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내가 죽는 걸 보고 싶은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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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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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연재 | 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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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사랑해요.” 스파이로서 할 수 있는 최악의 말을 내뱉었다. 이 대륙에는 브란츠마르크와 몬타리안이라는 두 강대국이 있고, 그 국경 한가운데에는 침략과 식민 지배를 반복해 온 소국 더스틴이 있다. 그리고 우리는 나라를 잃은 채, 강대국에 붙어 사는 더스틴 출신들이다. 더스틴 사람들이 살아남는 방법은 단 두 가지뿐이다. 출신을 숨긴 채 자국민 행세를 하거나, 양국의 스파이가 되어 또 다른 방식으로 출신을 숨기거나. 나는 전자로 살다가, 얼떨결에 후자가 된 경우였다. “발포 명령을 내려주세요. 내가 그 사람한테 우리 작전을 전부 털어놓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죽여야 해요.” 그래서 아마, 이런 말을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전문 스파이 교육을 받은 그들이, 내 말의 의미를 이해해 줄 리는 없었다. 끝내 발포 명령은 내려지지 않았고, 나는 결국 혼자 총을 들고 표적의 방으로 향했다. 진짜 손만 까딱하면 됐는데, “나랑 도망가요.” 그걸 해내지 못했다. 그리고 그 말을 내뱉는 순간, 허벅지에 구멍이 났다. 내가 끝내 하지 못한 그 까딱을, 표적은 망설임 없이 해낸 것이다. 아마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내 인생이, 정말 엉망으로 꼬이기 시작한 게. 그렇게 지금까지 살아온 경과, 나를 사랑한 모든 남자들은, 사실 내가 죽는 걸 보고 싶어 하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살아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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