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 연재 | 글링
제국의 검, 철혈의 여인으로 불리는 황녀 로웨나. 전생에서 대한민국의 평범한 시민이었던 그녀는 망할 전제 군주제를 혐오한다. 그 안에는 망나니 약혼자와의 결혼을 밀어붙이는 황제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파혼을 두고 말도 안 되는 조건을 제시하는 것이다. ‘저 미친놈이랑 부부로 엮이느니 차라리 혀를 깨물고 말지.’ 그동안 원작 속 로웨나가 겪는 ‘한량 남편과의 결혼 생활’ 끝에 비참한 최후만은 절대 따라가지 않기 위해 온갖 발악을 다 했다. 그렇게 겨우겨우 이야기를 비틀어 놓았더니만— “전하께서는 지금 황실과 얽혀도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 없는 배우자를 찾고 계시지요? 전하께서 제 자유를 보장해주신다는 조건 하에 기꺼이 내어드릴 수 있습니다.” 일명 천사표 여주라고 불리던 원작 소설의 여주인공이 찾아와 대놓고 솔깃한 제안을 건네지를 않나. “지금이라도, 내가 오라버니의 도리를 다하게 해다오.” 평생을 대면대면하게 굴던 오라비마저 어느 순간 태세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이왕 원작 소설 내용이 전부 다 엉망이 되어버린 것, 망나니 약혼자와의 결혼이라도 피해야 되겠다. “그거 알아? 네 누이가 자유를 대가로 다름 아닌 너를 팔았어.” “설마, 전하께서는 그 제안을 수락하셨고요?” “솔직히 말해서 그 망나니보다는 네가 훨씬 더 나았거든. 그러니까 잔말 말고 얌전히 내 팔짱 끼고 버진로드 입장하지?” 이것이 로웨나가 정적의 아들이자 자신의 호위 기사인 사내를 남편으로 삼은 이유였다. 원래 계획은 간단했다. 쓸데없이 잘생기고 필요 이상으로 절륜한 이 남편을, 원작이 끝날 때까지만 ‘안전하게’ 데리고 있다가 돌려보내는 것. “어차피 처음부터 저를 괴롭히실 목적으로 곁에 두신 것 아니셨습니까. 이젠 질린 장난감은 손에서 놓으실 줄도 아셔야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남편이 눈에서는 미련과 욕심이 가득한 주제에, 뒤로는 태연한 척하며 뒷걸음질 친다는 점이다. 이렇게 잘생기고 잘난 남자를 그냥 보내 주는 건 국가적 손해 아닌가? 그렇다면, 잡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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