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사. 세상의 평화를 가져오는 존재. 악을 멸 하는 존재. 일단 나는 아니다. 탕! 털썩. 총소리가 울리며 사람이 쓰러졌다.
용사.
다른 사람들을 지키는 존재.
세상에 희망을 가져다주며 악을 멸하는 존재.
탕!
사내의 오른팔의 총알이 박혔다.
“으아아!”
피가 흐르는 팔을 부여잡으며 나에게 달려온다.
나는 총을 사내의 머리에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탕!
총알이 발사되는 소리와 함께 머리가 터졌고, 머리를 잃은 몸은 그대로 쓰러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하고는 거리가 많이 먼데.’
바닥에 쓰러져 있는 몸을 보면서 생각했다.
통칭 이세계
마법과 스킬이 존재하고 엘프나 오크같은 판타지적인 요소들이 넘쳐나는 곳.
하지만 어느 날 마물이라는 존재가 나타나며 대륙을 차례로 휩쓸며, 많은 생명을 앗아갔다.
모든 종족과 생명체가 협력하여 맞서 싸웠지만 마물은 수가 매우 많았고 그중 몇몇은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멸종하는 종족들이 늘어나자, 이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마법으로 다른 차원에서 용사의 어울리는 자들을 소환했고, 그 용사들은 각자가 가진 특별한 능력으로 마물과 맞서 싸웠다.
하지만 용사들이 가진 능력은 각자 특별한 것이 아니다.
원래 똑같은 능력이었다.
바로 명제다.
원하는 조건을 하나 선택하고, 그 조건이 지키기 어려울수록 강한 능력을 얻을 수 있다.
아까 내가 사용한 총도 원래 이세계에 없던 것이지만 용사 랭킹 9위인 김세준이 만든 것이다.
그는 원래 세상에서 군수 물품을 제작하는 회사에 사장이었고, 명제는 ‘자신이 가진 것을 아낌없이 남에게 베푼다’ 이다.
그 명제의 무게에 걸맞게 한번 만져본 물건을 제작할 수 있는 능력을 얻었고 그 덕분에 이세계에는 총기나 화기 같은 무기가 보급되었다.
참고로 나는 용사 랭킹 293위다.
세계를 위해 마물을 사냥하는 건 둘째치고 당장 생계조차 유지하기 힘들기 때문에 지금처럼 현상금을 타기 위해 범죄자들을 잡고 있다.
‘왜 원래 살던 곳이나 여기나 나는 살기가 힘들까?’
나로 인해 머리가 없어진 사내의 몸을 수색해 보았지만.
‘쓸모있는 게 없네. 꽤 유명했으니 가진 게 많을 것 같았는데.’
사내는 이 빈민가에서 유명한 강간범이었다.
빈민가에서만 설치다가 어느 귀족의 딸을 겁탈했다고 했었나?
사내의 몸에 주사기를 꼽고 피를 뽑은 후 건물을 나와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이후 내가 향한 곳은 길드였다.
길드는 중간 작업을 해주는 곳이다.
누군가 의뢰를 하면 그 의뢰내용을 공유해주고 의뢰를 해결한 자에게 의뢰인이 내건 보수를 지급하는 곳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음식을 먹거나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나를 힐긋 쳐다보는 시선들을 무시하며 직원이 있는 테이블 앞으로 가서 강간범에 피가 담긴 주사기를 내밀었다.
직원은 주사기를 받은 후 잠시 기다려 달라고 말한 후 옆에 있던 종이에 주사기를 가져다 댔다.
저 종이에는 피의 주인의 생사여부를 알 수 있는 마법이 새겨져 있다. 직원이 주사기 뒷부분을 눌러 피를 몇 방울 떨어뜨리자 마법진에 붉은 빛이 들어왔다.
붉은 빛은 죽었다는 뜻이다.
“의뢰 완료 확인됐습니다. 받으시죠.”
직원이 주머니를 건넸다.
주머니를 받은 후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직원이 손을 뻗으며 말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실 수 있나요? 의뢰인께서 직접 감사 인사를 하고 싶다고 하셔서 지금 연락...”
“괜찮다고 전해 주시죠.”
직원이 말을 마치기 전에 자르고 마저 일어났다.
어쩔 수 없다. 직접 인사를 하고 싶다고 한 부탁을 들어줄 정도면 어느 정도 이 길드 지부장과 친분이 있는 의뢰인이란 말이고 높은 확률로 귀족일 것이다.
물론 귀족과 접점을 만드는 것은 나한테도 이득일 것이다. 하지만 여기는 그렇게 치안이 잘되는 곳이 아니고, 뭔가 한 건 한 티를 내면...
문손잡이를 잡고 길드를 나서기 전, 뒤에서 시선이 느껴졌다.
‘...이미 늦었나.’
시선이 느껴진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한 노인이 나를 조용히 응시하고 있었다.
직원이 나를 붙잡는 모습을 보고 뭔가 낌새를 느낀 것이리라.
내가 손잡이를 돌리고 문밖으로 나가자 노인을 포함한 5명이 따라나섰다.
이후 문이 열리고, 가장 먼저 나오는 자가 외쳤다.
“어이 형씨! 아까 직원분이랑 대화를 좀 길게 하던데 무슨 내용인지 공유좀... 어라?”
“빨리 안 나가고 뭐 해?”
뒤에 오는 자가 짜증내며 말했다.
“아니... 나간지 얼마 안 됐는데 없어졌어.”
“뭐? 그럼 어디간...”
탕!
‘하나.’
열린 문 뒤편에서 격발음이 울려 퍼졌고, 내가 쏜 총알은 문에 구멍을 내며 선두에 있는 자에 복부를 꿰뚫었다.
“끄아아악”
복부를 꿰뚫린 자가 배를 움켜잡으며 무릎을 꿇고 절규하는 사이.
“문 뒤야! 모두 들어가!”
그 후에 오던 자가 소리쳤다.
“놈이 눈치챘다고!, 어서 비켜! 들어가야...”
탕!
‘둘’
“컥!”
총구를 살짝 위를 향하게 하여 격발하자, 두 번째로 서 있던 자는 총알이 목을 관통했고, 그대로 절명했다.
‘다음은...’
2026.01.28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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