음의 공포가 더했을 것이다.

천재가 쌓아올린 업적과 자료들이, 자신의 존재 이유가 한 순간에 없는 것이 되어버리니까.

리치가 되어 마나에 잠식되어 가는 것을 알면서도 연구자료를 계승하지 않는다.

어떻게든 해답을 찾겠다는 그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지금 찾으러 가는 리치도 그렇고 지금 눈 앞에 떠다니는 스컬도 그렇고.

몇 마리 잡아보진 못했지만 아마 리치를 사냥하는 내내 정상적인 놈들은 보기 힘들거같다.

 

“왜 그렇게 봐?”

“정상적인 놈이 없다고.”

“그렇... 나도 포함이냐?”

 

나는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버럭하려는 듯 스컬의 붉은 안광이 밝게 빛나다가 사그러들었다.

비꼬는 말이긴 했지만 사실이니까.

 

일전에 마법사끼리 서로 협력하고 연구를 공유했으면 어땠을까 물어봤던 적이 있다.

정상적인 놈이 없다고 해도 지금 내 옆에 있는 스컬은 그런 괴짜 리치들보단 제법 말이 통하는 편이었으니까.

그 대답이 가관이었지.

 

‘나 정도 되니까 이렇게 정상적인 거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자기가 쌓아올린 훌륭한 업적을 길거리 양아치들이랑 공유하는게 가능하겠냐던 스컬의 비유.

천재들만이 될 수 있는 마법사들인데도 같은 마법사를 양아치로 비유하다니.

그런 마인드라면 절대 있을 수 없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지긴 한다.

 

“앞으로 얼마나 남았지?”

 

스컬의 두개골에서 푸른색의 기운이 연기처럼 퍼져나간다.

저 마나라는 건 매번 볼때마다 참 신기하단 말이지.

기회가 된다면 꼭 가지고 싶은 능력중에 하나다.

마나를 다룰 수 있는 것만으로 기사들이 어떤 몸놀림을 보여줬는지 두 눈으로 확인했으니까.

굳이 신체능력이 아니더라도 저렇게 다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 까지.

이 험악한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저 능력이 필요했다.

 

“거의 다 왔어. 바로 앞에서 반응이 느껴지네.”

 

생각에 잠겨있는 사이 스컬이 마나 스캔을 마치고 대답했다.

 

“아까 전에도 바로 앞이라며.”

“이번엔 진짜 바로 앞이야. 아깐 반응이 희미했다고.”

 

스컬이 버럭 하는 동시에 안구에서 밝은 빛을 뿜어냈다.

참 편리한 손전등이로구만.

 

“음... 아닌거 같은데?”

 

편리한 기능으로 앞을 밝혀봤지만 바로 앞이라는 말과 다르게...

 

“막혔네?”

“제대로 스캔한거 맞아?”

“그렇다니까?”

 

바로 앞은 막다른 길이었다.

 

“박중사. 막힌게 아닌거 같은데?”

 

스컬이 떠오른 채로 앞으로 나아갔고 그걸 따라 한 걸음 내딛다가.

 

-그르륵.

 

돌끼리 긁어대는 마찰음.

발에서부터 느껴지는 땅이 조금 꺼지는 느낌.

 

“야. 야! 야! 야!!”

 

사람이 당황하면 말더듬는다는 말이 괜히 나온게 아니지.

앞은 막다른 길이 아니었다.

거대한 돌덩이가 막힌 것처럼 보였을 뿐.

심지어 방금 내딛은 발로 인해 함정이 발동된 듯 그 돌덩이가 서서히 가까워 지기 시작했다.

 

“박중사 뛰어!!”

“개자식아!!!”

 

조용했던 동굴 통로 속.

비명소리와 함께 서서히 가속을 내는 돌덩이 구르는 소리가 가득찼다.

 

*

 

압사당할 뻔한 거대한 돌덩이 함정과 화살 트랩 한 개를 피한 뒤.

리치의 둥지로 보이는 문 앞에 다시 설 수 있었다.

 

-쾅!

 

스컬을 따라갔지만 함정을 조심성없게 밟은건 나였기에 어디 화낼수도 없는 상황.

감정섞인 발차기와 함께 문짝이 떨어져나갔다.

어두웠던 동굴과 달리 리치의 둥지는 밝은 편이었다.

 

“그르르... 인간...”

 

한 쪽에 놓여진 책장과 실험도구와 종이가 널부러진 책상.

그것만 치워놓고 보면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동굴 속 공터의 모습이었다.

 

“음?”

 

고개를 들어 위를 쳐다보니 천장에 뚫린 구멍으로 햇살이 내리쬐고 있었다.

밝은게 이것 때문이었군.

 

“사냥... 꾼인가?”

“어. 그렇게들 많이 오해해.”

 

리치의 어눌한 말투에 별거 아니라는 듯 대답해주었다.

연한 흙색 바탕에 초록과 검은 무늬가 섞여 사냥꾼이나 정찰대가 위장용으로 쓰기엔 안성맞춤으로 보이는 옷.

군복이란 원래 위장의 의미가 큰 옷이기도 하니까.

 

“스컬. 상태는 어때?”

“마나 중독 직전이야.”

 

어눌한 말투.

책상에서 일어나 슬금슬금 움직이는 동작까지.

리치는 말하는 것부터 생각까지 온전히 자신의 마나를 원동력으로 하기에 그것을 최소화 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게 본능이던 의지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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