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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더러 천사라니 후회할 거다
샤플리얄
11화무료 11화
자유 연재 | 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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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하위 서열 악마가 인간으로 빙의, 선행을 적립하다. 선과 악, 그 사이를 가볍고 경쾌하게 거닐다.

공모전 참여작

[07:07:06] 육십진법을 쓰는 인간의 시각은 정확하게 6시 66분 66초를 가리켰다.

 

권영준의 눈이 저절로 떠졌다. 잠에서 깬 그를 그의 어머니가 내려다보고 있었다. 언제부터 그랬을까. 그로서는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영준아, 출근 안 늦었니?”

 

대답 대신 어머니의 시선을 피했다.

 

당장에 출발한다 해도 지각은 맡아 둔 상태였다.

 

‘지금 어떤 상황인지 뻔히 아시면서’

 

아침 밥상이 차려져 있지만, 먹을 수 없었다. 출근 시간에 늦었다. 양치질도 세수도 생략했다. 반드시 잡아타야 할, 버스와 지하철의 배차간격이 이미 저 멀리 밀려나고 있었다.

 

‘왜 깨우지도 않고 말없이 바라보셨지?’

 

“하도 곤하게 자고 있어서 미처 못 깨웠다. 미안하다.”

 

영준의 속을 훤히 들여다보는 듯한 투로 말하는 어머니였다.

 

“또, 그 소리!”

 

영준은 어머니를 노려보았다.

 

‘자식 배려한답시고 제시간에 깨우지 않은 게, 이번까지 몇 번째냐고요!’

 

더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그걸 입 밖으로 내뱉었다간 어머니에게 상처를 줄 것 같아서 그만두었다.

 

“그거 아시죠? 너무 착해빠지신 거.”

 

“미안하다, 난 그냥… 어제 퇴근하는 널 병원까지 다녀오게 한 것 같아서.”

 

진단서니, 치료비 청구서니 하는 것까지 몽땅 월말까지 미룬 건 정작 영준 자신이었는데, 어머니 당신께서 잘못한 것처럼 끌어안으셨다. 어머니가 고치지 못하는 습관 중에서 영준이 가장 답답해하는 부분이다. 혹시 자신이 잘못되기라도 하면 이 험한 세상을 어떻게 헤쳐 나가시려고 저러실까 하는 마음뿐이었다.

 

“아, 됐어요. 갈게요.”

 

“밥 한술이라도 어떻게… ?”

 

“지금 출발해도 늦는다고요!”

 

어찌어찌해서 지선버스는 잡아타는 데 성공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지하철로 갈아타는데 역시 만원이다. 평소보다 훨씬 많은 승객이다. 아니, 이만 원쯤 되려나. 하지만,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영준은 사람들을 힘을 써서 온 몸으로 밀었다. 몸뚱이가 으스러질 것만 같았다. 계란으로 바위를 밀어내는 느낌이랄까. 영준은 ‘내가 이 정도인데’ 다른 사람들은 오죽하겠나 싶었다. 계란이 바위에 부딪혀 깨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최소한 바위를 계란으로 더럽힐 수는 있겠지 하는 이기심이 작동했다.

 

‘썩은 계란이 더러우면 바위가 피하시지.’

 

“죄송하지만, 안쪽으로 좀 들어가 주세요!”

“더는 들어갈 곳이 없어요.”

“야! 그만 밀어!”

 

반 발짝만 더 밀면 어떻게 될 거 같은데, 안 될 것 같다. 머릿속에서 어떤 음성이 재생되고 있었다. 신의 음성과는 비교도 안 될 호통이었다. 그건, 독수리의 목소리였다. 군에서 유격훈련을 시키는 조교들을 보통 ‘독수리’라고 부른다.

 

‘마지막 구분 동작까지 확실하게 합니다! 알아들었슴까!’

‘네, 237번 올빼미! 알겠습니다.’

‘누가 유격장에서 “네~”라고 하랬슴까! 모든 구호는 “악!”입니다. 알겠슴까!’

‘악!’

 

영준은 죽을 힘을 다해서 밀어붙였다.

 

- 악! 으악! 아아악!

 

전철 안은 이미 올빼미 소굴이었다.

 

‘한 번만 더!’

 

발이 거의 다 들어왔다. 한 발만 온전하게 들여놓으면, 다른 발은 잡아당기기만 해도 될 것 같았다.

 

- 출입문 닫습니다 출입문 닫겠습니다 가방이나 발이 걸리지 않도록 주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문이 닫혔다. 도로 열렸다.

 

‘누구야?’

‘그냥 내리고 다음 것 타요!’

 

절대, 그렇게는 못 해주겠다. 이번 건 급행이라서 다음 걸 탄다는 건 생각도 하기 싫었다.

 

‘아 휴우, 비켜요. 내릴게요. 나 대신 타던가…’

 

마음씨 좋게 생긴 아저씨가 한 명분의 자리를 내줬다.

 

“감사합니다…”

라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영준의 뒤에 숨어있던 학생이 인파 속을 파고들었다.

 

끝내 출입문이 닫혔다.

 

제 자리를 내어줬던 아저씨가 먼 산을 바라봤다. 영준도 그와 대면하기에 어색했다.

 

희망이 툭 하고 끊어지는 소리가 나자, 오히려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놓친 전철을 탔어야 살 수 있었는데 하는 생각이 멀어져가는 걸 지켜보았다.

 

‘출근해도 어차피 죽은 목숨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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