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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 내 운명을 사랑하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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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향
25화무료 25화

자유 연재 | 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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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로 왔다. 이 세상을 구하고 원래 세상으로 돌아가는 조건으로. 내게도 이득이 돌아오는 일이었고, 조금 힘들긴 해도 재밌는 일화 정도로 생각하며 시간을 보내고 돌아가고자 마음 먹었다. 눈길 가던 한 여인이 고백하더니 답을 듣기도 전에 죽어버리기 전까지는.

공모전 참여작#로맨스판타지#동양풍#성장물#짝사랑녀#냉정녀#순진녀#상처녀#다정남#능력남#대형견남#순정남#서브남주있음#드라마#재회물

사특한 불꽃을 꺼뜨리는 비가 온 세상에 떨어지고, 오랜 마물과의 전쟁 끝에 황폐해진 땅에는 서서히 새싹들이 피어났다. 이는 한 순간에 벌어진 일이기에 척 봐도 이질감 들었으나 강 나래는 느리게 회복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했다.

그야 이 모든 건 고난의 끝을 알리는 아름다운 초록이니.

자연의 분노는 끝나지 않았으나 어느 정도 수습되었으며 이제 곧 안정기가 찾아올 테다. 앞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은 상당히 줄어들겠지.

강 나래는 가만히 주변을 지켜보다가 불가능할 것 같던 이 순간을 가져온 용사 에웬과 무당 묘운에게 다가갔다. 그 둘은 서로 끌어안은 채 앉아 있다가 그대로 풀밭에 누웠다.

“뭐야, 에웬. 일어나.”

“싫어. 몸이 피곤해서 조금 더 누워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우리 묘운 공주님도 말이지.”

“공주가 아니라 옹주라니까요.”

“그거나 그거나.”

참으로 사이 좋은 연인들 사이에 끼어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걸 깨닫자 나래는 근처에 앉아서 다른 이들을 기다렸다. 이곳이 아닌 다른 곳에도 매화 꽃이 피고 초록이 피어났을 테니 분명 다른 동료들 또한 상황이 끝났음을 알고 달려오리라.

예상과 다를 바 없이 하나둘 동료들이 이곳으로 찾아왔다.

“나래애! Tá tú anseo! Tá daoine eile ann freisin?!(여기 있었구나! 거기에 다른 사람들도 있나요?)”

요정 투라흐부터,

“위니, 묘! 에웬!”

티격태격 하면서 돌아오는 성직자 요한과 마녀 샬롬도,

“링라이! 미아오윈!”

라몰제국의 황자 바타르까지.

급한 불씨가 꺼졌다는 걸 확인한 동료들이 하나둘 이곳으로 왔다. 하나 같이 다치거나 흙먼지를 뒤집어 써 만신창이였으나 표정은 밝아보였다. 아마도 요한의 표정이 좋은 걸 봐서는 함께 싸우러 온 다른 이들도 상당수 살아있는 걸로 보였다.

바타르는 도착한 즉시 사람을 몇몇 모였는지 세어보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나래에게 다가왔다.

“시샤… 아니, 그러니까 서하 양은 어딨습니까? 링과 같이 있었던 걸로 아는데…”

“오던 길에 중간에 헤어졌어요. 불길이 너무 거세던 순간이 있었거든요. 자신이 해결 할 테니 먼저 가보라고.”

“그래도 벌써 왔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왜 안 오지? 바타르는 그런 의문을 드러냈다.

“천천히 오고 있지 않을까요?”

강 나래는 가볍게 대꾸했건 만, 바타르의 의문이 아주 밑바닥에 있던 작은 걱정까지 수면 위로 올렸다.

분명 서하와 헤어진 곳은 다른 동료들이 가기로 한 곳보다 몇 배는 가까운 곳이다. 그런데 어째서 오지 않는 걸까. 서하에게 한 달 전 마음을 고백 받았으니 모든 일이 끝나고 답해주기로 약속했었는데. 답은 돌려주고 떠나야 하는데.

그 불굴 같은 여인이라도 다치긴 했겠지만 큰 일이 일어났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서 그저 한가하게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던 나래였기에 금방 불안해져서 내려놓았던 물건을 들고 일어섰다.

“찾아보러 가겠습니다.”

“나, 나도! 같이 갈래! 사랑스러운 태양님의 기운은 곁에 있으면 기분 좋으니까!”

“나도 갈게. 고향으로 가기 전에 무사님한테 해야 할 말이 있거든.”

“… 그럼, 가시죠.”

나래는 투라흐와 샬롬과 함께 왔던 방향을 거슬러갔다.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수록 불안한 마음을 억누르기 힘들었다. 대답해주기로 한 것에 한 마디도 하지 못하게 될까 봐, 그 동안 해왔던 약속들 중 그 어떤 것도 지키지 못하게 될까봐, 혹여나 죽기라도 했을까 봐 심장이 거세게 띄었다.

그야 바로 고백의 답을 주지 않았던 건, 바로 답을 들었다 감정이 흐트러지기라도 할까 싶었던 탓이기에. 어색해지고 싶지 않아서. 그랬던 복잡한 생각에서 기원 되었던 건지라.

온몸으로 불안을 느꼈다.

그렇게 한참을 걷던 중 서하가 언제나 들고 다니던 녹현월이 바닥에 꽂힌 게 눈에 들어왔다. 그 주변에는 온갖 초록들이 나 있어서 기이하게 느껴졌다. 그야, 녹현월을 잡고 있는 여자의 모습은 온몸이 불 타 머리카락도 피부도 상한 채로 쓰러져 있었으니까.

“앗, 저게 우리 노을이 아니야? 그런데 노을이 왜…”

나래는 말 없이 투라흐가 손가락질 한 곳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거의 시체와도 같은 상태가 된 여자의 상태를 보다가 자신이 선물한 적 있던 날개 모양 은비녀가 머리에 달린 걸 확인하고는 그대로 품에 안았다.

“서하 양, 들리세요?”

“잠깐, 무사님. 상태가…”

옷차림이 아닌 형상만 본다면 서하가 맞는지도 모르겠던 이는 한 순간에 멀어버린 눈동자가 힘겹게 구르며 나래 쪽을 바라보았다. 마치 물음에 나 있어요, 하고 대답이라도 해주는 것처럼.

그 순간 나래는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지는 것 같은 감각을 느꼈다.

“샬롬, 요한 좀 불러와주실 수 있나요? 투라흐는 어떻게든 치료를 좀…”

“헉, 알겠어!”

“요한 그 녀석이 내 말을 들을지 모르겠지만… 뭐.”

샬롬은 나래의 표정을 가만히 살펴보더니 혀를 쯧 찼다. 황당한 것을 보겠다는 양.

나래는 요한을 포함한 그대로 치료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 찾아올 때까지 서하의 몸을 지혈했다.

한참을.

정신 없이.

자신이 원래 세계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 마저 잊어버린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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