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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의 공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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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라윤
138화무료 3화

자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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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폐된 공주, 엘리제. 아버지의 눈 밖에 난 그녀는 사람들과 격리되어 살아간다. “괜찮아, 난 너희들이 있으니까.” 하지만 동물과 소통할 수 있는 능력 덕에 외롭지 않았다. 그저 평생을 이렇게 살아가리라 생각했던 어느 날. “네 혼처가 정해졌다.” 그 한마디에 엘리제는 팔리듯 시집을 가게 된다. 바로 야만인의 땅이라 불리는, 북 대륙의 왕자 케일 피네아에게! *** 그런데, [“몸은 좀 나아졌는가?”] [“음식도 차기 페레의 입맛에 최대한 맞추도록 하고.”] 야만인이란 소문에 걱정한 것이 무색할 정도로, 그들은 다정하고도 품위 있었다. 게다가- 커다란 키, 단단한 체격. 야만인하고는 전혀 관련도 없어 보이는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케일 피네아, 그를 보고 있자면 가슴이 뻐근해져 왔다. ……왜 내게 이토록 잘해주는 걸까. “북 대륙인의 부부간 책임감 때문인가요?” 엘리제의 직설적인 물음과 달리 목소리는 소극적이었다. “맞습니다. 전 당신께 큰 책임감을 느낍니다.” “…….” “하지만, 모든 일을 책임감으로만 할 순 없습니다.” 엘리제가 멍하니 케일을 바라보았다. 웃음이 나올 것 같기도 하고 동시에 속에서부터 무언가 울컥 치솟아서 목이 따끔거렸다. “당신은 내가 아는 그 누구보다, 가장 강하고 위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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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고작 그게 전부냐?”


날카로운 말이 비수처럼 날아왔다. 엘리제는 언제나처럼 고개를 숙인 채 침묵했다. 아버지가 화나셨을 땐 그저 조용히 있는 게 최선이었으니까.


“너란 것은.”


쯧. 혀 차는 소리와 함께 남자가 등을 돌렸다. 그러자 숨 막혔던 긴장감이 탁 풀리며 엘리제는 자리에 스르륵 주저앉았다. 고작 열 살이 된 아이가 견디기엔 너무도 따가운 시선이었다.


엘리제의 커다란 눈에서 기어코 눈물이 뚝뚝 떨어질 때였다. 그 순간 풀숲에서 무언가가 빼꼼 고개를 들이밀더니, 신중하게 주변을 살폈다. 이윽고 아무도 없음을 깨닫자 쏜살같이 엘리제에게로 다가갔다.


꽃 사이에서, 땅 밑에서, 나무 속에서, 하늘에서.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던 동물들이 단숨에 엘리제의 주변에 모였다.


[야, 우냐?]


곁에 온 벌새가 짓궂게 놀렸다. 그에 엘리제가 더 크게 울자, 여기저기서 질책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지금 저 한 입 거리가 뭐라 말했냐?]


[한 입은 무슨, 눈에 보이지도 않네.]


[뭐가 있긴 한 거야?]


웅성대는 소리 속 희미하게 고양이 소리가 났다. 어느덧 다가온 고양이가 종아리에 제 몸통을 비비고 있자, 엘리제의 얼굴에도 옅은 미소가 생겨났다.


[엘리제, 너무 슬퍼 마. 그 인간 말에 휩쓸릴 필요 없어.]


어둠 속에 몸을 숨긴 올빼미도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위로했다.


[하지만…… 내가 쓸모없는 건 사실인걸.]


엘리제는 몸을 웅크린 채 비관적으로 답했다. 녹색 머리카락에 갈색 눈동자, 그리고 무엇보다 손등에 있는 문양. 아버지인 국왕은 엘리제에게서 전설 속 나무인 ‘카르시타’의 힘을 기대했지만, 매번 실망하곤 했다.


[난 정말 주워온 앤가 봐.]


훌쩍이며 말하는 목소리가 애처로웠다. 주변의 눈치를 살피던 라쿤은 조심스럽게 속삭였다.


[근데 주워온 건 맞지 않…… 컥!]


[넌 가서 손이나 씻어.]


곧장 다른 동물에게 머리를 얻어맞고 입을 다물었지만 말이다.


그 말을 듣고 나니 엘리제는 더욱 우울해졌다. 자신이 이곳, 중앙 대륙의 공주이면서도 ‘출신을 모르는 공주’라는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니란 걸 알기 때문이다.


성 앞에 버려졌던 그녀가 살 수 있었던 건 특이한 외형과 손등의 문양 덕분이었다. 그마저도 변변찮아 이젠 차가운 별관에 유폐됐을 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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