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표지
내게 복종하세요
profile image
견우
151화무료 3화

자유 연재

조회수 74좋아요 0댓글 0

왕세자에게 일방적인 파혼을 당하고, 자숙 차 오른 여행길에서 자유를 만끽하던 그때. [안녕.] 그것, 아니, 그를 깨워 버렸다. [나는 나타니엘.] 그가 말했다. [여기 사람들은 나를 ‘종말’이라 부르더구나.] 겨울의 왕 같은 아름다운 남자가, 권태롭고 오만하게 미소 지었다. *** “나가게 해 줘요.” 나타니엘이 손을 뻗었다. 키리에가 그것을 뿌리쳤으나, 뼈가 도드라진 흰 손은 오히려 더 느리고 부드럽게, 키리에의 귀와 뺨 근처를 어루만졌다. [그런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걸. 묶여 지내고 싶지 않다면.] 대답 대신, 키리에의 이가 나타니엘의 손가락을 깨물었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숙여, 키리에와 이마를 맞댔다. 코앞의 푸른 눈은 키리에의 보라색 눈동자가 불안에 흔들릴수록 더 황홀에 취하는 것 같았다. [옷은 알아서 벗도록.] 나타니엘이 엉망이 된 자신의 소맷자락을 내려다보며 사납게 미소지었다. [또 허튼짓하면 목줄을 채울 줄 알아.]

#로맨스판타지#나쁜남자#후회남#계략남#카리스마남#능력남#유혹남#집착남#냉정남#오만남#능력녀#철벽녀#냉정녀#도도녀#피폐물

1화








“그렇게 되었으니 파혼해 주게.”


3개월 만에 만난 약혼자, 이든 오레윈브리지의 말이었다.


키리에는 가만히 그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적당히 수려한 얼굴, 얼룩 없이 환히 빛나는 금발, 자신감 넘치는 녹색 눈동자, 보기 좋게 그은 피부. ‘누가 봐도 나 왕세자요’ 하게 생긴 그는 행복해 보였다. 키리에 없이도.


“설마…… 거절하실 생각인가요?”


키리에가 대꾸 없이 찻잔 손잡이만 만지작거리자, 이든 옆의 여자가 눈에 그렁그렁 눈물을 매달며 말했다.


루비니아 캐스너. 사랑스러운 금발에 녹색 눈동자를 가진 사교계 최고의 미녀.


그녀는 과장된 몸짓으로 이든의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저는 뷰캐넌 양이 제 부탁을 들어주실 줄 알았어요……. 저희는 이렇게 서로 사랑하고 있는걸요! 물러나 주실 수는 없는 건가요? 그렇게 저희를 방해하고 싶으신 거예요?”


키리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건만, 루비니아는 키리에가 이미 뭐라도 한 것처럼 행동했다.


비단 오늘뿐만이 아니라 근 1년간 계속.


정작 약혼한 두 남녀 사이에 끼어들어 상황을 이 지경까지 몰고 온 것은 루비니아였는데 말이다.


키리에는 소파에 몸을 묻은 채 지난 1년을 떠올렸다.


지독했다.


루비니아 캐스너는 지독한 여자였고, 이든 오레윈브리지는 그녀보다 더 지독한 남자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 정도로 키리에를 무시할 수는 없는 거였다.


엄연히 약혼자인 키리에가 있는데도, 왕세자는 모든 공식 석상에서 루비니아와 동행했다.


‘그럴 거였으면 차라리 나랑 약혼하지나 말든가.’


그는 처음에는 양다리가 부끄러웠는지 ‘루비니아와는 친구’일 뿐이라며 그렇게나 고결한 척을 했다.


그러나 6개월쯤 지나서는 아예 대놓고 다른 귀족의 무도회에서 은밀하게 입맞춤하는 모습을 보이기까지 했다.


이든을 사랑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화가 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온 사교계가 루비니아와 키리에를 비교하며 쑥덕댔다. 눈의 여왕이 봄의 요정에게 졌다느니, 아무리 예뻐도 여자는 살가워야 한다느니…….


약혼을 주선했던 국왕은 불같이 화를 냈으나, 결국 팔은 안으로 굽는 법이다.


‘저와 루비니아 양의 사랑이 그리 고까우시다면, 저는 오레윈브리지의 성을 내려놓겠습니다!’


말리면 더 불이 붙는다고, 이든의 폭탄선언에 국왕도 도리가 없었다. 왕세자를 잃을 수는 없을 테니까.


그 짓을 1년을 하고서야 드디어 파혼을 요청한다고 낯짝을 내민 것이다.


‘내 팔자가 어쩌다 이 꼴이 되었지?’


키리에가 남몰래 한숨 쉬었다.


“미안한 마음이 있기나 한가요, 왕세자 저하?”


“물론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네!”


냉랭한 키리에의 말에 이든이 ‘정말로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걸 보는 키리에의 속이 뒤틀렸다.


왜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먼저 사과를 요청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게다가, “그렇게 되었으니 파혼해 주게.”라고?


키리에는 일부러 손에서 찻잔을 놓지 않았다. 뭔가를 쥐고 있지 않으면 당장 주먹이 날아갈 것 같았다.


“할 말은 그게 끝입니까?”


냉정한 키리에의 말에 이든이 수치도 모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미안하게 되었어. 그렇다고 왕실이 뷰캐넌 가와 척을 지고 싶다는 뜻은 아니니 오해하지 말게.”


키리에가 웃었다. 그런 식으로 사람을 1년 동안 모욕해 놓고서 뷰캐넌 가의 힘은 빌리고 싶은가 보지.


백작가라고는 하나, 뷰캐넌은 시조 발라브리가 오레윈브리지의 건국도 함께한 개국 공신 가문이다.


특히 지방 귀족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뷰캐넌 백작가는 설령 왕실이래도 함부로 대할 수 없었다.


‘파혼은 하고 싶지만, 정치적 대립은 피하고 싶다는 거지. 알량하기 짝이 없어.’


키리에가 나직하게 한숨을 쉬었다.


“알겠습니다. 파혼 요청을 받아들이겠습니다.”


“정말인가? 고맙네!”


“다만 제가 받은 정신적 피해에 대해서는 충분한 보상이 있기를 바랍니다.”


냉연한 말에도 이든은 그저 신이 나는 듯했다.


“얼마든지! 키리에 양, 그대가 내 사랑을 이해해 주어서 무척 기쁘네.”


그는 그러고도 한참을 더 루비니아가 얼마나 사랑스러운 여인인지 떠들다가 떠나갔다.


키리에는 미간을 짓누르는 편두통에 인상을 쓰며 스툴 위로 늘어졌다.


객이 나가고 나서야 시녀인 안네마리가 빼꼼 고개를 내밀고서 방 안으로 들어왔다.


“괜찮으세요, 아가씨?”


“그래.”


“안네마리가 나쁜 사람에게 눈곱이 많이 끼는 주술을 걸까요?”


진심이 섞인 듯한 안네마리의 말에 키리에가 웃었다.


“괜찮아. 그보다 라벤더를 좀 끓여 줄래? 편두통이 도지네.”


“그럴게요. 안네마리는 차 끓이는 건 자신 있어요!”


안네마리는 작은 손으로 부랴부랴 찻잎을 가져오고 물을 데우기 시작했다. 잘그락거리는 안락한 소리에 그제야 살 것 같았다.


우여곡절이 있긴 했지만, 드디어 끝났다. 이제 저 지긋지긋한 루비니아와도 안녕이었다.


“그렇게 서로 죽고 못 살 거였으면서, 그깟 위자료 내기 싫어서 파혼을 미루다니…….”


키리에의 중얼거림에 안네마리가 콧잔등을 찡그렸다.


“이젠 다 끝났으니까 편히 쉬세요. 사람들도 캐스너 님 안 보게 되어서 좋다고 그랬어요!”


“사용인들이? 왜?”


찻잔을 받아들며 키리에가 물었다. 눈치 빠르게 단 쿠키를 내오던 안네마리가 투덜거렸다.


“왕세자 저하가 저택에 들르실 때마다 캐스너 님이 같이 오셨잖아요. 그때마다 캐스너 님이 엄청 얄미웠어요!”


“처음 듣는 이야기야. 그랬어?”


“네! 왕세자 저하가 아가씨가 애교가 없다고 하면, 캐스너 님이 웃으면서 ‘주변에 남자가 없을 테니 어쩔 수 없겠죠.’ 같은 말을 했어요! 그래서 안네마리도 사람들도 캐스너 님을 싫어했어요!”


“역시 찻잔이라도 던져 줄 걸 그랬네.”


다시 편두통이 심해졌다. 키리에는 연보랏빛 긴 머리카락을 늘어뜨리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루비니아 캐스너 자작 영애가 얼굴만큼 마음도 예쁘지 않다는 걸 키리에는 이미 알고 있었다.


‘애초에 마음이 예뻤으면 약혼자가 있는 남자랑 만나진 않았겠지.’


루비니아의 눈빛은 절대 아무것도 모르고 사랑에 빠졌을 뿐인 여자의 눈빛은 아니었다.


가장 최근, 셋은 건국 무도회에서 마주쳤다.


루비니아는 이든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입장했고, 별수 없이 키리에는 아버지와 입장했다.


본인이 남의 약혼자와 입장한 탓에 키리에가 아버지에게 에스코트 받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루비니아는 굳이 키리에 앞에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과장되게 주변을 살폈다.


‘뷰캐넌 양. 에스코트가 보이지 않네요. 어느 분과 입장하셨어요?’


‘아버지가 에스코트해 주셨어요.’


뷰컴즈 주식회사

대표 : 김학성 | 전화 : 1811-8389 | 이메일 : help@gling.co.kr

    고객센터이용 약관개인정보처리방침청소년보호정책유료 콘텐츠 제공 약관

사업자 등록번호 : 492-88-01088 | 통신판매업신고번호 : 2022-서울영등포-1768

주소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당산로 171, 13층 1301호

Copyright © viewcommz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