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 연재 | 글링
결혼한 지 5년 째 되던 해 결혼기념일 날, 자식도 없이 한성건설 대표 지탄성의 아내이자 사교계의 유명한 현모양처로 살았던 은유는 남편 탄성의 외도와 사생아의 존재를 알게 되고 버려져 탄성에게 이혼 당하고 비 오는 그 날 밤 맨발로 밖으로 쫓겨났다. 결혼도 세계적인 지휘자였던 아버지 주필이 비행기 추락 사고로 명을 달리한 후 경제적으로 집안 사정이 어려워져 친어머니 진애가 탄성의 어머니에게 물질적인 지원을 받았다는 이유로 인해 강제적으로 결혼한 것이었다. 은유는 신세 한탄을 하며 편의점에서 소주 한 병을 사 들고 한 공원 벤치에 앉아 비를 맞으며 소주를 들이켰다. 그때 공원 너머 높은 건물 옥외 LED 전광판에 소꿉친구 민혁이 국내 TOP3 안에 드는 엔터테인먼트 대표로서 인터뷰를 하는 영상이 플레이 되었다. 은유는 영상 속 민혁을 보며 그 옛날 한결 같은 민혁의 진심을 저버리고 탄성과 결혼한 선택을 후회했다. 은유는 만약 타임머신이 있다면 대학 입학하기 전으로 돌아가 친어머니에게서 벗어나고 아버지 주필을 살려내고 탄성이 아닌 민혁과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으나 그건 꿈 같은 이야기라 치부하며 남은 소주를 입에 털어 넣었다. 그 순간 엄청난 굉음이 들리면서 동시에 은유가 있는 벤치를 대형 트럭이 들이받는 대형 사고가 터졌고 은유는 그 자리에서 즉사한 줄 알았으나 감은장아기의 도움을 받아 대학 입학 전 어리고 아름다웠던 시절로 회귀한다. 은유는 신이 다시 주신 새로운 삶을 제대로 살기 위해 전투 모드로 돌변해 적진을 철퇴 할 준비를 시작하기로 한다.
2025년 12월 연말의 어느 날 밤, 한 눈에 봐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저택 안에는 핏기없이 창백한 피부와 퍼석한 입술을 달싹이며 눈물을 그렁이는 여인이 바닥에 앉아 울고 있었다.
그리고 그 여인 앞에는 한 눈에 봐도 비정해 보이는 30대 즈음으로 보이는 남자가 싸늘한 눈빛으로 그 여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연인, 친구, 부부, 가족들이 서로 즐겁게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밖의 분위기와는 달리 어둑하고 침침한 분위기가 집 안을 감돌고 있었다.
그 여인은 처절하게 울면서 그 남자의 바지단을 잡고 외쳤다.
"지탄성, 이혼이라니?"
탄성은 품에서 이혼합의서와 임신확인서를 꺼내 그 여인을 향해 던지고는 얼음장처럼 차가운 눈빛과 목소리로 말했다.
"강은유, 더이상 못 참겠다. 우리 이혼하자. 서영이랑 나 이미 아들이 있거든."
그 순간 은유는 탄성의 말을 듣자마자 그 자리에서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았다.
'서영'이라는 이름은 은유에게 너무나 익숙한 이름이었다.
은유의 20년 지기 절친한 베스트 프렌드, 소울메이트의 이름이 탄성의 입에서 들려오자 그 말이 믿기지가 않는다는 눈빛으로 말을 더듬거리며 탄성에게 물었다.
"서영이라면 내가 아는 그 서영?"
탄성은 은유의 물음에 뻔뻔한 태도로 한껏 잘난 척하며 대답했다.
"맞아, 네 20년 지기 친구 도서영."
은유는 탄성의 뻔뻔한 태도와 친구 서영에게 배신당했다는 충격에 탄성에게 벌게진 두눈으로 노려보며 분노에 찬 목소리로 크게 소리쳤다.
"불륜에 두집 살림에 아들까지 있다니! 도대체 몇년 동안 날 속인 거야!"
탄성은 조롱하듯이 비아냥 거리며 대답했다.
"15년. 너 조차 못 낳은 내 아들 벌써 14살이야."
"14살? 이것들이 단체로 어떻게 니들이!!"
탄성은 은유의 분노에 찬 외침을 그저 시끄러운 소음으로 생각하며 얼굴을 일그러 뜨리더니 손가락으로 은유에게 삿대질을 하며 외쳤다.
"시끄러워! 뭘 잘했다고 큰 소리야! 결혼하고 20년 동안 내 아이 임신조차 하지 못한 주제에 어디서 소리를 질러!"
"뭐?!"
"네가 하지도 못한 우리 집 핏줄 만들어 준 네 친구에게 감사할 줄 알아야지."
은유는 여전히 뻔뻔한 탄성의 말에 어이없어 하며 눈물을 닦고 일어나더니 이혼합의서에 서명하면서 분노의 일갈을 날렸다.
"너 같은 놈은 내가 나가자마자 번개 맞고 집이 불타서 그 불에 타죽을 거고 지성건설 같은 쓰레기 회사는 곧장 주식이 나락가서 부도날 거야. 내가 꼭 그렇게 죽어서도 저주할거야."
탄성은 은유의 분노가 가득 담긴 저주에 매우 화가 나 그 자리에서 때리려고 했으나 은유가 이혼합의서에 서명하자 바로 팔을 내리고 이혼합의서를 빼앗아 들었다.
그리고 세상 즐거워하며 은유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렇게 저주해봐야 어차피 너 같은 거 말 아무도 안 들어줘. 돈 때문에 친엄마가 버리고 그 애틋한 소꿉친구도 직접 배신한 여자의 말을 누가 들어주겠어?"
은유는 애틋한 소꿉친구라는 탄성의 말을 듣자마자 그 자리에서 흠칫했으나 이내 방에서 짐을 챙기고 내려와 조용히 밖으로 나왔다.
크리스마스 날 밤 집 앞 하늘에서 은유의 비참한 마음을 위로라도 하려는지 너무나 아름답고 새하얀 함박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다.
은유는 그 광경을 보고 가슴이 찢어질 듯 몹시 괴롭고 아파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며 캐리어 가방을 끌고 무작정 정처없이 길을 나섰다.
"아, 난 이제 갈 곳도 없네."
은유는 어딘가 가고 싶었지만 돈도 몇 만원 밖에 없었고 유일한 혈육인 친엄마도 어디있는지 알 길이 없는 상태였다.
그래서 은유는 넋이 나간 상태로 터덜터덜 걸어나갔다.
그때 저멀리서 편의점이 은유의 눈 앞에 보이기 시작했고 은유는 한숨을 한 번 쉬더니 이렇게 말했다.
"하, 소주나 마실까."
은유는 술이 너무 생각 나 무작정 편의점 안으로 들어가 빨간색 뚜껑의 소주 한 병을 사 들고 길가의 벤치에 앉았다.
그리고 소주 병뚜껑을 까서 입에 한 번 털어넣더니 이렇게 외쳤다.
"지탄성, 이 거지같은 새끼! 확 벼락이나 맞고 타죽어라!!!!"
은유는 한바탕 소리를 크게 지르더니 이내 소주를 반쯤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때 한 복합 대형쇼핑몰 대형 LED 전광판 화면에서 밝은 빛이 비춰지더니 한 익숙하고 그리운 얼굴의 남자가 떴다.
은유는 그 남자를 보고 너무나 그립고 애틋한 듯 눈물로 미소지으며 짧게 입을 열었다.
"민혁아."
그렇다.
그 전광판 화면에 뜬 남자는 20년 전 은유가 눈물로 매몰차게 버릴 수 밖에 없었던 소꿉친구 한민혁이었다.
민혁은 20년 만에 국내 TOP 3 안에 드는 여전히 엄청나게 잘 나가는 엔터테인먼트 대표가 돼있었다.
은유는 눈물 범벅이 된 얼굴로 그 화면 속 민혁을 바라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민혁아, 미안해. 나 정말 후회돼. 그날 네 마음을 거절하고 떠난게 너무나........."
은유는 후회가 가득히 담긴 눈빛으로 민혁과 함께 행복하게 지냈던 지난 날의 추억을 파노라마처럼 머리 속에 떠올렸다.
그저 행복하기만 했던 즐거운 청춘의 시간이었다.
은유는 순간 너무나 행복한 기분이 들어 미소지었다.
그때 은유가 앉아있는 벤치 뒤로 엄청난 경적 소리들이 울려퍼졌다.
빵!!
빵빵!!
빵빵빵빵!!!
끼이익!
쿵!
2026.06.03 19:39
2026.04.28 19:26
2026.02.18 18:54
2026.01.25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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