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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갈 때는 하녀였지만, 돌아올 때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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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날
1화무료 1화
자유 연재 | 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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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지 미어.” “네, 마님.” “네가 에티엔에게 꼬리를 치고 다녔다지?” “예?” 그렇게 실베르하임 후작가의 일개 하녀였던 린지는 7년 동안 일한 가문에서 쫓겨났다. 사실 아무 일도 없었다고, 오해라고 변명할 수도 있었지만, 마님이 제시한 금액은 린지가 없던 스캔들도 맞다고 시인해야만 항 정도로 대단한 금액이었기에 그녀는 헤헤 웃으며 쫓겨날 수 있었다. 에티엔은 본의 아니게 생긴 스캔들과 오해에 대해 사과하기 위해 그녀를 만났지만, 수도에서의 린지는 그가 알던 사람이 아니었다. “공자님은 제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여기에 와 있는지 전혀 모르시죠?” 당연하다. 에티엔에게 린지라는 사람은 실베르하임의 영지민 1이었고, 특이사항이라곤 7년 동안 후작가에서 하녀로 일해 왔으며, 수상할 정도로 머리가 똑똑해 몰래 직원들이 사무 보조 일을 맡겼다는 게 전부다. “전 말이에요, 이 돈으로 10살 때 그만두었던 공부를 다시 하고 싶어요.” 처음이었다. 계속 봐 왔었지만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던 사람에게도 역사가 있다는 걸 체감한 건. 그리고 그 사람이 자신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꿈을 이야기할 때 얼마나 반짝일 수 있는지를 에티엔은 처음으로 목도했다. “그러면 이렇게 합시다. 내가 린지 양을 정식으로 후원하겠습니다.” “후원이요?” 에티엔이 웃었다. 린지도 먼발치에서나 보았던 귀족 도련님이 이렇게 해맑게 웃는 모습을 본 건 처음이었다. 에티엔이 린지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만큼, 린지 역시 에티엔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그냥, 제가 린지 양이 꿈을 이룬 모습을 보고 싶어서 그렇습니다.” * * * 신년제의 밤, 모두의 앞에서 수수한 옷을 입은 그녀가 걷기 시작한다. 그것은 다른 이들과 함께하는 하나의 의식이었다. 에티엔은 그녀의 걸음 하나하나에 별빛이 깃드는 것만 같은 착각에 휩싸였다. 그건 그녀의 움직임이 별의 궤도를 따라 흐르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발걸음이 이어지며 길이 만들어질수록 별의 움직임은 하나의 거대한 춤사위가 되어 갔다. 그것은 옛사람들이 봐 왔던 세상의 아름다움일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그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그녀가 고향인 실베르하임을 떠난 이유가 얼토당토않은 오해로 발생한 자신과의 스캔들 때문이라면. 그래서 여전히 그 오해가 풀리지 않아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거라면. ‘그 스캔들을 진실로 만들어도 아무 문제 없는 것 아닌가?’ 에티엔이 보기에 그것은 다분히 충동적이었지만, 꽤 만족스러운 생각이었다.

공모전 참여작#로맨스판타지#서양풍#로코물#동료/케미#천재#뇌섹녀#다정남

나는 7년 동안 일한 가문에서 쫓겨났다.

그 이유는 터무니없다.

 

* * *

 

[사랑하는 동생에게.]

[네가 보내준 책은 잘 받았어. 덕분에 명확하지 않았던 부분을 푸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어.]

[하지만 그런 식으로 값을 정확히 구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네. 머릿속에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아.]

[혹시 번거롭겠지만 참고할 만한 다른 서적이나 논문을 찾아봐 줄 수 있을까?]

 

이제 막 린지가 펜촉에 잉크를 새로 묻혔을 때, 누군가 집 문을 두드렸다.

“린지! 안에 있나요?”

익숙한 목소리다. 그녀가 일하는 실베르하임 후작가의 시녀, 수잔의 목소리였다.

오늘은 일주일에 하루 있는 휴일이지만, 그게 꼭 지켜지진 않았다. 급하게 후작가에서 일손을 필요로 할 때면 이처럼 쉬는 사용인, 하녀들도 부르곤 했다.

돈을 많이 벌어야 했던 린지는 오히려 이처럼 휴일에 일을 하라고 부르면 좋아하던 편이었다. 쉬는 날 불렀다고 임금을 더 많이 챙겨주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요일 아침부터 부를 일이라면 급하고도 중요한 일일 것이기에 오늘 하루를 투자하면 상당히 많은 양의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았다.

계산을 마친 린지는 싱글벙글하며 문을 열었다.

“수잔! 어쩐 일이에요?”

그러나 그녀는 상당히 난감해하는 수잔의 표정으로부터 뭔가 심상치 않은 일로 찾아왔다는 걸 깨닫고 말았다.

“마님께서 부르십니다. 바로 와주실 수 있을까요?”

“왜 부르셨는지 알 수 있을까요?”

무엇 때문에 자신을 찾는지 알 수 있다면 가는 동안 무엇을 잘못했는지, 가서 뭘 해야 할지 생각하며 미리 준비할 수 있을 터였다.

가까운 곳에서 후작가 사람들을 직접 모시는 수잔과 달리 린지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그저 가문 사용인들 숙소의 청소, 빨래, 심부름 등의 잡일을 도맡아 하는 하녀일 뿐이다.

그럼에도 린지는 생각나는 게 몇 가지 있었다.

‘설마 사무 보조를 하면서 공문서를 대필하던 게 문제가 된 걸까?’

실베르하임 후작이 수도에 가 있는 만큼 실베르하임 영지와 가문의 주요 업무는 아내인 프란시스카와 동생 파비안, 아들 에티엔이 처리했다.

프란시스카는 가문의 내정과 관련된 업무를 처리했고, 파비안은 가문 이름으로 벌인 외부 사업과 관련된 업무를 처리했다. 에티엔은 제국법에 따른 영지의 행정 업무를 담당했다.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이름값만 남은 귀족 가문이 상당히 많다는 걸 감안하면 실베르하임 가문은 최전성기를 맞이하는 중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그만큼 시기, 질투가 따라붙었고, 어떻게든 속이고 사기를 쳐서 한탕 해 먹으려는 자들도 많았다.

정치적인 위협은 가주인 케르벤 실베르하임이 수도에 상주하며 막아내고, 영지 자체의 생활, 경제, 안보의 위협은 프란시스카와 파비안, 에티엔이 막아내는 그런 형태로 운영되었다.

덕분에 실베르하임 가문은 해야 할 일은 많은데 함부로 인원을 충원할 수 없는 딜레마에 빠졌다.

이들이 다루는 정보는 모두에게 공유되어서도, 함부로 퍼져서도 안 될 자산이었다.

보안은 생명이다. 단순한 업무를 하는 사용인, 하녀들한테도 철저한 검증을 거쳤다. 밖으로 새 나간 정보가 어떤 식으로 커져서 위협을 끼칠지 몰랐다.

원래대로라면 린지가 아무리 학당을 나와서 글자도 알고, 여기에 더해 어휘와 문장 구사력이 풍부하다고 해도 공문서 대필 같은 걸 맡겨서는 안 된다는 소리였다.

하지만 린지도 할 말은 많았다.

‘나는 부탁을 받아서 했을 뿐인데!’

린지에게 사무 보조 일을 맡겨도 된다고 판단한 건 에티엔 밑에서 영지 행정 업무를 처리하는 관리들이다. 그들은 문제가 생길까 봐 탐탁지 않아 하는 린지를 이렇게 설득했다.

신분? 4대째 실베르하임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다.

가족 관계 역시 투명하다. 영지 외곽 광산에서 광부로 일하는 아버지와 수도 상급학교에 재학 중인 남동생, 린지까지 해서 3인 가족이라는 걸 모두가 안다.

실베르하임과 같은 큰 영지에는 유동 인구도 많고, 외부에서 정착하기 위해 넘어온 이들도 많기에 4대째 살고 있는 토박이라는 건 상당한 장점이었다.

행적? 린지는 10살 때부터 17살이 된 지금까지 무려 7년 동안 실베르하임 가문의 하녀로 일해왔다. 그동안 아무 문제도 일으키지 않았고, 맡은 일은 성실하게 처리했다.

실베르하임에서 나고 자라 살다가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실베르하임에서 가정을 꾸리고, 죽을 게 당연한 그녀였다.

‘이런 너를 우리가 믿지 아니면 누가 믿겠어? 그러니까 우리 좀 도와주라…….’

사실 그렇게 설득하건 말건 린지는 거절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일을 덜어줄 사람이 너무도 필요했다.

그들은 돈이 없는 게 아니라 시간이 없는 것이었기에 그녀의 주머니에 많은 보수를, 그것도 선금으로 찔러주었고, 돈이 많이 필요했던 그녀 역시 홀라당 넘어가 버리고 말았다.

‘나를 돈으로 사려는 건가!’하고 호통치기엔 신념을 팔아넘기기 충분한 액수였다.

몰래 이루어진 계약은 벌써 1년을 넘어서 2년째 계속되었다. 덕분에 린지는 남동생 레이얀의 수도 생활을 지원해 줄 수 있었다.

상급학교의 수업료와 교재값은 무상이라 해도, 개인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사야 하는 책값은 별도다.

레이얀이 뭔가 골치 아픈 문제를 붙들고 연구하는지 별도로 요구하는 책이 상당히 많았기에 그걸 사주기 위해서라도 린지는 사무 보조 업무를 그만두지 못했다.

‘그게 터진 걸까……. 하지만 진짜 민감한 정보들은 내가 안 다뤘으니까 좀 혼나고 말지 않을까?’

“린지, 저도 무슨 일로 마님께서 부르시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납작 엎드리세요.”

수잔의 말을 듣고 나니 확실히 사무 보조 업무 때문인 것 같았다. 수잔이 이렇게 경고할 정도의 잘못이라면 그것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어쩌다가 마님 귀에 그게 들어갔나 보네……. 하지만 이건 공자님이 처리하실 문제이니 크게 번지진 않을 것 같아.’

린지의 행동을 묵인해준 건 에티엔이다. 프란시스카는 그저 이런 일을 자신이 모르고 있었던 부분에 대해 화가 났던 것이리라.

‘큰일은 없을 것 같지만 레이얀한테 책을 더 사주지 못하게 되는 건 좀 아프네.’

 

* * *

 

“린지 미어.”

“네, 마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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