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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성녀가 네크로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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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김파랑
3화무료 3화

자유 연재 | 글링

조회수 163좋아요 2댓글 1

가짜 성녀, 이스데라. 패악을 부리다 흑마술에 손을 대 급기야 나라의 절반을 태우기에 이른다. 이제는 재앙의 마녀가 된 그녀를 토벌하기 위해 나타난 것은 은둔형 성녀, 메이벨. 성녀라는 이름에 걸맞게 손짓 한 번에 상처가 낫고 피가 멎는 놀라운 치유능력을 보일 줄 알았으나……. “네에? 아아, 저는 힐은 못해요.” “네크로맨서라서요.” 성녀가 힐도 못해. 심지어 흑마술사란다. “죽으실래요? 그럼 살려드릴 수 있는데.” 절대로 ‘죽이지는’ 않는 성녀님과, 그에 휘말린 '영웅' 기사님. 이것은 그 두 사람의 기록. 걱정 마세요, 어쨌든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니까요!

공모전 참여작#판타지#로맨스판타지#로코물#동료/케미#성장물#걸크러시#털털녀#무심녀#먼치킨#네크로맨서


나, 기사 휴버트는 기록을 남긴다.


우리는 지금 이스데라를 처단하러 가는 길이다.


한때는 용사와 함께 세계를 구해내며 성녀라는 호칭을 얻은 자였으나,

권력에 미쳐 흑마술에 손을 댄 이스데라는 이제 괴물과 다름이 없다.


그녀는 뼈로 만든 시체 용을 끌고 다니며 지금도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불태우고 있다.


그 괴물을 토벌하기 위해 보낸 수많은 기사단은 이미 궤멸했다.


아마 우리가 마지막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희망이 있다.


우리가 지금 모시고 가는 것은 진짜 성녀, 메이벨 님이니까.



… 라고 생각했는데.


휴버트는 방금 들은 말을 이해하기 위해 잠시 귀를 의심했다.


제 눈앞에 있는 것은 자신의 키보다 두 뼘이나 작은 아담한 체구의 여성이었다.


정돈되지 않은 긴 금발을 가지고, 무표정한 붉은 눈으로 올려다보면서.


“그러니까, 그, 이스데라가 있는 격전지로 가고 싶으시다고.”

“맞아요, 여기선 싸울 수 없으니까…. 방향이 어딘가요?”


휴버트는 멍하게 입을 벌렸다.


싸움이라고는 하나도 해내지 못할 것 같은 유약한 인상, 창백한 피부와 거친 손끝.


그나마 성녀다운 모습은 화사하게 빛나는 금발과 반짝이는 흰 로브 뿐인 여자였다.


성녀 메이벨, 수도 외곽의 숲에서 은둔하며 지내다 세상이 위험해졌다는 소식에 몸소 나오게 되었다는 위대한 치유사.


이 토벌에 참여하며 기사단장에게 직접 들은 그녀의 소개는 이러했다.


‘메이벨은 숲 바깥으로 나와 살아간 시간이 별로 되지 않네. 성격도 마음이 연약하고 낯을 가려 어색해하는 편이지.’

‘그러니 자네가 많이 도와주게. 잘 모셔주길 바라.’

‘메이벨은 누가 뭐래도 진짜 성녀니까 말일세.’


존경하던 단장에게 받은 임무였던 탓에 두근대는 마음으로 자신의 검에 맹세코 성녀님을 지키겠다 다짐했건만.


그리고 분명 이 분이라면 부상당해 죽어가는 동료들도 살려내 주실 것이라고… 그렇게 믿었는데.


메이벨이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부상자 숙소가 아닌, 이스데라가 가장 가까이 보이는 전쟁터 한복판이었다.


이스데라가 만들어낸 검은 그림자가 너울처럼 번지며 불길한 회오리를 만들어낸다.


“저, 저기, 메이벨 님? 부상자들을 치료해주시려는 것 아니었습니까? 그래서 오신줄로만….”

“ … 네에? 아아, 저는 힐은 못해요.”


휴버트가 또다시 말을 잃고 멍하니 입을 벌렸다.

뭐? 성녀가 힐을 못해?


“예…? 단장님께서 분명 성녀님이라고….”

“그런 호칭을 얻긴 했는데, 음.”


잠시 고민하던 메이벨이 여태 금색 머리칼과 로브에 가려졌던 목덜미를 드러냈다.


푸르고 검게 할퀸듯한 작은 흉터.

흑마술을 익힌 자들의 몸에 남는 특이한 표식.


이스데라도 처음 궁을 부수며 마법을 일으키던 날, 이러한 흉터가 뺨에 떠올랐다는 소문이 있었다.


“아니, 이건 설마….”

“네, 맞아요.”


메이벨이 생긋 미소 지었다.


“저는 네크로맨서라서요.”


네, 네크로맨서, 그러니까 이스데라와 똑같은 흑마술사….


휴버트는 컥, 하는 소리를 내며 뒷목을 잡았다.


잠깐, 그럼 우리의 희망은?

마지막 희망인 빛의 성녀는?

나의 비장감 넘치던 ‘휴버트의 기록’은?


“뭐어, 생각해보면 기사님께서 한번 죽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긴 하지만 어쨌든 다시 일으킬 수 있으니까 이것도 일종의 치료가 아닌가….”


메이벨이 붉은 눈을 빛내며 해맑게 웃었다.


“죽으실래요? 그럼 살려 드릴 수 있는데.”

“컥….”


그리고 그것이 휴버트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그렇게 부상자 명단에 충격으로 쓰러진 기사 한 명이 추가되었다.


*


“하여튼 개나 소나 다 성녀라는 이름을 붙여서….”


메이벨은 투덜대며 얌전히 마차 안으로 돌아갔다.

오자마자 한 명을 쓰러트렸으니 조금은 양심이 찔렸다고 해야 하나.


흑마술이 배척받는 것은 알고 있었다. 


안그래도 불길하다고 사람들이 꺼리는 마법인데, 심지어 이스데라가 날뛰는 저 마법도 흑마술이었다.


흑마술이라 하면 기존의 다른 마법과 다르게 타인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마법이었다.


자신의 마력에 생명력을 섞어 이루기 힘든 마법을 일으킨다.


영원히 꺼지지 않는 지옥의 불길을 일으킨다든가.

타인의 생기를 빨아들여서 죽음의 저주를 내린다든가.

혹은 죽은 자의 시체를 멋대로 움직인다든가.


인식이 나쁠 수밖에. 


그래서 이쪽도 은둔 생활을 오래 했던 것이 아닌가. 


‘아니, 그래도 그렇지, 도와주러 온 사람을 이렇게 구석에 처박아 놔?’


겨우 눈을 뜬 휴버트는 다른 사람들에게 절대 들키면 안 된다며 마차 안에 박혀있으라고 했다.


성녀가 이런 상태인 것이 알려지면 기사단의 사기가 떨어질 것이라나 뭐라나.


그뒤로 뭔가 이것저것 잔소리가 이어졌는데 제대로 기억나는 것은 없었다.


역시 기사단장의 꼬임에 넘어가는 게 아녔다.


하필이면 말하는 것도 ‘성녀’ 호칭이 뭐야.

성녀라고 하니까 다들 되지도 않는 기대를 해서 실망하잖아.


물론 그것도 갑자기 토벌 기사단에 끼워 넣기 위해서 한 억지라는 건 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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