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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비 성녀는 신자의 회개를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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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
11화무료 11화

자유 연재 | 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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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비에 물든 엄마에게서 간신히 도망쳤더니, 사이비 로판 속 성녀로 빙의했다.’ 도를 믿으십니까, 라고 묻는 사람에게 사이비에서 도망칠 생각이나 하라며 조언 아닌 조언을 퍼부었을 뿐이었다. 그 여자에게 칼을 맞고 웹소설 사이비 로판 속으로 빙의할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 그것도 사이비 성당 속 성녀, 에스메랄다에게. 하루 빨리라도 이 미친 곳에서 벗어나야 했다. 그러기 위해선, 내 편을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이곳에서 멸시를 받는다는 성당의 종지기, 라파엘 디그레이드를 찾아갔다. "나는 당신을 해치지 않아요, 난 언제나 당신의 편일 거에요." 온갖 달콤한 말로 회유를 한 후, 그가 나를 사랑하게끔 만들었다. 마음에도 없었으면서. 당연히, 나를 사랑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가 이 말을 하기 전까진. "나는 당신이 다른 세계에서 온 사람이란 걸 알고 있어요, 어떻게 하실 건가요." 그는 무심하게 날 바라보며 얘기했다. 그동안의 애정이 가득했던 눈빛을 숨긴 채. 날 사랑했던 적이 없었던 것 마냥.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것들은 전부 거짓이었다고.

#로맨스판타지#서양풍#소유욕/독점욕/질투#쌍방삽질#로코물#피폐물#친구>연인#얼굴천재#상처녀#계략녀#계략남#상처남#후회녀#후회남#서브남주있음

1화

 

“...에스메랄다 셀비아.”

 

라파엘은 에스메랄다의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 입술에 담긴 뜨거운 열기에 그녀는 흠칫하며 몸을 떨었다.

 

“저를 구원한 건 당신입니다. 당신이 없더라면... 전 흉측한 인간으로 남겨졌겠죠.”

 

아니, 이보세요. 전혀 흉측하지 않다고, 오히려 아름답다고 몇 번이나 말해준 거 같은데...

 

신비로운 은발에 녹음이 어우러진 눈동자. 따뜻한 분위기도 있지만 동시에 차가운 느낌을 가진... 누가 봐도 빼어난 외모를 소유한 남자인데...

 

“맞습니다, 성녀님이 없더라면 저희는 아마 구원받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뒤의 사람들도 덩달아 고개를 끄덕거리며 에스메랄다를 바라봤다. 그 중, 가장 믿음이 깃들어 보이는 바로 그녀의 앞에 있는 남자였다.

 

“하하...”

 

나는 허탈감이 섞인 웃음 내보일 수밖에 없었다. 강력한 믿음을 보이는 그들에게 차마 말할 수 없었다.

 

‘저는 그 성녀가 아닌데요...’

 

라고.

 

*

 

눈 뜨기 전의 마지막 기억은 도를 믿으십니까, 라고 묻는 여자에게 칼을 맞은 기억이었다.

 

황급히 핸드폰을 들어 112를 누르려 했으나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익숙하고도 서러운 이야기.

 

여자는 ‘너 때문이야.’ 라는 말을 연신 반복했고 나는 죽어갔다.

 

생에 큰 미련은 없었다. 교대에 합격하자마자 사이비에 빠진 엄마에게서 도망치듯 독립했고 학생 과외와 학업을 병행하면서 늘 고단하게 살았던 삶이었다. 단지, 엄마가 키우고 있는 동생만이 걱정될 뿐이었다.

 

복부에 박힌 무언가가 뜨겁게 몸속을 헤집었고, 피부를 찢고 들어온 차디찬 쇠끝이내장을 파고들며 내 호흡을 멎게 했다.

 

연결된 통화로 무슨 일인지 연신 묻는 경찰, 그리고 자신이 방금 무슨 짓을 한건지 믿지 않은 눈빛으로 칼을 보는 여자가 눈과 귀에서 무너져갔다.

 

“여기... 학교인데... 애들이 보면 안 되는데...”

 

처음으로 교생실습을 왔던 날, 여자의 비명과 경찰의 부숴지는 목소리만 들은 채 눈을 감았다.

 

그리고 일어나보니 병원이 아니라 처음 와보는 공간이었다는, 소설 같은 상황이 다시 떠진 눈 앞에 펼쳐진 상황이었다.

 

“여긴... 어디지.”

 

“깨어나셨습니까.”

 

고개를 돌려보니 옆엔 깨끗한 은발에다가 녹음처럼 짙은 초록색 눈의 청년이 존재했다.

 

뭐야, 여기 한국 아니야? 웬 코스프레 같이...

 

“누, 누구세요?”

 

그러나 목소리도 내 것이 아닌 것 같았다. 마찬가지로 입 밖으로 흘러나오는 언어도 이상했다.

 

더 이상한 것은...

 

내 것이라기엔 지나치게 긴 머리카락. 오랜 시간 동안 잠들어있기라도 했나? 하지만 나라고 하기엔, 목소리도 다르고 언어는 왜 이런 건데? 그리고 내가 누워있는 곳은 왜 관처럼 생긴 건데?

 

다시 남자를 마주하려고 했다. 하지만 남자를 보기 전, 그의 뒤에 있는 거울이 눈에 들어왔다.

 

“으악!”

 

나는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거울에 비친 사람의 모습은 나와는 전혀 다르게 생긴 여자였다.

 

검은 머리카락에, 황금을 녹인 듯한 눈동자를 가진 여성.

 

분명 아름답다고 할 수 있는 외모였지만, 감상에 젖고 싶진 않았다. 그저, 내가 누구인지 알고 싶을 뿐.

 

“...제가 누구인지 몰라 보시겠습니까?”

 

앞의 남성은 내 질문에 당황한 기색만 내비칠 뿐이었다.

 

“...네, 죄송하지만... 혹시 저를 구해주셨나요?”

 

“...당신을 구한 건 제가 아닙니다, 셀비아 신이죠.”

 

“셀비아요?”

 

...무슨 소리를 하는 걸까, 이 남자는. 셀비아 신은 대체 뭐고... 내가 모르는 신이 따로 있었나. 아니면 어떤 종교를 믿길래 그러는 걸까. 잘생긴 청년, 외모는 정말 아름다운데... 정신 상태가 안타깝네.

 

남자는 정말 기억을 잃은 게 분명하군요, 하며 내 손을 잡았다.

 

‘허락하지도 않았는데, 외간 남자가 어딜...’ 나는 그 손을 빼려다가, 갑작스럽게 몰려오는 통증에 윽, 하며 얕은 신음을 냈다.

 

그러고 보니, 팔엔 상처들이 가득했다. 자세히 보니 화상 자국이었다. 나는 분명히 복부에 칼을 맞았는데, 어째서 팔에 이런 자국들이 가득한 거지?

 

남자는 자신의 손을 갖다댔다. 남자의 손에 하얀 빛이 뿜어지곤, 이내 내 손에 있던 상처들을 모두 치유했다. 마치 다쳐본 적이 없는 것처럼.

 

“...어떻게 이게 가능한 거죠...?”

 

마법인가, 아니, 현실에서 이런 게 가능해?

 

“제가 갖고 있는 신성입니다.”

 

남자는 다시 영문 모를 말을 내뱉었다.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가졌지만 정신 상태는 온전하지 못한 게 분명했다.

 

‘그딴 말 할 거면 그 외모 나 줘...’

 

나는 짐짓 웃으며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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