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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당이 회귀를 눈치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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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시아
1화무료 1화
자유 연재 | 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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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같은 삶이었다. 금지옥엽 공작영애를 연기하며, 정말 그녀가 된 냥 기세등등한 삶을 살았다. 그게 나를 파국으로 이끌 줄도 모른 채. 그 악행들이 모여 결국 희대의 악녀가 되었고, 이 밤이 지나면 모두가 보는 앞에서 목이 잘릴 예정이었다. 옆 방의 노파만 아니었다면. 새롭게 얻은 다시 한 번의 기회, 이젠 더 이상 바보같은 허수아비의 삶을 살지 않으리라. 세계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큰 리스크를 감당해야한다. 그렇게 찾아간 ‘희대의 악당’ 라티오 시렌치움 대공. 그와 동맹을 약속하였으나, 그의 핏빛 눈동자가 나를 시렵게 관통한다. “그대, 한낱 영애가 그걸 어떻게 알고있지?“ 야속하게도, 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이 나의 회귀를 눈치챈 거 같다.

공모전 참여작#로맨스판타지#궁정로맨스#서양풍#복수#소유욕/독점욕/질투#회귀#계약관계#빌런캐#왕족/귀족#계략남#뇌섹남#능글남

***

“그래, 영애. 무엇을 원하지? 곡식이 가득한 풍요로운 땅, 에메랄드 광산, 건물…”

“…”


라티오는 시종일관 제 눈을 피하는 카를레아의 태도에 잠시 그녀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그대는 야망도 크군. 그래, 황위를 원하나?”

“대공전하!”


화들짝 놀라 그를 바라보니 그의 붉은 눈꼬리가 휘어졌다.


“이제서야 보는군.”


여우가 따로 없었다.

그의 핏빛 눈동자가 카를레아를 잡아먹을 듯 보였다.

정신을 조금이라도 놓으면 그에게 속수무책으로 끌려 제가 해야할 일이 무산될 거 같다는 생각에 긴장을 놓치 않기 위해 두 주먹을 꽈악 쥐었다.


"영애가 내게 유델티아 제국을 무너뜨릴 열쇠를 준다며?"


카를레아의 태도와 상반되게 라티오는 꽤나 여유롭게 차를 홀짝였다.

그건 제안을 받는 입장에서, 이 관계에서의 우위에 선 자이기에 나타나는 태도인가. 아니면 그가 이 대륙에서 가장 강한 자이기에 새어나오는 여유로움인가.


"그럼 영애는 내게 원하는 게 뭐지? 정말 황위를 원하기에 이리 망설이는 건가?"


라티오는 우물쭈물해 하는 카를레아가 답답한 냥, 점점 싱글생글했던 미소를 잃어가고 있었다.

차가운 표정의 라티오는 그야말로 악당이나 다름 없었다.


"나는 기다리는 걸 좋아하지 않아. 시간 낭비라면 딱 질색이지."


카를레아는 그의 기세에 눌려 입술이 달싹였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더 끈다면 이 삶에서 마지막으로 보는 얼굴이 라티오일 수도 있었다.

떨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결단을 마친 목소리로 단어를 하나하나 내뱉었다.

긴 시간동안 우여곡절을 겪으며 대공성에 오기까지 연습했던 말.


"제 복수에 가담해 주세요."


카를레아의 말에 라티오의 핏빛 눈동자가 일렁였다.


***

카를레아 아를로. 아를로 공작가의 금지옥엽 외동딸. 희대의 악녀. 아를로 공작가의 수치. 사교계의 뱀.

이 모든 수식어가 카를레아 그녀를 칭하는 단어였다. 어디에 가든 악행을 일삼고, 거만하며 고고한 여자. 고개를 전혀 굽힐 줄 모르는, 유델티아 제국에서 황가를 제외하고 가장 높은 지위의 여성. 암암리에 공작가의 교육 문제에 대해 논하게 만드는, 그와 동시에 그녀가 착용한 드레스며 악세사리는 품절대란을 일으키는 화제의 여성이었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신문의 첫 면은 언제나 그녀의 서린 눈빛이 차지했다.

누구에게도 무릎을 굽힐 것 같지 않은 그녀가, 지금 공작의 서재에 일어서지 못해 무릎을 꿇고 피로 물들어진 새하얀 순백의 은발을 마구 풀어헤친 채 위를 쳐다보고 있었다.


"2황자라고 해도, 감히 이 카를레아를 무시하는 행동을 했는데 이를 가만히 두고 보나요? 다른 영애, 영식들이 다 보는 자리에서 나를 앞에 두고 어떻게 그런 질 나쁜 여성들과 있는 게 옳은 건가요? 이건 카를레아의 명성에 먹칠을 하는 일이에요."


카를레아는 어제 겪은 수치스러운 일을 떠올렸다.

공작이 억지로 떠밀어 성사된 2황자와의 약혼, 물론 사랑이 있을거라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

이건 그저 그들의 목적 달성을 위한 계약에 불과하고 저는 그저 계약을 잇는 도구일 뿐.

그것을 간과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간 2황자가 한 행동들은 도무지 참을 수 없었다.

다른 여자와 놀아나는 것은 허락할 수 있었다. 그것이 타인의 앞에서 저의 명성에 먹칠을 하지 않는 일이면 말이다.

어제 보았던 2황자의 승리한 듯 올라온 얄미운 입꼬리를 기억에서 지울 수 없었다.

그의 곁에 꼭 달라붙어 마치 카를레아를 밟고 가장 높은 여성의 자리에 오른 양 쳐다보던 그 여자의 눈빛도. 그 주변을 에워싸 쳐다보며 수근거리던 다른 귀족가 자제들까지도.

그 상황 모든 것이 카를레아의 신경을 거스르는 요인이었다. 언제나 '카를레아 아를로'는 고귀하고 가장 높은 공작영애여야 한다는 생각을 품고 살았던 그녀는 그 상황을 참을 수 없었다.


카를레아의 눈동자에 담긴 남성, 아를로 공작은 지팡이를 들어 카를레아의 머리를 한번 더 가격했다.

그의 눈동자에는 차가움만이 가득 서려있을 뿐이었다.


"네가 그 명성에 먹칠이 되는 일이 아니도록 잘 처신을 했어야지. 이런 기본적인 일도 못하는 쓰레기일 줄이야. 그동안 너를 너무 풀어놨구나."


방금의 가격으로 인해 머리에서 피가 스르륵, 흘러 입가에 맺혔다.

아를로 공작은 한 손은 바지의 앞 주머니에 넣고 한 손으로 지팡이를 잡은 후, 지팡이로 가볍에 카를레아의 얼굴을 치켜올렸다.


"네가 진짜 카를레아라고 착각하지 말렴. 너의 그 간사하게 놀려대는 입이 감히 나의 카를레아의 이름에 기어코 먹칠을 하는구나. 봐주는 것도 여기까지다. "


카를레아는 공작의 말에 헛웃음을 지었다.


"그 방대한 꿈을 이루려면 내가 필요하지 않겠어요?"


아를로 공작은 카를레아의 말에 호탕하게 웃으며 그녀의 어깨를 지팡이로 꾹 찔렀다.


"네가 대체품이듯이, 너의 대체품도 존재할 거란 생각은 못했나보군. 유디베르."


그의 입에 잊고 지냈던 이름이 담겼다.

카를레아의 얼굴에 도발기가 가득하던 표정이 서서히 사라졌다.


"내가 무엇을 쥐고 있는지 잊지 마. 네가 카를레아의 이름을 달고 있다고 해서, 그걸 잊을만큼 멍청이는 아니겠지. 네 머리 상태를 보니 한 달간 근신해야겠구나."


공작은 지독히도 나긋한 목소리로 카를레아의 귓속에 가시를 박아 넣었다.

근신령이 떨어졌다. 정확히 말하자면 감금이지만.

공작이 지팡이를 세게 두 번 쿵쿵 내려치자 서재의 문이 열리며 두 명의 하인이 들어와 바닥에 무릎 꿇고 있는 카를레아를 억지로 일으켜세워 그녀를 방으로 이끌어갔다.

카를레아는 그 시중이 익숙한 듯, 그저 새파란 눈으로 공작을 지그시 응시하며 이끌려 나갈 뿐이었다.


***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지금까지 해가 몇 번 떴더라. 방금까지는 꿈이었던가.

휑한 방 안에 그저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는 일 밖에 할 수 없었다. 지금이 현실인지 꿈인지 조차 구분하지 못한 채, 배에서 울리는 소리는 너무나 익숙한 듯, 그저 창 밖의 새가 지저귀는 소리와 동일시 되었다.

식사를 하지 못한 지 얼마나 되었던가. 물을 마시지 못한 목은 메말라갔다.

정말 이러다가 죽는 거 아닌가 싶다가도, 야속하게도 명은 질긴 편이니 또 살아남겠구나 싶었다.

이뤄질 수 없는 행복을 상상하다가도 그 감각마저 희미해져 행복이 맞는지 고민하다가 그런 자신의 모습에 비참함을 느꼈다.

그러던 중, 움직일 리 없던 방의 문이 열렸다.

빛이 살며시 들어왔다.


"방이 난장판이군. 다들 그러더군. 내 딸이 희대의 악녀라고."


아를로 공작은 깨진 유리병과 엎어진 책상을 힐끗 보며 미동도 없이 말했다.

그 말에 답하려 했으나 메마른 목에서 갈라지는 소리가 났다.

씁쓸한 쇠맛이 느껴졌다.


"너에게 카를레아의 이름을 준 걸 후회한다. 내 삶 중 최대 실수이자 가장 큰 오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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