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를 죽인 건, 황제가 아니었다.” 황제 피에르 대제의 광기 어린 발작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황후 타리나. 우리는 세상이 질투할 사랑이었고, 나는 그의 안식처였다. 그러나 가장 믿었던 형제의 칼날이 우리 부부의 운명을 갈랐다. 회귀했다. 이번 생, 나는 폭군의 가장 강력한 조력자가 되어, 우리를 배신한 그림자를 뿌리 뽑을 것이다.
제 1 화
"경비병 님, 우유 한 모금만…"
유모의 애원은 타리나의 상념을 깨뜨렸다.
좁은 창으로 들어온 희미한 달빛이 유모의 앙상한 손등 위로 내려앉았다. 먼지 섞인 공기가 폐부를 찌를 듯 건조했다.
방금 전까지 그녀는 모리 공작의 약속 하나만을 붙들고 있었다.
'사흘... 사흘만 버티라고 하셨잖아요.'
타리나는 기도용 팔찌를 생명줄처럼 움켜쥐었다.
그녀가 너무 힘을 주어서인지 팔찌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모리 공작이 마지막으로 건넨 전령의 쪽지는 이미 씹어 삼킨 뒤였다.
하지만 눈앞의 현실은 그녀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적막을 깨는 유모의 목소리에 타리나는 소스라치게 놀라 일어섰다.
"안 돼! 유모, 그들의 화를 돋우지 마."
하지만 경비병은 벌써 투견처럼 으르렁댔다.
"백성의 고혈로 나라를 망친 황제!
내 동생은 굶어 죽었는데 우유?"
"철커덩"
녹슨 쇳소리를 내며 감옥 문이 열리고 경비병이 들어왔다.
감옥 안의 공기가 순간 무겁게 가라앉았다. 퀴퀴한 곰팡이 냄새 사이로 살기가 스며들었다.
그가 손을 높이 들었다. 그 동작이 타리나의 눈에는 끔찍할 정도로 느리게 보였다.
"안 돼!"
타리나가 경비병 앞으로 달려들었지만, 그는 여황제를 힘껏 밀쳤다.
차가운 벽에 갈비뼈를 부딪친 그녀가 비명을 삼켰다. 등 뒤에서 전해지는 한기가 뼛속까지 파고들었다.
그 통증이 채 가시기도 전, 개머리판이 유모의 머리를 내리치기 시작했다.
"퍽!"
소리가 감옥 천장에 닿아 되돌아왔다.
그 순간, 정막이 공간을 점령했다.
귀에서는 피가 솟구치는 듯한 심장 박동 소리만 둔탁하게 울렸다.
유모의 몸이 천천히 무너졌다. 마치 누군가 시간을 느리게 돌린 것처럼.
붉은 피가 한 방울씩 회색 돌바닥 위로 번졌다.
축 늘어진 손가락 끝에서 마지막 힘이 빠져나갔다.
시녀들이 비명을 지르며 이 구석, 저 구석으로 흩어졌다.
타리나가 무릎 걸음으로 유모에게 다가갔다. 거친 바닥에 무릎이 쓸렸지만 고통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어린 경비병이 여황제에게 침을 뱉었다. 그는 타리나를 혐오하고 있었다.
"네 년이 뱃놀이를 하던 날, 제방이 무너졌어.
어머니는 휩쓸려 죽고 동생은 젖 한 방울 없이 굶어 죽었다. 너희가 뿌릴 보석 가루 값 때문에…!"
타리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비릿한 피 맛이 입안에 감돌았다.
"아니야, 나는 몰랐어... 귀족들이.. 담당자가 알아서 한다고..."
"바로 그거야.
어리석은 황제야.
네가 몰랐다는 것, 그게 바로 죄야!"
경비병의 일갈이 비수처럼 가슴에 박혔다. 몰랐다는 변명이 얼마나 비겁한 것인지, 차가운 돌바닥 위에서야 깨달았다.
망연한 절망 속에서 타리나는 유모에게 손을 뻗었다.
끔찍한 폭력에 유모의 얼굴은 형체를 잃어가고 있었지만, 그녀는 아직 숨이 붙어 있었다.
울먹이는 타리나의 부름에, 핏물 사이로 유모의 눈이 간절함을 담고 미세하게 열렸다.
그 눈동자에는 원망 대신 어린 황태자에 대한 걱정만이 담겨 있었다.
타리나의 손에 가느다란 마지막 맥박이 잔물결처럼 스러졌다. 그녀는 그 손을 힘주어 잡았다. 온기가 빠져나가며 그녀의 손에 남은 것은 차가운 정적뿐이었다. 타리나의 심장 속에서 슬픔은 이내 차가운 복수심으로 변해갔다.
정말 모리 공작이 오기는 하는 걸까? 군대가 반란을 일으키던 그날처럼 그 역시 나를 배신하고 적들의 편에 선 것은 아닐까?
의심이라는 독버섯이 피 냄새와 섞여 피어올랐다. 어둠이 짙어질수록 불안은 그림자처럼 길어졌다.
그때, 퀴퀴한 곰팡내와 피 냄새 사이로 작은 소리가 들렸다.
"맘… 마…"
비토였다.
아이는 돌바닥 위를 엉금엉금 기어오고 있었다. 조막만 한 손이 기도하듯 떨렸다.
타리나는 비토를 얼른 끌어안았다. 아이는 허공을 빨듯 입술을 움직이며 젖을 찾았다.
뼈만 남은 작은 몸. 체온마저 빠져나가는 듯 위태로웠다.
아이의 뺨이 거칠었다. 최고급 강보에 싸여 있던 황태자가, 이제는 넝마 조각에 의지해 떨고 있었다.
"오! 나의 황태자. 나의 비토야…"
타리나는 아이의 등을 쓸어내리며 마른침을 삼켰다. 해줄 수 있는 것이라곤 체온을 나누는 것뿐인 무력함이 그녀를 짓눌렀다.
"아아악—!"
그때 밖에서 들려온 수석 시녀의 비명 소리에 타리나의 몸이 굳었다.
죽음의 소리였다. 자신을 지키려다 죽은 시녀장 미아처럼.
"으흑!"
순간 숨이 턱 막혔다. 트라우마가 예고도 없이 목을 조여왔다.
친위대의 목이 베여 나가고, 가족들이 짐승처럼 끌려나가던 그날 밤의 기억이 눈앞에 붉게 점멸했다. 흩어진 핏방울이 눈앞에서 어른거렸다.
"폐하! 숨을 쉬세요!"
시녀들이 달려들어 손발을 주물렀다. 타리나는 비토를 꼭 껴안은 채 겨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살아야 해. 너만은 살려야 해.
그때였다.
복도 끝에서 묵직한 발소리가 다가왔다.
규칙적이고, 오만한 걸음이었다.
"철컹."
문이 열리고 남자가 들어섰다.
어두운 감옥 안으로 들어온 그는 마치 딴 세상 사람 같았다. 금빛 견장이 박힌 제복,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은발. 먼지 한 톨 묻지 않은 그 모습이 이 참혹한 현장과 기이한 대조를 이루었다.
모리 공작이었다.
"모리! 오,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타리나는 창살 틈으로 손을 뻗으며 반색했다. 그가 여기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지옥 같던 공포가 순식간에 씻겨 내려가는 듯했다. 구원자가 온 줄 알았다.
그녀는 익숙한 애칭을 불렀다. 죽은 남편이 그를 부르던, 그리고 자신이 그를 시동생으로서 아꼈던 그 이름.
"형수님."
모리의 목소리는 지나칠 정도로 정중했다. 하지만 그 정중함 뒤에는 비릿한 조소가 섞여 있었다. 그는 장갑 낀 손으로 코를 살짝 가리며, 마치 오물을 보듯 감옥 안을 훑어보았다.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되십니까? 제가 여기 왜 왔을 것 같습니까."
2025.12.1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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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0 20:55
2025.12.09 21:26
저도요&^
25.12.09
오늘 전투씬 박진감있네요.
25.12.08
타리나가 드디어 피에르를 만 나는구나.
25.12.04
오늘 것은 긴장감이 있어 좋아요.
25.12.04
여주 마음에 듬.
25.12.04
여주가 당차서 좋다.
25.12.04
심장이 쫄깃하네요.
25.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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