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 연재 | 글링
산속 마을에 사는 주인공 린. 평범한 삶을 살고 있었지만, 거대한 흐름 속에서 생겨난 복수에 휘말렸고, 모든 것을 잃는다. 그녀는 이제 복수를 위해 살아갈 것이다.
글링 1회차 공모전
키워드 : 복수
“어서 오세요~! 크림 주점입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밤, 작은 주점에 손님 한 명이 들어섰다.
자신의 검을 적당한 곳에 뉘여둔 손님은 잠시 두리번거리더니, 카운터 앞에 서서 메뉴판을 바라보았다.
“주문 이쪽에서 도와드릴게요~!”
“아, 네.”
점원은 최대한 밝은 목소리를 내어 계산대 앞쪽으로 손님을 불렀다.
“무슨 메뉴로 하시겠어요?”
“아…. 네. 따뜻한 커피 한 잔 할게요.”
“네, 드시고 가시나요? 아, 저희 매장 이용 시간이 이제 1시간 정도 남아서요. 참고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늘은 최대한 빨리 퇴근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던 점원은 손님에게 약간의 압박을 주면서 빠른 장사 마무리를 노렸다.
이용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려주면 보통의 사람은 돌아가니까.
“네, 네. 먹고 갈게요.”
“네, 알겠습니다. 준비해 드릴게요!”
점원은 ‘오늘 빠른 퇴근은 글렀네.’라는 생각이었지만, 표정으로는 절대 나타나지 않도록 조절했다.
그녀의 노력을 전혀 모르는 손님은 주점의 구석진 자리에 자리를 잡고는 수첩을 꺼내 들었다.
“♩♪♬~.”
축음기 소리가 작게 깔린 주점에 종이를 넘기는 소리가 끼어들었다.
밤이 깊다 못해 새벽이 다가오는 시간대였기에, 방문하는 손님도 없는 탓에 매우 적적한 분위기.
사장님도 잠시 없는 바람에 점원이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손님을 흘긋흘긋 쳐다보는 것뿐이었다.
이 작은 산속 마을에서 처음 본 얼굴이라는 것은 외부인이라는 뜻.
깔끔한 몰골은 산 아래 가까운 마을에서 하룻밤 자고 왔다는 뜻일까?
옷 또한 마법사들이 입는 것처럼 기다란 로브를 입고 있는 것이 꽤 멋드러진다고, 점원은 속으로 생각했다.
“흠, 흠.”
작은 콧소리를 내면서 수첩을 바라보던 손님은.
“음, 무슨 일 있으신가요?”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점원에게 웃으면서 말을 건넸다.
“아, 아하하. 커, 커피 여기 있습니다!”
점원은 무안함을 감추기 위해 얼른 커피를 완성해서 손님에게 내주었고, 손님의 자리에서 보이지 않도록 카운터 구석진 곳으로 피했다.
“음, 음? 오호. 괜찮네.”
손님은 구석진 자리에서 커피를 음미하면서, 계속해서 하던 일을 하려고 했지만.
조용히 자신을 쳐다보는 점원의 시선을 느끼고 말았다.
“제가 그렇게 궁금한가요?”
“꺄앗!”
분명 손님의 위치에서는 자신이 보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터라, 자신도 모르게 놀라는 소리를 내고 만 점원이었다.
“죄, 죄송합니다! 그, 그게.”
“하하, 괜찮습니다. 그렇게 신기해하는 눈빛은 많이 받아와서. 제 복장이 조금 특이하죠?”
“아, 아. 그게.”
당황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점원을 본 손님은 최대한 부드럽게 웃어 보이며 두 팔을 들어 올렸다.
“마도학을 걷고 있습니다. 이 로브는 굳이 입고 다니라는 방침이 있으셔서. 보기 불편하신가요?”
“아뇨아뇨! 너무 멋있어서요! 모험하는 사람들은 뭔가 멋있잖아요!”
“하하, 칭찬 감사합니다. 뭐, 마법으로는 부족한 점도 많아서 이 커다란 검을 들고 다니면서 연습도 하고 있지만요.”
검을 휘두르는 시늉을 해보이며, 남자는 호쾌하게 웃어보였다.
그의 친절 덕분에 점원 역시 웃으면서 대화를 이어나갔다.
“저, 저. 그러면. 혹시 뭐 좀 여쭤 봐도 될까요?”
“오, 그럼요. 어떤 점이 궁금하실까요?”
“사실 제가 오늘…….”
손님의 친절 덕분에 시작된 짧은 대화는 시골 소녀의 마음속을 무지개처럼 풍부하게 채워주고 있었다.
간단한 여행의 정보를 알려준 손님은 한껏 웃어보였다.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군요.”
“아, 네네! 너무 큰 도움이 됐어요!! 감사합니다! 이것저것 많이 배웠어요!”
“다행입니다. 저, 그러면 저는 잠시 할 일이 있어서 이만.”
“넵! 조용히 있을게요!”
남자는 양해를 구하며 자신의 품에서 수첩을 꺼내들었다.
점원을 슬쩍이 수첩을 쳐다봤지만, 상당히 낡은 가죽으로 덮인 표지만 보일 뿐이었다.
“스륵, 스르륵.”
남자가 따뜻한 커피를 마시면서 수첩을 천천히 훑었고, 꽤 긴 시간이 걸렸다.
“♩♪♬~.”
축음기에 걸려있는 레코드판이 다 돌아갈 때마다 점원이 일어나서 다시 설정할 때가 아니면, 수첩이 넘어가는 소리만 들릴 뿐이다.
손님이 해줬던 이야기를 생각하며, 점원은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었다. 상상 속의 그녀가 드디어 동굴 속 보물을 발견할 때.
“흐흠, 시간이 다 되어 가는군.”
남자가 수첩의 마지막 내용까지 훑은 뒤, 남은 커피를 단숨에 삼켰다.
“잘 마셨습니다! 여기 주점이 커피 맛이 제일 좋네.”
손님이 건네주는 커피 잔을 받아 든 점원은 입가를 소매로 훔치면서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아, 네! 감사합니다! 대륙의 서쪽에서 발견한 맛이라고 사장님께서 꼭 자랑하라고 하셨거든요! 그래서 손님께서 만족하실만한 맛이 된 것 같아요!”
평소라면 나가는 손님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을 점원이지만, 조금 전에 나눴던 대화로 생긴 친근감에 입이 열렸다.
저도 모르게 열린 입을 급히 닫아 보인 점원을 보고는, 손님이 활짝 웃었다.
“아하,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그럼 또 만날 일이 있기를.”
2025.11.30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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