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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집
1화무료 1화
자유 연재 | 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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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 섬에 어머니와 함께 전학 온 찬우, 그곳에서 기이한 일이 벌어지는데.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유일하게 뜻을 함께하기로 한 추장과 그것의 정체를 파헤치기로 한다. 그들은 과연 이 섬에서 무사히 살아나갈 수 있을까?

공모전 참여작#권선징악#가상현실#생존물#헌터물#아포칼립스#현대#SF#스릴러#추리/미스터리#판타지#먼치킨#외유내강#학생

<1>

“여기 전학왔으면 이 놀이는 꼭 해야 해.”

 

나는 앞으로 바다가 보이고, 집집이 부지가 꽤 넓은 누가 봐도 시골이라 칭할 수 있는 작은 섬으로 전학 왔다.

 

“무슨 놀이?”

“일단 이거 써 봐.”

 

옅은 민트색을 바탕으로 알록달록 꽃들이 칠해진 벽화가 인상적인 한 분교로 등교한 첫날이었다. 또래보다 키가 큰 남자애가 이 학교에서 유행하는 놀이라며 나를 운동장으로 데려가더니 이상한 고글 하나를 건넸다. 빠진 앞니가 창피한지 손등으로 가리며 웃는 아이의 입꼬리가 왠지 모르게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저것은 흥분이 공존하는 미소였다.

 

받아 든 고글 비슷한 것을 머리에 대충 우겨 썼다. 아이는 내가 그것을 단단히 썼는지 확인한 후에야 “그럼 잘해 봐.”라는 말을 남기고 유유히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건물 중앙에 걸린 큰 시계가 네 시 삼 분 전을 가리키고 있었다.

 

고글을 뒤집어쓴 채 몇 분을 멍하니 있자, 네 시를 알리는 종소리가 댕하고 네 번 들렸다. 운동장엔 억지로 떠밀려 온 것 같은 몇 명의 아이들이 나와 같은 고글을 쓰고 움츠리고 있었다. 분명히 놀이라고 했는데, 왜 저들은 두려워하는가.

 

이 생각을 미처 마치기도 전에, 나는 그 놀이의 실체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운동장 구령대 앞에는 특이하게도 큰 나무 하나가 자리하고 있었다.

 

매우 장대한 나무였다. 가지는 땅바닥에 닿을 듯이 축 늘어져 있고 기둥은 아이 대여섯 명이 양팔을 벌려야 겨우 끌어안을 수 있을 듯했다. 내가 본 광경은 나무에서부터 시작됐다. 종이 네 번 울리자 잠에서 깨어나기라도 한 것처럼 나무가 움틀거리는 것이었다. 기지개를 켜듯 몸을 일으킨 나무가 점점 괴물의 형태로 변해갔다. 괴물이란 말이 맞나? 저게 무어지? 급한 대로 그것이라 칭하기로 했다. 바위 같기도, 썩은 나무 같기도 한 그것의 살갗이 드러났다. 몸이 굳어 움직일 수가 없었다. 눈동자만 도르르 굴려 운동장에 있던 다른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아이들은 숨죽이고 있었다.

 

쿵-

 

그것 발을 떼기 시작했다.

 

쿵- 쿵- 쿵-

 

그것은 타이어들이 박혀 테두리를 이루고 있는 모래사장 쪽으로 걸어갔다. 모래사장에는 철봉이 있었는데 그 철봉 뒤에 숨어있던 여자애 셋은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있었다. 그 모습은 예수 앞에 두 손을 모아 기도하는 것처럼 간절하게 느껴졌다. 여자애들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가엾게도 고글의 투명한 판이 불투명하게 안개꽃이 번졌다.

 

쿵- 쿵- 쿵- 쿵-

 

지체할 것도 없다는 듯 그것의 발걸음은 저돌적이었다.

 

쿵- 쿵- 쿵- 쿵- 쿵-

퓨숙-

 

모래 위로 반쯤 보이던 타이어가 그것에게 밟혀 바람 빠지는 소리를 냈다. 바로 앞에 다가온 그것의 압도적인 모습에 한 여자아이가 결국 울음을 토해냈다.

 

“으아아!!!”

 

나머지 두 여자아이는 소리를 내 우는 자신의 친구를 원망스럽게 바라보는 것도 찰나, 빠르게 반대편으로 도망갔다. 작은 아이들의 뜀박질에 모래가 소복 거리는 소리를 냈다. 그것은 잠시 그 둘에게 시선을 뒀다가 이내 더 큰 소리로 우는 여자아이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그리고 구름에 달이 걷히듯 고글의 습기도 홀연히 사라졌다. 연기처럼. 정적이 잇따랐다. 그것과 대면한 여자애는 젤리처럼 녹아내렸다.

 

 

 

<2>

질펀한 액체가 모래 위로 흘렀다. 끈적한 액체가 모래알을 붙인 채로 그것의 발 앞까지 흘러갔다. 그것은 불편하단 듯 액체가 닿지 않게 한쪽 발을 들어 올렸다. 괴물, 아이, 젤리.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단어들의 연속이었다. 그것은 등을 돌려 또다시 주저 없이 발을 옮겼다.

 

쿵- 쿵- 쿵- 쿵-

 

이번엔 국기 게양대 쪽이다. 국기 게양대는 내가 서 있는 곳 바로 옆이었다. 본능적으로 건물을 향해 몸을 돌렸다.

 

철컹-

 

건물 문이 잠겨있었다. 옆의 창문도, 그 옆옆의 창문도, 그 옆의 문도. 모두.

 

쿵- 쿵- 쿵- 쿵- 쿵-

 

그것의 발걸음과 내 심장 박동이 겹쳐 들렸다. 건물 뒤쪽 주차장으로 뜀박질했다. 아반떼 뒤에 몸을 숨겼다. 그곳엔 인디언 추장처럼 머리띠에 깃털을 단 여자아이가 이미 몸을 숨기고 있었다. 나는 이 아이를 편의상 추장이라 부르기로 했다. 추장은 고개만 빼내 주위를 둘러본 후에야 나에게 시선을 두었다. 고개만 갸웃거리는 제스처가 마치 너는 누구냐고 묻는 것 같았다. 의중을 알아차린 나는 목울대를 울렁거리며 목소릴 뽑아냈다.

 

“아, 나는….”

 

말 내뱉기 무섭게 추장의 검지가 입술에 달라붙었다, 내 천자로 찡그린 그 애의 미간과 함께. 나는 입을 다물고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입 모양으로 말해.’

 

더듬더듬 알아들은 추장의 첫 말이었다.

 

‘나는 찬우. 전학 왔어.’

 

입을 최대한 크게 벌려 또박또박 발음했다.

 

‘조금만 버텨. 곧 끝나.’

 

위안이 됐다. 그렇구나. 이 악몽 같은 숨바꼭질도 끝이 있긴 했구나. 스스로 안심하는 내가 어딘가 끔찍하게 느껴졌다.

 

 

 

<3>

몇 번을 더 ‘그것’에게 들킬 위험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나는 추장을 따라다녔고 추장은 몸을 숨길만 한 장소를 잘 알고 있었다. 덕분에 나는 목숨을 부지한 셈이다. 두피에 맺힌 땀방울이 흘러 턱선을 타고 떨어질 즘 종이 다섯 번 울렸다. 곳곳에서 한숨들이 터져 나오는 것이 스테레오 사운드처럼 입체적으로 들렸다. 주변 반응을 보니 드디어 끝이 난 것 같다. 추장은 깃털 달린 머리띠는 벗어내고 젖은 머리칼을 흔들며 땀을 털어내고 있었다.

 

“추장, 끝난 거야?”

 

속으로만 불렀던 별칭을 나도 모르게 발화해 버렸다.

 

“추장? 독특한 애네.”

 

추장은 별다른 첨언 없이 뒤돌아 학교 안으로 향했다. 나는 추장을 뒤따라가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 무릎에선 선홍빛 피가 맺혔다. 무릎 주위를 손톱으로 꾹꾹 누르며 아픔을 참아내는데 머리 위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전학생, 용케도 살아남았다?”

 

익숙한 목소리였다. 한 시간 전 나에게 고글을 건네며 빠진 앞니가 다 드러나도록 웃었던 아이였다. 조금 전 일어났던 일이 파노라마처럼 머리에 스쳤다. 이해 안 되는 상황의 연속에 대한 울분이 치솟았다. 나는 무릎이 아픈 것도 잊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남자애를 쏘아봤다.

 

“이게 무슨 짓이야? 이게 다 뭐냐고 대체!!!”

 

그 아이는 두꺼운 손으로 내 어깨에 힘을 실으며 그대로 날 주저앉혔다.

 

“어딜. 기어오르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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