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녀님, 그토록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세상을 위해 기도하고 계시는군요!" "......" "아니, 그냥 급똥 참는 건데요." 눈을 떠보니 대륙 역사상 가장 아름답고 고귀하다는 성녀, '이벨린'에 빙의했다. 모든 게 완벽해 보였다. 미친 시스템창이 뜨기 전까지는. 교황 앞에서는 방귀로 나팔을 불고, 마왕 앞에서는 설사로 독가스 테러를 일으킨다. 본의 아니게 세계관 최강자가 되어버린, 어느 똥쟁이 성녀의 향기롭고(?) 처절한 생존기.
"흡."
죽을 것 같다.
누가 내 배를 바늘이 촘촘히 박힌 쇠몽둥이로 마구 쑤셔대고 있는 것 같다.
칼에 찔린 것도, 독을 마신 것도 아니다.
단지, 지금 내 뱃속에 농축된 약 30리터의 가스 때문이다.
[경고 : 체내 가스 농도 임계점 도달.]
[특성 '인내의 미학(S급)' 발동 중... 괄약근 내구도가 3% 감소합니다.]
[현재 괄약근 내구도 : 간당간당함]
눈앞에 떠오른 파란색 시스템 창을 찢어발기고 싶었다.
아니, 시스템 창이고 나발이고 당장 저 육중한 대성전의 문짝부터 뜯어버리고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었다.
신성력? 대재앙? 세계 평화?
그딴 건 중요하지 않다. 지금 내게 중요한 건 오직 화장실뿐이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냐, 생리적 해소냐.
그것이 문제로다.
하지만 신은, 아니 이 망할 시스템은 내게 그런 자비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오오... 보십시오. 성녀 이벨린님의 저 고통스러운 표정을."
"세상의 모든 죄악을 홀로 짊어지신 듯한 저 숭고한 자태..."
"아아... 눈이 부십니다. 고난 속에서도 기도를 멈추지 않는 성녀시여..."
주변에서 감탄 섞인 속삭임이 들려왔다.
대성전을 가득 메운 수천 명의 신도들이 나를 보며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아니야, 미친놈들아.
죄악을 짊어진 게 아니라, 어제 먹은 고구마 피자와 탄산음료 콤보를 짊어지고 있는 거라고.
나는 식은땀이 줄줄 흐르는 주먹을 꽉 쥐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었지만, 뱃속에서 휘몰아치는 허리케인급 고통에 비하면 모기 물린 수준이었다.
상황을 정리하자면 이렇다.
빙의 3일 차.
눈을 떠보니 대륙 최고의 미녀이자, 역대급 신성력을 지녔다는 오르비스 교국의 성녀 '이벨린'이 되어 있었다.
거울을 보고 환호성을 질렀던 것도 잠시, 나는 곧바로 절망했다.
이 몸뚱어리의 주인은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메커니즘이 아주 지랄 맞다는 것이다.
띠링.
<성녀의 맹세>
1. 불순물(가스, 대소변)을 참을수록 신성력이 무한대로 증폭됩니다.
2. 참지 못하고 배출 시, 축적된 신성력은 '물리적 충격파'와 '맹독'으로 전환됩니다.
3. 참고로 당신은 "과민성 대장 증후군"입니다.
이게 무슨 개소리야.
신이 있다면 멱살을 잡고 물어보고 싶었다.
성녀라며. 고귀하다며.
왜 하필 힘의 원천이 대장균의 발효 가스인 건데.
보통 로판 빙의물이라면 남주한테 사랑받거나, 악녀를 참교육하거나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왜 나는 3일 내내 변기에 앉아보지도 못하고 이 고생을 해야 하냐는 말이다.
"성녀 이벨린이여."
그때, 엄숙하고도 웅장한 목소리가 대성전을 울렸다.
단상 위에서 황금빛 로브를 입은 교황, '베네딕투스 16세'가 천천히 내려오고 있었다.
현존하는 인류 중 신에 가장 가까운 사나이.
온화한 미소와 하얀 수염이 매력적인, 이 나라의 정신적 지주.
하지만 지금 내 눈에는 그저 '화장실 가는 길을 막고 있는 장애물 1호'로 보일 뿐이었다.
그가 한 걸음씩 다가올 때마다 내 엉덩이 근육은 비명을 질렀다.
또각. 또각.
교황의 발소리가 내 괄약근을 노크하는 소리처럼 들렸다.
긴장감은 장 활동을 촉진한다. 이건 과학이다.
교감신경이 흥분하면서 장내 가스들이 "와! 탈출이다!" 하고 문 앞으로 쇄도하고 있었다.
'오지 마. 제발 오지 마.'
'나 지금 말 걸면 싼다고. 진짜 싼다고.'
내 속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교황은 세상에서 가장 자애로운 미소로 내 손을 잡았다.
"그대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신성력이... 실로 경이롭군요. 마치 태풍 전야의 고요함 같습니다."
당연하겠지.
지금 내 뱃속은 태풍 정도가 아니라 허리케인 카트리나급이니까.
그것도 아주 지독한 황사가 섞인.
"지난 3일간, 식음을 전폐하고 기도실에 틀어박혀 기도를 올리셨다고 들었습니다."
기도가 아니라 변비 때문에 못 나온 겁니다.
"그대의 희생과 헌신에, 신께서도 감동하셨을 겁니다."
신은 모르겠고, 내 대장은 확실히 감동한 것 같다. 아주 격렬하게 춤을 추고 있으니까.
"부디, 이 늙은이에게 축복의 입맞춤을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교황이 허리를 정중하게 숙였다.
그것은 성녀에 대한 최고의 예우였다.
수천 명의 관중이 숨을 죽이고 그 성스러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사형 선고나 다름없었다.
허리를 숙인다 -> 내 손등에 입을 맞춘다 -> 필연적으로 내 복부와 거리가 가까워진다.
'위험해.'
본능이 경고했다.
교황의 숨결이 손등에 닿는 순간, 그 미세한 자극이 트리거가 될 것이다.
'안 돼! 참아! 이벨린! 넌 할 수 있어! 넌 지성인이야! 넌 K-직장인의 인내심을 가진 한국인이라고!'
나는 필사적으로 아랫배에 힘을 주었다.
허벅지가 달달 떨리고, 식은땀이 비 오듯 쏟아져 화장이 지워질 지경이었다.
교황의 입술이 내 손등을 향해 다가오는 그 순간.
꾸르르르륵-
뱃속 깊은 곳, S자 결장 부근에서 대장이 파업을 선언했다.
마치 거대한 댐에 금이 가듯, 괄약근의 통제권이 내 뇌를 떠나 자율주행 모드로 전환되었다.
더는 못 버틴다.
이건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물리학의 문제다.
30리터의 기체가 좁은 통로를 빠져나가려 하고 있다.
이건 생존 본능이었다.
'안 돼! 여기서 뀌면 사회적 매장이다! 성녀고 나발이고 그냥 똥쟁이로 역사에 기록될 거라고!'
'제목 : 대성전에서 똥 지린 성녀.jpg'
이런 짤이 대륙 전역에 퍼질 것이다.
그럴 바엔 차라리 혀 깨물고 죽는 게 낫다.
[시스템 : 괄약근의 밀폐력이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시스템 : 내부 압력을 견디지 못해 가스가 '누출' 됩니다.]
[시스템 : 발사 카운트다운... 3, 2, 1...]
야 이 개 같은 시스템아, 멈ㅊ-
"피이이이이익-!"
......시간이 멈췄다.
교황의 입술이 내 손등에 닿기도 전이었다.
정적만이 감도는 대성전에, 아주 날카롭고도 길고 긴 소리가 울려 퍼졌다.
보통의 "뿡"이나 "뿌우웅" 같은 귀여운 소리가 아니었다.
이것은 마치 고무풍선의 입구를 양손으로 팽팽하게 당긴 채 바람을 뺄 때 나는, 고주파의 비명 소리였다.
마치 바람 빠진 풍선이 비명을 지르는 듯한 소리.
피이이익... 삐이이익... 픽.
소리는 끝없이 이어졌다.
마치 오페라 가수가 고음을 길게 뽑아내듯, 내 엉덩이는 3일간 참아온 한을 토해내고 있었다.
단순한 소리만이 아니었다.
고압으로 압축되어 틈새로 비집고 나온 가스는, 입고 있던 풍성한 실크 드레스 자락을 거칠게 뒤흔들었다.
펄럭-!
"훕?!"
내 손등에 입을 맞추려던 교황이 화들짝 놀라 고개를 젖혔다.
드레스 안에서 갈 곳을 잃고 요동치던 공기의 파동이, 치맛자락을 타고 역류하여 앞쪽에 있던 교황을 덮친 것이다.
푸르르르-
그의 잘 정돈된, 평생의 자랑이라던 하얀 수염이 태풍을 맞은 갈대처럼 사방으로 솟구쳤고, 입술은 거센 풍압에 의해 불독처럼 푸르르 떨렸다.
"......"
2026.02.01 12:00
2026.01.31 12:00
2026.01.30 11:05
2026.01.29 11:18
2026.01.28 12:17
2026.01.28 11:56
2026.01.27 12:20
2026.01.26 17:31
ㅠ.ㅠ 개재밋는데 왜아무도안보지 어이가없군 성녀님이야기개재밋는데
26.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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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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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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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다……….…….
26.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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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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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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