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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연재
21명의 황자 중 가장 비루먹은 18황자의 약사 린. 피튀기는 황태자 위 쟁탈전 후, 18황자와 함께 순장당한지 벌써 다섯 번째. 더는 참을 수 없다. 다섯 번째 회귀 후. "십팔 황자님. 제가 당신을 황제로 만들 겁니다." "뭐?" "이래 죽어도 순장이고 저래 죽어도 순장이라면! 할 수 있는 발악은 모조리 해보자는 말입니다!" 다섯 번의 강제 순장으로 원한이 하늘을 찌른 린과 여전히 비루먹은, 아직 열 살인 18황자의 어딘가 이상한, 황태자 되어 살아남기 프로젝트가 시작되고, 황자의 스승, 호위, 보좌관과 암살자까지. 지난 생에서 눈 여겨 봤던 이들을 하나 둘 포섭하는데... *** “가지 말라 했다.” “간다고 했어요.” 흔들림 없는 린의 말에 사마휘가 느릿하게 손을 뻗었다. 그녀의 뺨을 스치는 손끝이 지극히도 조심스러워서, 차마 닿지 못 한 채 흔들렸다. “가지...마라.” 무표정했던 그의 얼굴이 한 순간 무너져 내렸다. 온전한 사마휘의 밤이 린을 향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단순히 생존을 위해 필요로 했던, 황자를 위한 스승.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을 텐데.... 어느새 그가, 그녀가. 서로의 눈에 익고, 손에 익고, 품에 익고 그래서 사랑이 되었다.
#1
“빌어먹을! 정말 더러워서 못 해먹겠네.”
린의 입에서 더없이 생생하고 거친 욕설이 마구잡이로 튀어나왔다.
그녀는 눈을 꾹 감았다 뜨면서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들이쉰 공기가 너무 차가워 폐부가 얼어붙는 것 같았다.
“또냐! 또야! 벌써 다섯 번째잖아!”
터져 나온 목소리에 담긴 원한이 하늘을 찢고 땅을 갈랐다.
그도 그럴 것이.
“순장만 다섯 번째라니! 이런 빌어먹을!
린 23세. 그녀가 모시는 비루먹은 십팔 황자와 함께 순장된 지 다섯 번째였다.
“내가! 이번에 돌아가면! 이렇게 피해 다니지 않을 거야! 너희 다 가만두나 봐라! 두고 봐라! 내가 다시 돌아가면 너희들 다 깡그리 다 생매장시켜 버릴 거야!”
이미 뚜껑이 덮이고 흙으로 매장된 십팔 황자의 무덤 아래, 순장당한 린의 목소리만이 쩌렁쩌렁 울리고 있었다.
* * *
때는 고의 시대.
고를 건국한 태조 이후 89년. 태평성대를 지나 고와 인접한 국가들과의 작은 분쟁이 끊이지 않을 시기.
고의 5대 황제 예종.
3대 연종처럼 전쟁광도 아니고 4대 세종처럼 태평성대를 꽃피우지도 않았지만 나름대로 좋은 치세를 이어가는 황제였다.
그에게 단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자식 농사를 장렬히 실패했다는 것에 있었다.
그의 자식은 황자만 무려 21명. 황녀까지 더하면 35명.
“많기도 하네. 정말.”
“뭐라고?”
“아무것도 아냐.”
린은 제 앞에 있는 꽃 모양 화과자를 밀어주며 고개를 저었다.
황제의 자식들이 많다고 나쁜 것은 아니다. 제국 전체 입장에서는 오히려 좋은 축에 속하겠지.
황제의 피를 이은 후계자가 없어서 발을 동동 구르는 것보다야 많고 많아서 그중에서 가장 잘난 놈이 6대 황제가 되는 편이 나을 테니까.
하지만 그건 결국 결과론적인 이야기에 불과하다.
“차라리 대놓고 한 놈을 밀어주던가 할 것이지.”
“린? 아까부터 왜 이렇게 비 맞은 중처럼 혼자 중얼거려?”
“아무것도 아냐. 그거 좋아하잖아, 얼른 먹어.”
친구의 뾰로통한 말에 린은 제 화과자를 조금 더 밀어주었다.
멍한 시선으로 탁자를 내려다보는 린의 눈은 미래를 보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이미 겪었던 과거지만 현재로서는 미래인 날을.
수없이 많은 황자와 황녀들. 제대로 후계자를 점찍지 않은 황제.
당연한 수순으로 황태자의 자리를 놓고 피의 암투가 거나하게 벌어졌다.
그리고 그 와중에 황궁 권력 서열에 있어 가장 아래에 가까운 이름 없는 약사인 자신은 무려.
“무려 다섯 번이나!”
순장을 당했다.
“어맛 깜짝이야! 왜 갑자기 큰 소리야 정말!”
“미안. 아무것도 아니야.”
속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긴 한숨을 내쉬자 맞은편에 앉아 있던 친구가 입을 열었다.
“뭐야? 아까부터. 혼자 중얼거리질 않나. 이제는 사람 앞에 두고 한숨까지?”
부루퉁한 목소리에서 묻어나오는 부러움에 린은 한층 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뭐야 정말! 내일이면 황궁으로 들어가면서! 그 세상 모든 걱정 다 짊어진 얼굴은!”
“황궁.”
“그래! 황… 어… 어어? 린?”
화과자를 움켜쥐며 자신은 가지 못하는 곳으로 가는 이를 향한 울분을 토해내던 친구가 목을 움츠렸다.
-으득. 빠득빠득
린의 잇새에서 당장이라도 이가 부서질 듯한 이가는 소리가 새어 나왔기 때문이었다.
친구는 눈을 데굴데굴 굴렸다. 린이 그저께부터 이상하게 말수도 적어지고 무표정한 것이 상태가 이상하기는 했지만…
부러움과 질투로 부어 있던 볼이 푸쉬쉭 가라앉았다. 대신 걱정을 담은 친구의 눈이 린을 흘끔흘끔 살폈다. 그런 친구를 향해 린이 입을 열었다.
“너 말이야.”
“으응?”
“여전히 황궁에 들어가고 싶니?”
“그…거야 말로 해서 뭐해. 봉급도 많지만, 혹시나 황자님들 중 한 분의 눈에 들면 팔자 피….”
린이 친구의 말을 거침없이 잘랐다.
“그러면 말이야.”
아주 낮게 깔린 목소리와 무섭도록 굳은 얼굴까지. 친구는 저도 모르게 목 뒤로 침을 꼴깍 삼켰다.
“2년 후를 노려. 그 전에는 절대 오지 마. 누가 가라고 등 떠밀어도 버텨. 2년 후야. 명심해.”
그 말을 끝으로 린은 몸을 일으켰다.
날은 춘삼월이건만 린의 주변으로 서늘한 바람이 부는 것 같았다.
팔의 솜털이 곤두선 친구가 이미 저만큼 멀어진 린의 등을 멍하니 바라보다 벌떡 일어났다.
“2년? 그게 무슨? 린? 린!”
그녀를 잡으려는 듯 외치는 친구의 목소리를 뒤로한 채 린은 망설임 없이 집으로 향했다.
* * *
낡아서 조금 세게 밀면 부서질 듯한 집의 정문을 연 린은 곧바로 어머니와 마주했다.
2025.12.08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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