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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남을 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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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능력 좋네." "당신도 여전하네." 지겹도록 곁에 있었던 연인, 5년이 지난 후에도 똑같은 모습인 건후와 서정은 서로에게 진절머리가 난다. 비슷한 감정 속에서 오는 대립의 악은 5년 전에도 같았다. 한 명의 인간으로서 좋은 사람이라 함께 했을 때 더 맞지 않는 충돌은 그들에게 영원히 남은 숙제가 되었다. 하늘의 인연이라도 존재하는지 같은 사건의 상대편으로 만나게 된 두 사람에게 마음 속의 응어리를 풀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다.

공모전 참여작#로맨스#현대#수사물#법조계#친구>연인#외유내강#법조인#능력녀#능력남#서브남주있음

"나는 당신이 세상에서 사라졌으면 좋겠어."

 

 

 

어제 매몰차게 그 말을 전한 이가 검사석에 앉아있는 법정 안으로 들어섰다.

 

"피고인 변호를 맡은 선정 법무법인 소속 윤서정 입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피고인 변호인, 늦게 된 마땅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피고인의 무죄를 입증할 증거를 전달 받고 오느라 늦었습니다."

"일단 자리에 앉으세요."

"감사합니다."


차분한 검은색 정장과 어울리는 검은색 구두 소리가 정확히 10번이 울리자 재판은 다시 시작됐다.


"피고인 측 변론 시작하세요. 

"세간에 퍼진 기사들을 보면 모두 피고인의 책임으로 돌리고 잇습니다. 특히 피해자를 향한 피고인의 잘못된 애정의 분노가 계획적으로 범행을 설계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 문장이 그 분위기를 더 가중 시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자료를 보시면 인과 관계가 완전히 틀린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피고인이 피해자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의학전문의에게 상담을 받은 내용을 일부 공개했다.

  

"잘못된 애정이라는 타이틀은 오히려 피해자 앞에 자리 잡아야 할 것 같습니다. 전문의 소견을 보면 피고인은 동거안으로부터 지속적으로 관계에 대한 압박감을 받아왔고 그로 인해 일상 생활이 돌아가지 않을 만큼 스트레스가 극심해 정신적 불안증이 염려된다는 의견입니다. 제가 보여드린 자료는 극히 일부분이며 원본을 증거로 제출 합니다."

 

 

한 달 전 세상을 떠들썩 하게 만들었던 사건, 그들의 주변인들은 하나 같이 서로를 가장 소중하게 사랑했던 사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양가 부모님의 허락을 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혼인 서약까지 맺은 피고인과 피해자는 평생을 함께 할 인생의 동반자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피고인은 피해자가 본인을 향한 사랑을 넘어선 소유욕을 느꼈다고 진술했다. 

가벼운 집착을 시작으로 평범한 회사원이던 피고인을 함께 거주하던 집에 며칠을 가둬두는 행동까지 서슴지 않았다고 했다. 

거진 3년 간 잘못된 애정을 갈구하는 피해자의 요구를 견디고 또 견뎌내야 했던 피고인은 이별을 고했고 받아들이지 못한 피해자가 흉기로위협을 가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피고인은 정말 미치도록 살고 싶었다고 했다.

3년을 우리 속에 갇힌 동물처럼 살았는데 그렇게 살 수 밖에 없는 원인을 제고한 사람의 손에 죽기 싫어서 먼저 범행을 저질렀다고 토로했다. 

살인은 법적으로 어떤 이유든 해서는 안 되는 범행인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또한 피해자가 피고인을 향한 거침없는 폭언이 담긴 대화 내용과 피해자 폭력으로 인한 피고인이 입은 상해를 찍은 사진까지 추가로 제출합니다."

   

하지만 위협에 처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우발적으로 하게 된 살인은 피고인이 완전한 가해자도 피해자가 완전한 피해자도 아니게 된다. 

어느 한 사람도 가해자 피해자로 나눌 수 없다.

그 말은 서로에게 피해자이자 가해자가 된다는 것이다.

인간에게 완전함이란 성립되지 않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언론에서는 피고인의 완벽한 범행이라는 자극적인 타이틀로 피고인만의 책임으로 몰고 가려는 경향이 크다. 

아마 피고인이 죽인 피해자가 3대 기업으로 강곽 받고 있는 선해그룹 외동 아들 선해준이라서 그럴 것이라 판단된다. 

언론을 꽉 잡고 있는 선해그룹 우두머리와 그의 옆에 있는 임원진들에게 뇌물을 받아 긍정적인 방향으로 기사를 써 구고 있는 기자들은 당연히 선해준의 편에 설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는 이미 죽었고 안타까운 죽음이 아닌 한 사람의 인생을 망가뜨린 또 한 명의 범죄자이다. 

이 재판은 처음부터 잘못됐다.

 

  

"검사측 변론하세요."

 

  

5년 전까지만 해도 같이 입고 있던 법복을 혼자 입은 그가 재판장 가운데에 섰다.

  

"피고인 측이 주장하는 피해자의 범행들은 그저 과거에 일어난 사건일 뿐입니다. 결과적으로 피해자는 피고인이 휘두른 흉기에 의해 사망했고 살인이라는 범행은 성립 되었습니다. 피고인 변호인은 피해자가 피고인의 인생을 망가뜨렸다고 하셨죠? 피고인은 피해자가 살아 숨쉴 없세 세상에서 완전히 지워버리는 선택을 했습니다, 피고인의 범행은 어떠한 사연도 이해 받을 수 없는 무거운 죄질에 해당합니다."

   

재판에 한한 피해자의 편에 선 김건후 검사, 피고인이 3년이란 긴 세월동안 받앗을 고통 따위는 아무렇지 않은 듯 불쌍한 피해자로 둔갑된 선해준의 죽음에만 몰두해 있다. 

변호인과 검사는 항상 다른 편에 설 수 밖에 없지만 전보다 더 냉철해진 변론에 기시감이 든다.  

 

"피해자가 피고인을 향한 불안한 애정은 피고인의 줏대 없는 관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피고인의 전 시댁의 증언에 따르면 피고인이 재직하던 직장은 퇴근 후 회식을 자주 했고 그로 인해 알코올에 취하는 일들도 많았습니다. 그로 인해 남성 동료분들에 의해 부축 받으며 귀가하는 일이 당연하게 여겨질 만큼 자주 일어났습니다. 피해자는 그저 동료들의 호의일 뿐이라며 좋게 넘어갔지만 우연히 보게 된 피고인의 핸드폰 속 세상은 전혀 달랐습니다."

   

피고인을 결박해 정신적인 고통을 줄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담긴 USB를 연결했다. 

기혼인 여성이 하면 안 되는 행동이라도 한 걸까. 

옆에 앉아있는 피고인의 눈동자는 살짝 흔들리고 있다. 

점점 저 영상을 보기가 두려워진다.

   

"과장님, 결혼 생활은 어떠세요?" 

"그런 건 왜 물어봐요?" 

"과장님 남편분, 선해그룹 외동아들이잖아요. 그럼 집안의 며느리가 되면 다른 평범한 집안과는 다를 거 아니에요?" 

"뭘 기대하는 거에요. 이름 있는 기업 외동아들과 결혼하면 행복하게 사는 그런 착각을 할 수 있겠지만 현실은 더 힘들어요. 어떻게 보면 가난한 남자와 결혼해서 사는 것보다 더 힘든 것 같아요." 

"그래도 부유한 생활은 할 수 있잖아요." 

"남편은 아내인 저보다 일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그 넓은 집에 혼자 있는 시간도 많고 마지막으로 손은 언제 잡았는지 기억도 안나요. 같이 식사한 날이 손에 꼽을 정도에요."

"많이 외로우세요?" 

"네, 조금 아니 많이 외로워요." 

"그럼 이혼하세요." 

"왜요?" 

"결혼은 사랑하는 사람과 평생을 같이 하기로 서약하는 거잖아요. 근데 과장님은 지금 불행하고, 오히려 남이 되는게 더 나을지도 모르죠." 

"그래도 저랑 같이 보내는 시간이 줄어든 것을 본인도 느꼈는지 여러 명품 선물을 줘요. 그럴 때 서운했던 마음이 풀어지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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