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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연애의 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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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화무료 3화

자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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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을 사귄 게 저딴 새끼라니. 신예현 보는 눈 존나 없어 진짜…….” 7년간 만난 연인의 바람 장면을 목격한 날, 우는 모습을 숨기려 골목길에 들어섰던 예현은 정체불명의 남자에게 입맞춤을 당한다. “쉿, 자기야. 화 그만 내고 나 좀 봐주라. 응?” 남자의 정체는 5년 연속 사귀고 싶은 남자 랭킹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국민 배우 강이정. 스토커의 광적인 집착을 따돌리기 위해 그랬다며 사과를 한 이정을 보며, 예현은 오늘은 어지간히도 재수 없는 날이라 생각하고 넘기려 한다. 그러나……. [21세기 신데렐라의 등장, 사귀고 싶은 남자 1위의 비밀스러운 연인은?] 기자에게 그 광경을 찍혀 버린 탓에 예현은 하루 아침에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일반인이 되고 말았다. 사태를 수습하고 다시 일반인의 삶으로 돌아가려던 예현은 한 통의 문자에 마음을 고쳐먹게 된다. [그렇게까지 해서 내 마음 돌리고 싶었어? 내가 졌어. 결혼은 무리지만 애인으로라면 계속 옆에 있어줄게.] 바람 현장을 눈앞에서 들키고도 순진하게 결혼까지 생각했냐고 자존심을 짓밟아 놓을 때는 언제고, 뻔뻔스러운 전 애인의 문자를 본 예현은 결심한다. "계약연애 해요, 합시다. 대신, 할 거면 똑바로 해요. 누가 봐도 연인으로 보이게." 이 연애. 아주 완벽하게 해내고야 말겠다고.

#BL#오메가버스#달달물#후회공#연하공#미인공#능글공#무심수#연상수#소심수#상처수#계약관계#오해물#연예계물#현대

1화








“씨발, 좆같은 새끼.”


갑작스럽게 한 치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을 만큼 눈보라가 몰아치던 날, 그날은 예현에게 날씨만큼이나 짓궂은 날이었다.


“7년을 사귄 게 저딴 새끼라니. 신예현 보는 눈 존나 없어 진짜…….”


예현이 펑펑 울며 중얼거렸다.


평소 같았으면 부끄러워서라도 사람들이 가득한 길가에서 울지 않았겠지만, 갑작스러운 눈보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개를 숙인 채 걷고 있었기에 오늘만큼은 눈치 보지 않고 울 수 있었다.


‘너 좋은 사람이긴 해. 근데 너 열성이잖아. 게다가 그걸 커버할 만큼 배경이 받쳐 주는 것도 아니고……. 설마 진지하게 나하고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었던 거야?’


7년을 사귄 연인의 바람을 목격한 것만으로도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은데, 변명이랍시고 하는 말이 더 가관이었다.


아니, 애초에 그걸 변명이라고 할 수 있는지도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 나한테 할 말이 그것뿐이야?’


‘너 이렇게 순진한 애였어? 야, 이러니까 내가 나쁜 사람이라도 된 것 같잖아.’


차라리 그 자리에서 시원하게 뺨이라도 한 대 갈기고 나왔으면 지금 이렇게 울면서 거리를 걷고 있지는 않았을까.


예현은 7년을 사귄 연인에게 그런 소리를 듣고도 반박 한마디 하지 못한 채로 카페를 빠져나와야만 했다.


‘뭐야? 바람피운 거야?’


‘옷 입은 것 차이만 봐도 왜 헤어졌는지 약간 알 것 같지 않냐?’




피해자는 분명 예현인데, 카페에서 그 광경을 구경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예현을 비웃었다. 더 억울한 것은, 그 비웃음을 거절하기에 예현의 꼴이 너무 우스웠다는 거였다.


하필 오늘 늦잠을 자는 바람에 제대로 만지지도 못하고 급하게 나왔었다. 그 덕에 헝클어진 머리가 아직 다 정리되지 않은 상태였다.


머리만 엉망이었으면 그나마 다행이었지. 더 끔찍한 것은 오늘의 패션이었다.


지각을 면하기 위해 대충 잡히는 대로 입은 셔츠에는 어제 회식 자리에서 묻은 빨간 국물이 그대로 묻어 있었고, 바지 역시 제대로 펴지지 않고 구깃구깃한 상태였다.


겉옷은 또 어떻고. 하다못해 제대로 된 정장 재킷이라도 입고 있었다면 덜 모자라 보였을 텐데.


일찍 퇴근하는 날이라고 들떠 가진 옷 중 가장 따듯하지만 가장 못생긴 외투를 입고 나왔었다.


그런 예현에 비해 잘난 애인, 아니. 전 애인과 그 바람 상대의 옷은 너무나 단정했다. 꼴에 데이트라고 힘을 준 모습이 꽤 멋잇어 보이기까지 했었다.


결혼 생각이라도 했었냐고. 그래, 했었다. 아직 28살이니 당장 올해 결혼할 생각은 아니었어도 나름대로 규진과의 행복한 미래를 꿈꾸고 있긴 했었다.


내년이나 내후년쯤에는 결혼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겠지. 그런 되지도 않는 기대를 하며 가끔 웨딩 후기나 신혼여행 꿀팁이라고 적힌 게시물들을 부러 찾아보곤 했었다.


그런데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옆에 있던 인간은 우성이겠지…….”


예현이 코를 훌쩍거리며 중얼거렸다. 오늘따라 유난히 구렸던 예현의 옷차림과 어울리지 않는 차분한 카페 안에서 만난 두 사람은 억울할 정도로 잘 어울렸다.


앞에 앉은 오메가가 사랑스럽다는 듯이 웃으며 입가에 묻은 크림을 닦아 주던 알파가 자신의 연인만 아니었다면 예현 역시 두 사람을 참 보기 좋은 커플이라고 생각했었을 것이다.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예현을 바라보던 여자는 척 보기에도 사랑스러워 보이는 사람이었다.


“가방, n 브랜드 신상이었지. 블라우스도 비싼 거였고.”


예현은 잊으려야 잊을 수 없을 것 같은 장면을 다시 떠올리며 말했다. 규진의 바람 상대인 여자는 꽤나 괜찮은 집안의 사람인 것 같았다.


예현의 두 달치 월급을 쏟아부어도 살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지 않는 비싼 가방, 얼마 전 큰맘 먹고 지른 새 핸드폰 가격과 맞먹는 가격의 블라우스.


NW 그룹의 삼남인 규진이 결혼을 운운하며 만나고 있는 사람이니 당연히 웬만한 재력가의 일원일 것이었다.


“킁, 언제는 그런 거 다 상관없다고 했으면서. 개새끼.”


넉넉하지 않은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나 가진 거라곤 남들보다 조금 좋은 머리 하나뿐이었던 예현에게 규진은 늘 기적 같은 사람이었다.


전액 장학금을 받고 들어간, 최상위 학교라고 하기엔 조금 애매한 급의 대학교에서 만난 한 살 연상의 동기.


재벌가의 자식이라고는 하지만 경영 수업을 받는 것도 허락받지 못한 삼남이라고, 내놓은 자식이니 딴 세상 사람처럼 보면 섭섭하다고 지껄이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은 게 잘못이었다.


‘딴 세상 사람으로 보지 않는 걸로는 부족해. 나는 예현이 네 세상의 사람이 되고 싶어.’


그 말을 들었을 때는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하고 들떴었는데, 결국 다 부질없는 꿈에 불과했던 거다.


“내 세상의 사람은 무슨. 재벌가 도련님의 유희에 불과했던 거겠지.”


너 열성이잖아. 게다가 그걸 커버할 만큼 배경이 받쳐 주는 것도 아니고.


억울하지만 부정할 수는 없는 말이었다. 우성 알파에 좋은 집안, 잘생긴 외모와 뛰어난 사교성까지 갖춘 규진에 비해 예현은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이었다.


가진 거라고는 남들보다 좀 더 뛰어난 머리와 귀염상이라는 소리를 듣는 외모뿐.


머리부터 발끝까지 치장한 것이 예현의 연봉과 맞먹어 보이는 사랑스러운 우성 오메가 아가씨에 비하면 예현에게는 아무런 메리트가 없었다.


그래, 인정한다. 인정하지만, 그럴 거면 차라리 헤어지자고 말이라도 했어야지.


그랬으면 누구랑 붙어먹든 말든 깔끔하게 규진은 다른 세상 사람이니 기대하는 자신이 바보 같은 거라고 생각했을 텐데. 이렇게까지 비참하지는 않았을 텐데.


“우으…….”


예현은 울컥,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지 못하고 그대로 멈춰선 채 눈물을 뚝뚝 떨어트렸다.


“바빠 죽겠다며……. 연락 못 해서 미안하다며…….”


[자기♡ : 내일은 시간 날 거 같아. 7시에 퇴근하니까 집에서 기다리고 있어 자기]


갑자기 일이 바빠졌다면서 연락이 더뎌지고 만나는 횟수가 줄어든 것이 두 달째에 접어들었지만 단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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