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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만 붕괴점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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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왕자
1화무료 1화
자유 연재 | 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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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적 결함 발견. 타격 시 붕괴 확률 99.9%] 하늘에 떠 있는 거대한 고철 도시, 러스트 헤이븐. 이곳은 매일 무너지고, 매일 죽어 나가는 지옥이다. 하지만 남들이 공포에 떨 때, 내 눈에는 다른 것이 보인다. 붉게 빛나는 점. 모든 것이 무너지는 단 하나의 급소, ‘붕괴점’. “네가 자랑하는 그 최신형 기체, 장갑은 훌륭한데 용접 부위가 엉망이네.” 10년간 쓰레기장에서 굴러먹으며 배운 건 마법도, 검술도 아니다. 철저한 생존의 역학(Mechanics)이다. 제국의 요새? 불멸의 괴물? 내 눈앞에선 전부 부실공사일 뿐. 지금부터, 철거를 시작한다.

공모전 참여작#판타지#아포칼립스#전문직물#시스템/상태창#사이다물#먼치킨#능력녀#걸크러시#능력남#까칠남#서브남주있음#헌터#복수#전쟁/밀리터리#사이다녀

쿠구궁…


발밑에서 둔탁한 진동이 느껴졌다. 마치 거대한 짐승의 낮은 심장 박동 같았다. 지하 깊은 곳에서 끊임없이 박동하는 고대 엔진이 수천 톤의 고철로 형성된 협곡에 비명을 질렀다.


끼이익- 텅.


천장에 매달린 녹슨 사슬들이 부딪치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 빛 한 줌 들어오지 않는 거대한 금속의 협곡인 ‘녹슨 심장의 미로’.


“히, 히익! 제, 제인!”


내 뒤를 따라오던 신참 정커(Junker), 토비가 사시나무 떨듯 몸을 웅크렸다. 제 몸집만한 고철 배낭을 멘 녀석은 낡은 헬멧이 자꾸 눈을 가려 추어올리고 있었다.


“무슨 소리 들리지 않나요? 지진이 일어나는 거 같아요! 이 구역은 특히 위험하다구요! 3번 구역처럼 무너진다면 우린 끝이라구요!”


녀석의 목소리는 공포에 사로잡혀 질려 있었다. 하지만 나는 걸음을 멈추지 않고 대충 대답했다.


“지진 아니야.”

“네? 그, 그렇지만 땅이 울리고 있잖아요! 저쪽 벽을 보세요. 금방 쓰러질 거 같다구요!”


쾅!


바로 그때 먼 곳에서 육중한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토비가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어 위를 보려 했다.


“윽!”


그러나 내가 뒤로 손을 뻗어 녀석의 헷멧을 눌러버렸다.


“고개 들지마.”

“어, 소, 소리가 머리 위에서…”

“그러다 눈에 쇳가루 박힌다.”


러스트 헤이븐의 첫 번째 생존 수칙. 하늘을 올려다 보지 않는다. 이곳에서는 하늘에서 고철 덩어리와 오물만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파상풍 걸리기에 딱 좋다.


“그럼 어떻게…?”

“아래 그림자를 봐.”


나는 토비의 발밑을 가리켰다. 희미한 야광석의 불빛을 받아 녀석의 그림자가 늘어져있었다.


“네 그림자에 뭔가 커다란 그림자가 생기지 않으면 괜찮아.”


토비가 짧게 신음하며 자신의 그림자를 내려봤다. 그림자는 커지지 않고 그대로였다. 녀석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자, 나는 손목에 찬 아날로그 시계를 확인했다.

초침이 막 12를 지나고 있었다.


“480초야. 그 주기에 맞춰 울리는 심장 박동일 뿐이야. 이 미로의 엔진이 아직 살아있는 거지.”

“시, 심장 박동이라고요? 살아있는 괴물인가요?”

“하하하. 그냥 규칙적인 진동일 뿐이야. 계산할 수 있으면 무서울게 없지.”


나는 머리에 걸쳐뒀던 기계식 고글을 눈에 착용했다.

치이익- 삐빅-

미세한 기계음이 들리고, 곧이어 렌즈 너머의 세상이 변했다. 어두컴컴하고 혼탁하던 시야가 순식간에 흑백의 모노톤으로 변한 것이다. 아무렇게나 쌓인 고철 더미 위로 다양한 기하학 모양의 선들이 펼쳐졌다.


[블루 프린트 모드 활성화 시작]


위태롭게 삐걱거리는 H빔 위를 붉은색 실선들이 가로지르고 있었다. 그에 맞춰 내 눈앞에 여러 정보의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지역: 녹슨 심장의 미로 중앙 측면부]

[구조 피로도: 92% (위험등급)]

[하중 쏠림: 좌측 하단 지지대, 붕괴 임계점 임박]


토비가 서 있는 곳 바로 옆의 철판이 나사 하나만 빠져도 당장 우리를 덮칠 듯 조금씩 기울어지고 있었다.


‘사람들은 이런 현상을 신의 저주라 부른다지?’


내 입꼬리가 살짝 말려 올라갔다.


‘내가 보기에 그냥 하중 이동일 뿐인데 말이야.’


누르는 힘과 버티는 힘 그리고 그 사이의 아슬아슬한 균형을 이루는 줄다리기인 것이다. 이것은 저주가 아니라 질량과 중력 그리고 마찰력이 만들어내는 수학일 뿐이다.

나는 눈앞에 펼쳐진 수만 가닥의 경고선을 훑었다. 그리고 드디어 찾았다. 모든 곳이 위험해 보이는 그 현장에 숨겨진 가느다란 빛나는 선 하나.


[파란색 안전선 확보]


“찾았다.”


나는 등 뒤에 빗겨 멘 거대한 망치인 ‘스카이 스매셔’(Sky Smasher)의 손잡이를 살짝 쥐었다. 그리고 붉은 선들이 어지럽게 뒤엉킨 ‘죽음의 영역’에 발을 디뎠다.


“가자. 엉뚱한 곳 보지 말고, 내 발자국을 그대로 밝고 와.”

“으으으… 제인, 정말 거기로 갈 건가요? 살짝 밟으면 바로 무너질 거 같아요!”


울상이 된 토비가 내 등 뒤로 바짝 붙어 따라왔다.


“내 계산으로는 문제없어. 그냥 따라와.”


고철 더미 협곡의 아가리 안으로 두 사람의 그림자가 위태롭게 사라졌다.


*


거대한 H빔들이 무질서하게 얽히며 생겨난 좁은 틈새를 기어갔다. 토비는 폐쇄 공포증이 있는지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제인의 발만을 바라봤다. 온 사방이 검붉게 물든 녹슨 철골뿐이었다. 스치기만해도 곧바로 파상품에 걸려 입이 굳어버릴 것만 같았다.


우우웅-


그때 저음의 공명음이 울리며 희미한 빛줄기가 새어 나왔다. 그것은 검붉은 녹을 밀어내듯 은은하게 퍼지는 형광색의 푸른 빛이었다.


“제인! 저기에 뭔가 있어요!”


겁에 질린 토비의 눈이 한순간 더욱 커졌다.


“에테르 블루(Ether Blue)야.”


나는 천천히 무릎을 굽히고 않아 빛이 새어 나오는 곳의 흙먼지를 장갑 낀 손으로 조심스럽게 털어냈다. 그러자 300년의 시간을 건너뛴듯한 매끄러운 백색 세라믹 표면이 드러났다. 그리고 백색 세라믹이 만나는 지점, 그 틈새로 일렁이는 푸른 빛이 맥박처럼 뛰고 있었다. 그 안에 주먹만 한 크기의 정이십면체가 자리잡고 있었다.


“보석은 저리가라지. 그것보다 훨씬 비싼 거야.”


나는 고글 너머로 정이십면체 위에 떠오르는 데이터를 보며 말했다.


“심장이야. 죽어버린 배를 깨울 맥박이지.”


“우와…! 그럼 이거 하나만 있어도 중층 입주권을 사고도 남겠어요. 제가 꺼낼게요!”


흥분한 토비가 무언가에 이끌리듯 손을 뻗었다.


“안돼!”


탁-


내가 급히 토비의 손목을 낚아챘다. 그러자 깜짝 놀란 녀석이 나를 쳐다봤다.


“그냥 살짝 끼어있는 거 아닌가요?”

“그거 만지는 순간 네 손목이 뒤틀리거나, 아니면 여기가 무너질 거야.”

“무슨 말이예요, 제인. 그럴리가 없잖아요.”

“그러다 한순간에 뒤진다니까?”


나는 고글 렌즈를 살짝 뒤틀었다.


삐비빅-


오파츠가 박혀 있는 곳은 단순한 틈새가 아니었다. 그것은 수백톤의 고철 더미 산맥을 떠받치고 있는 키스톤(Keystone)이었다. 그 오파츠를 중심으로 휘감듯 붉은 응력 집중선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곧이어 붉은 경고 메시지가 떠올랐다.


[대상: 에테르 레조네이터 (Ether Resonator)]

[상태: 고밀도 에테르 필드 방출 중]

[경고: 필드 해제 시, 지지력 상실로 350톤 붕괴 예상]


“저건 오파츠의 코어에서 뿜어내는 강력한 에너지장이 주변의 고철들을 밀어내며 힘의 균형을 이루고 있는 거야. 억지로 빼낼 수도 없겠지만, 잘못하다간 젠가 게임처럼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질 수도 있어.”


내 설명에 토비의 얼굴이 점점 더 창백해져갔다.


“그, 그럼 못 본 걸로 할게요. 어서 가요.”

“누가 못 꺼낸다고 했어?”


나는 등 뒤에서 스카이 스매셔를 꺼내 들었다. 내 키를 훌쩍 넘는 거대한 망치, 스카이 스매셔가 비좁은 통로를 가득 채웠다.


“히익! 왜 그러세요, 제인! 무너뜨리시게요?”


화들짝 놀란 토비가 뒤로 빠져나가려 했다.


“무너뜨리다니? 사이 좋게 같이 묻히고 싶어? 망치에 안 맞도록 좀 더 뒤로 가 있어.”


토비를 뒤로 물린 내 시선이 오파츠가 아닌 그 옆이 있는 엉뚱한 곳을 바라봤다. 그러자 녹슨 철판 사이로 살짝 삐져나온 작은 볼트가 보였다. 그 위로 노란색 [약점 포인트]가 빛나고 있었다.


[구조적 이완점 발견]

[타격 시 응력 분산 가능]


“토비, 똑바로 봐. 건축은 힘이 아니야. 힘의 흐름을 읽는 거지.”


나는 망치를 거꾸로 잡고, 망치 자루 끝으로 작은 볼트를 살짝 건드리듯 톡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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