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태자?됐고, 공작과 결혼하겠습니다.
깔끔한 감기약🌀
1화무료 1화

자유 연재 | 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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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숨을 다해 그대를 지키겠습니다.” 세상 마지막 드래곤은 한 인간 여인을 사랑했다. 그들의 사랑은 라인베르크 초대 공작으로 이어졌고, 후손들은 평생 단 한 명의 반려에게 ‘드래곤의 심장’을 바치는 운명을 지녔다. 그 맹세는 세월과 죽음을 넘어, 반드시 주인을 찾아간다. 그러나 아네스 벨마르티아의 전생은 황실의 음모와 배신 끝에 죽음으로 막을 내렸다. 죽음의 끝에 다시 눈을 뜬 순간, 그녀에게 주어진 두 번째 삶. 이번 생에서 아네스가 택한 길은, 북부의 공작부인. 북부 공작가의 후계자, 에반 라인베르크. 차갑지만 깊은 순애를 품은 사내. 전생의 기억을 지닌 그의 눈에는 아네스를 향한 죄책감과 지켜내고자 하는 결의가 동시에 서려 있었다. 계약으로 시작된 관계는 북부의 비밀, 황실의 계승권 전쟁, 전생에서 풀지 못한 회귀의 진실 속에서 다시 뜨겁게 얽히기 시작한다. 이번 생에서, 두 사람은 함께 운명과 제국의 거대한 음모에 맞서 잃었던 모든 것을 되찾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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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당 앞 광장은 해맑은 햇살로 가득했고, 축제를 방불케 하는 인파가 거리를 메웠다.

수많은 제국민이 거리에서 꽃잎을 흩날리며 두 사람의 새로운 시작을 축복했다.

 

평소 검소한 삶을 살았던 벨마르티아 백작도 이날만큼은 온 제국이 놀랄 정도의 성대한 결혼식을 준비했다.

사랑하는 딸을 위한 단 한 번의 사치였다.

 

대성당은 고풍스러운 장미창과 대리석 기둥이 어우러져 빛을 받아 황금처럼 반짝였다.

새하얀 장미와 청금석 장식으로 꾸며진 예식장은 순백의 성역처럼 장엄했고, 하객들의 탄성 속에 거대한 종이 울려 퍼졌다.

 

대성당으로 입장하기 전 아네스는 자신도 모르게 부케를 잡은 두 손을 꽉 움켜쥐고 있었다.

 

'이미 한 번 겪어봤던 일이잖아, 이건 아무것도 아니야.'

 

긴장한 그녀가 속으로 되뇌던 순간, 검은 예복 위로 금빛 자수가 얹힌 망토를 걸친 에반이 다가왔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손을 내밀었다.

 

그때 아네스는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전장을 누빈 공작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던 것이다.

황실조차 함부로 못 하는 북부의 사자가, 고작 결혼식에서 긴장하고 있다니.

그 사실이 묘하게 마음을 건드려서 아네스는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려는 것을 애써 눌러야 했다.

 

그의 크고 따뜻한 손을 잡는 순간, 에반의 떨림이 멈췄다.

마치 그녀의 손길 하나로 진정된 것처럼.

그 대신 어딘가 이질적인 감정이 아네스의 심장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축복의 음악이 울려 퍼졌고, 천천히 이끄는 그의 걸음에 맞춰 그녀가 발을 내디뎠다.

아네스가 천천히 발을 내디딜 때마다 붉은 융단 위로 순백의 드레스 자락이 조용히 흘러내렸다.

장중한 음악 속에서 모든 이의 시선이 그녀에게 집중되었다.

그리고 그녀의 옆엔 어느 누구보다도 조심스럽게 그녀를 에스코트하는 에반이 함께했다.

하객석 곳곳에서 탄성이 터졌고, 모두의 시선이 두 사람에게 쏠렸다.

 

"저 두 분, 정말 잘 어울리시네요."

 

"북부의 공작과 벨마르티아의 영애라... 제국 최고의 혼인이야."

 

귀족들 사이에서 감탄 섞인 속삭임이 퍼져나갔다.

 

에반의 눈동자는 여전히 깊고 차분했지만, 그 안엔 따뜻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

 

"지금 이 순간, 당신과 함께 할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에반은 조용하지만 단단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아네스는 긴장한 듯 작게 웃어 보였다.

 

버진로드의 끝자락, 황태자 카일이 무표정하게 앉아 있었다.

겉으론 심드렁한 듯 보였지만, 그의 눈동자가 사냥감을 노리는 여우처럼 붉게 일렁였다.

순백의 드레스 아래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서 있는 아네스는 대성당의 장미창 아래 이미 황후의 위엄을 갖춘 여인이었다.

그녀를 자신의 옆자리에 세울 수 없다는 것만으로 속이 뒤틀리는 듯했다.

카일의 손가락이 팔걸이를 천천히 긁었다.

그런 그의 뒷자리에는 자신이 신부라도 되는 양 한껏 설레어하는 소녀의 눈을 한 셀레나가 드레스를 매만지고 있었다.

 

아네스와 에반은 두 사람을 지나쳐 성전 앞으로 나아갔다.

 

사제가 두 사람 앞에 섰다.

대성당 안이 고요해지고, 수백 개의 시선이 제단 위로 집중되었다.

 

"라인베르크 공작 에반은, 벨마르티아의 아네스를 평생의 반려로 맞이하시겠습니까."

 

에반의 대답은 망설임이 없었다.

 

"예."

 

짧지만 단단한 한 글자가 대성당 안을 울렸다.

그 목소리에 담긴 확신이 얼마나 깊은지, 아네스는 잡힌 손에서 전해지는 온기로 느낄 수 있었다.

 

"벨마르티아의 아네스는, 라인베르크 공작 에반을 평생의 반려로 맞이하시겠습니까."

 

아네스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이건 계약이야. 3년 후면 끝나는 관계야.'

 

그렇게 되뇌었는데, 이상하게도 잡힌 손의 온기가 자꾸만 마음을 흔들었다.

 

"……네."

 

대답하는 순간, 에반의 손에 아주 살짝 힘이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마치 그녀가 도망갈까 봐 불안했던 사람처럼, 그 한마디에 안도한 것처럼.

그 미세한 힘에 담긴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져서 아네스는 심장이 또 한 번 이상하게 뛰는 것을 느꼈다.

 

"신랑은 신부에게 입맞춤을 하십시오."

 

대성당이 조용해졌다.

수백 개의 시선이 두 사람에게 집중되었다.

 

전생에서 카일은 형식적으로 입술에 입맞췄다.

차갑고 의무적인 접촉이었다.

그것은 축복이 아니라 소유의 선언이었고, 아네스는 그 순간 자신이 새장에 갇혔음을 직감했었다.

 

하지만 에반은 달랐다.

 

그는 천천히 몸을 숙여 그녀의 눈높이에 맞추었다.

깊고 어두운 눈동자가 그녀를 담았다.

그 안에 일렁이는 감정을 읽으려는 순간, 에반의 입술이 조심스럽게 그녀의 이마 위에 닿았다.

 

아주 가볍게.

그리고 깃털이 내려앉듯 부드럽게.

 

그것은 욕망이 아니라 존중이었고, 소유가 아니라 서약이었다.

마치 '당신이 원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에반이 몸을 일으켰을 때 그의 얼굴은 여전히 무표정했지만, 귀끝이 옅게 붉어져 있는 것을 아네스는 놓치지 않았다.

전장에서 수만의 적을 베어온 공작이 고작 이마에 입술을 대는 것만으로 얼굴을 붉히고 있다니.

 

'……뭐야, 이 남자.'

 

아네스는 저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올 뻔해서 고개를 숙여야 했다.

 

박수가 터지고 꽃잎이 쏟아지고 환호가 대성당을 채웠지만, 아네스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오직 그의 손에서 전해지는 온기와, 이마에 남은 입술의 감촉만이 선명했다.

 

**

 

이 성대한 결혼식은 몇 달 전, 아네스의 발칙한 제안에서 시작되었다.

 

"공작님께 계약 결혼을 제안합니다."

 

아네스 벨마르티아는 한 치의 떨림도 없이 말했다.

 

그리고 알고 있었다.

이 말 한마디로 황실을 적으로 돌리게 되리라는 것을.

 

그럼에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번 생에서는 절대, 미련하게 끌려다니지 않겠다고 다짐했으니까.

 

라인베르크의 수도 타운하우스 응접실은 넓고도 조용했다.

두꺼운 석벽과 높은 천장, 북부 특유의 단단한 구조.

바깥에서는 잔잔한 눈이 내리고 있었고, 그 고요는 폭풍 전야와도 같았다.

 

맞은편에 앉아 있는 남자.

제국의 방패, 에반 라인베르크.

황실조차 함부로 하지 못하는 북부 공작이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네스 영애."

 

낮고 단정한 불필요한 장신이 전혀 없는 목소리였다.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는 이미 그녀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이어 그가 담담히 말했다.

 

"헌데 갑자기 계약 결혼을 제안하신다니요, 저를 찾아오신 이유가 무엇입니까."

 

질문은 공손했지만 그의 시선은 어딘가 정제되지 않은 거침이 보였다.

 

'이 남자는 쓸데없는 시간을 허용하지 않는다.

필요 없는 말, 쓸모없는 감정, 의미 없는 방문.

그 모든 것을 확실하게 잘라내는 사람이다.'

 

아네스는 혼자만 아는 그와의 재회에서 어딘가 많이 변해버린 듯한 그의 모습에 잠시 침묵했다.

머릿속에는 수많은 말들이 스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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