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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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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록
139화무료 4화

자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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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 스텔라. 성녀였던 그녀가 회귀 후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악녀로 나타났다! 전쟁통에 이 나라는 망할 것이다. 그때를 노려서 지긋지긋하게 썩어버린 이 나라를 가지려는데…이게 웬걸? 디데이까지 기다리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다. 이제 할만한 건 다 해봐서 재미가 없네. 그럼… 심심한데 연애나 해볼까? “나 남자를 좀 만나보고 싶은데.” “상대파 두목의 목을 따올까요?” “아니, 목만 있는 남자 말고. 사지 전부 다 달린 남자 말이야.” 그렇게 괜찮은 남자를 구해오라 했더니, 조직원들은 정말 괜찮은 남자들을 하나둘 납치해오기 시작하고…. “릴리 스텔라. 당신을 국법에 따라 즉시 처형한다.” 그중 한 명인 카단 드블란은 그녀의 목에 검을 갖다 대며 이상한 말을 지껄인다. 이 남자, 과거엔 그토록 애절했던 사람이지만…. ‘버릇없어.’ ‘퍼억!!!’ 그녀는 첫 만남에 그의 배에 주먹을 먹여 쓰러뜨려 버린다.

#로맨스판타지#후회남#다정남#능글남#회귀#역하렘#뇌섹남#직진남#유혹남#철벽남#존댓말남#뇌섹녀#사이다녀#나쁜여자#도도녀

1.





신이 내린 아름다운 외모.


그녀의 도자기 같은 피부는 한눈에 봐도 매끄러웠고,


보랏빛 눈동자는 보석같이 빛났으며,


금색 머리칼은 비단결처럼 굽이쳤다.


그녀가 바람결에 흩날리는 하얀 실크드레스를 입고 가지런히 서 있으면 경외심마저 들었다.


수백의 사람들은 그녀만 보면 바람에 풀 눕듯 일제히 엎드렸다.


“오오, 성녀님.”


숭배하듯이 등을 잔뜩 굽히고 바들바들 떨었다.


차마 올려볼 수 없는 빛나는 여신.


감히 그녀를 눈에 담으면 한순간에 눈이 멀어 버리리라.


그녀가 한 발짝 움직이자 그녀를 보좌하는 수십 명의 발걸음이 일제히 움직였다.


그녀 곁에는 항상 그녀를 존경하고 따르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중 가장 우직하게 곁을 지켰던 자는 젊은 기사단장, 카단 드블란.


무뚝뚝한 성품.


칠흑 같은 흑발에 살짝 그을린 피부.


짙은 눈썹에 자칫 사나워 보이는 인상.


그가 짙은 눈썹을 내리며 인상을 찌푸리면 그 모습에 살기가 가득해 그 누구도 감히 가까이 가지 못했다.


누구에게도 길들여지지 않은 들개 같은 존재였던 그는, 어느새 그녀를 볼 때면 그윽한 눈으로 변하곤 했다.


“성녀님.”


그가 경외심을 품은 눈으로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투박한 손이 보드라운 그녀의 손을 살며시 그러잡고 키스했다.


릴리 스텔라는 그의 머리맡에 축복을 내려주며 말했다.


“카단. 당신의 앞날에 신의 축복이 있기를.”


이윽고 하얀빛이 따뜻하게 그를 감싸 안았다.


며칠 후 카단은 황제의 명령을 받고 수천의 병사들과 먼 길을 떠났고, 사람들은 축제처럼 기뻐했다. 드디어 못된 이웃 나라 드락탄에게 본때를 보여줄 때가 왔다면서.


그리고 그해 겨울.


드락탄이 멸망할 거라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카단이 이끌던 군대는 처참히 무너졌다.


막대한 군비를 충당하기 위해 서민들은 죽어나고, 황궁은 더 이상 뽑아낼 돈이 없자 자국민을 탄압하기에 이르렀다.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참패.


그렇게 시리프 신성제국은 갑작스러운 종말을 맞는다.



***



귀족들은 패전 소식을 듣자마자 제일 먼저 보따리를 싸서 도망쳤다.


신전에 남은 식구들은 이제 어떻게 할지 뒤늦게 회의를 열었다.


결과야 빤했다. 이미 성곽까지 깨진 마당에 도망치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교황 시벨리우스는 깨질 듯이 아픈 머리를 싸매고 릴리를 바라봤다.


“성녀, 어찌하면 좋겠소.”


“그걸 성녀에게 물어 어디에 쓸 것이오? 신이 이미 우릴 버렸는데!”


기사 하나가 쾅, 원탁을 내려치며 벌떡 일어섰다.


릴리는 가만히 시선을 올렸다.


원탁 뒤쪽에 귀하게만 여겨지던 시리프 신의 동상이 두 손을 그러모으고 눈 감고 있다. 찬란한 날개가 천장까지 뻗을 것처럼 아름다웠다.


속으로 애써 불러 보지만, 대답 없는 시리프 신은 그저 아름다운 동상에 불과했다.


“어차피 우리 제국은 망할 대로 망했소. 우리도 도망칩시다.”


“그럴 수는 없소.”


“교황님도 아시잖습니까! 만약 우리가 드락탄을 몰아낸다 칩시다! 그래도 이 나라는 가망이 없어요!”


기사가 언성을 높이며 이를 악물었다.


교황, 이 우매하고 답답한 양반.


이 나라는 이미 종점을 향해 가고 있다.


바깥은 부패한 귀족의 사치와 조직 폭력배들의 무법지대로 변모했고, 이럴 바엔 차라리 망하는 게 나을 정도로 산지옥이 펼쳐졌다.


인간들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죽이고, 빼앗고, 범한다.


늦은 밤까지도 아이들의 찢어지는 울음소리와 여자들의 비명 소리가 쩌렁쩌렁 자정을 울린다.


그런 일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계속되고, 계속되고, 계속된다.


성문은 불타고, 민가엔 핏물만이 잔혹하게 찰랑거렸다. 마치 기나긴 우기처럼 핏물은 멈출 줄 모르고 계속 내렸다.


“성녀. 신은 진정 우리를 버렸단 말입니까.”


나이 든 교황의 푸른 눈이 마지막 희망을 갈구하듯 릴리의 하얀 얼굴을 간절하게 훑었다.


벼랑 끝에 내몰린 사람들은 마른 나뭇가지라도 붙잡고 싶은 심정이었으리라.


모든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릴리는 고개를 들었다.


지켜보는 침묵이 무거워 입이 쉽사리 떨어지지 않았다.


그녀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말했다.


“실은 며칠 전부터…… 신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그녀도 당황스러운 눈초리였다.


신에게 선택받은 아이.


평생을 그렇게 신의 목소리에 따라 살아왔다. 그런데 신은 이상하게도 이 중요한 순간에 침묵했다.


그녀도 영문을 모르겠다. 신이 카단에게 축복을 내리라, 전쟁에 참전시키라 하기에 보낸 것인데 일이 잘못된 지금은 어찌하여 가만히 침묵한단 말인가.


신에게 버림받았다는 진실을 마주해서일까?


잠자코 보고 있던 몇몇이 흥분해서 들고 일어났다.


형형한 기운이 감도는 그 눈동자 속에는 릴리를 향한 원망과 불신이 가득했다.


마지막까지 믿었던 친구에게 배신당한 사람들처럼 소리치며, 손가락질했다.


“내가 그랬잖아! 저 여자는 처음부터 전부 사기였다고! 신의 목소리가 들리기는 무슨…!”


“사기꾼! 모두를 기만한 죄로 쳐죽여 마땅하오!”


릴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잠자코 입을 닫았다. 처연한 눈동자엔 호수처럼 잔잔한 슬픔만이 담겨있었다.


마녀사냥이라 하던가.


상황이 이렇게 되니 적당히 죄를 뒤집어쓸 마녀가 필요해졌는지도 모르겠다.


기사들이 흥분하는 가운데, 교황이 그들을 한 손으로 저지하며 언성을 높였다.


“적당히들 하시오, 적당히들!”


교황은 평상시 걸어 다닐 때도 발소리 한 번 크게 내지 않는 얌전한 사람이었다.


과묵하고 이해심이 깊어 만인의 사랑을 받던 성직자.


그런 사람이 눈을 시뻘겋게 뜨고 소리치니 모두가 조용해졌다.


교황은 다시 한번 깊게 숨을 내쉬며 말했다.


“지금 누구 탓으로 돌린들 해결될 문제가 아니지 않소! 누구를 탓할 시간에 우리 제국을 어떻게 하면 되돌릴 수 있을지, 잔악한 일당을 어찌 소탕해야 할지 논해야 하오!”


“교황님, 우린 더 이상 전쟁에 보낼 군대도 없습니다. 그러니 제국은 제 처와 아이들을 지켜줄 수도 없을 거고요! 전 오늘 저녁 가족들과 떠나겠습니다. 더는 이 지옥에 아이들을 방치하고 싶지 않아요.”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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