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인은 있다. 사랑도 진짜다. 그래서 헤어질 생각은 없는데, 원나잇은 한다. 가끔 정기적인 인연을 만들기도. 이안과 종호는 사랑하면서 서로를 소모 중이다. 이건 바람일까. 아니면 오래된 연애의 부작용일까. 읽다 보면 알게 된다. 이게 왜 이해되는지, 그래서 왜 기분이 더러운지. '' 분명 사랑은 너야, 근데 원나잇도 해 ! '' 메일 - hkpink1224@naver.com
이안은 종호가 자기 말을 끝까지 안 듣는 얼굴을 너무 잘 안다.
지금도 그렇다. 고개는 끄덕이는데, 눈은 이미 다른 데 있다.
“너 또 딴 생각하지.”
“아니.”
거짓말이다.
이안은 그 거짓말까지 포함해서 종호를 사랑한다.
그래서 더 짜증 난다.
파릇파릇했던 22살부터 지금까지.
둘은 6년 차 연인이다.
헤어질 기회는 셀 수도 없이 많았고,
헤어질 이유는 늘 충분했다.
그런데도 안 헤어졌다.
이유는 당연하고, 단순했다.
' 그저, 좋아하는 걸 멈춘 적이 없으니깐. '
이안은 종호의 이상형이자 삶의 이유였고,
종호도 이안에게 없어서 안될 존재이자, 삶의 이유였다.
서로가 서로를 사랑했고, 청춘을 쏟아부어서 열렬히 사랑했다.
다만 문제는,
좋아하는 마음만으로는 하루를 버티기엔 너무 오래 만났다는 거였다.
다 녹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빨대로 휘적이던 종호가 물었다.
“ 요즘 회사어때? "
" 누구 만나는 거 있어?
요즘 오피스 애인이 유행이래 ~ .”
종호의 질문은 늘 갑작스럽다.
분명 종호의 오른쪽 입꼬리를 보아,
그의 시시콜콜한 조크 였겠지만
이안은 순간적으로 놀라서, 들고있던 화장퍼프를 떨어뜨릴 뻔 했다.
나도 참, 괜히 찔리고 난리..
이안은 생각했다.
이안은 퍼프를 두드리다 말고 웃으며 말했다.
“뭐야, 왜?”
“그냥~ 폰 보다가 생각나서 ”
이안은 종호의 질문에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하지 않는 게 솔직한 대답일 때가 있다.
사실, 있었다.
얼마 전
서울로 발령을 받으며 팀장 직책을 맡게 된 차 팀장.
말투는 단정했고, 항상 선을 넘지 않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런데 가끔,
그 선의 바로 앞까지 와서
멈췄다.
넘지 않는다는 걸
굳이 보여주듯이.
그게.
참 좋았다.
이안은 알고 있었다.
이건 절대로, 아주 절대로
사랑이 아니라는 걸.
자기도,
상대도.
그 사실만큼은
이상할 정도로 분명했다.
그냥 자기를
다시 처음 만난 사람처럼 바라보는
그 시선이 필요했을 뿐이다.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과거를 모르는 눈.
이안은
정말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 난 바람피우는게 아니야. 오피스애인?
그건 또 뭐야.. 난 그냥 아무 감정없이 잠자리를 갖는거 뿐이야.
유사연애 감정느끼는 것도 아니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만, 그정도의 관계일 뿐이야 '
그날 밤,
이안과 종호는 잤다. 늘 그랬듯이.
사랑해서라기보다는
그냥 늘 그랬어서,
그들의 데이트의 밤은 늘 그랬으니깐.
그래,
어 그래..
사랑해서. 그냥 사랑해서 사귀니깐
서로를 너무 잘 알아서
숨 쉬는 타이밍, 손이 가는 방향,
괜히 말 안 해도 되는 순간들이 있으니깐.
다만, 문제가 있었다면
그 와중에 이안은
잠깐, 아주 잠깐 . 스치듯이.
자신의 허리를 문지르는 단단하고 투박한 팀장의 손을 떠올렸다.
그리고 스스로 소스라치듯 놀랐다.
죄책감은 없었다.
그냥 단지 생각이 났어. 그냥 , 그저 그뿐이었다.
" 있잖아.. 연인사이에 잠자리는 딱히 중요치 않은 것같아 "
종호는 이안의 등을 끌어안고 말했다.
" 뭐 그치? 안해도 사랑하잖아. 뭐라더라,, 정신적 사랑의 경지
플라토닉 러브. "
" 그래 그거. 똑똑해 어어우 "
종호가 이안의 머리를 헝크러지게 쓰다듬으며
볼 곳곳에 입맞췄다.
이안이 간지럽다는듯 웃었다.
서로의 시선이 마주쳤다.
" 자기야 나 그거 또 말해도 돼? "
" 푸흡 또 뭘 "
" 나한테 이 말 듣는거 질렸어 안질렸어? 빨리말해 "
" 질리긴 누가 질려 ? 매번 새로워 "
" 푸흐흐 진짜 귀여워 응? 아유 우리 종호씨 누가 이리 잘생기래 .
진짜 봐도 봐도 잘생겼어. 응? 진짜 여얼나 내 이상형이다 넌. "
이안이 정호의 코를 아프지않게 앙 물었다.
이안이 정호의 콧잔등을 아프지 않게 앙 무는것,
정호가 이안의 배를 앙 깨어무는것.
그런 것들이 그 둘 사이에선 애무의 시그널이자, 사랑의 표현이었다.
짜증남은 커녕 서로가 서로에게 그렇게 해달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래.
그랬다.
그랬었다.
근 6년간은.
그런데.
종호가 작게 얼굴을 찡그렸다.
아주 잠깐, 본인도 모르게.
2026.01.26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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