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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그레이
3화무료 3화
자유 연재 | 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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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라 기업 전무 이사의 외동아들 한지태, 뉴스로만 보던 이 유명한 남자에게 계약 연애를 제시 받았다. 부모님이 운영 중인 꽃집에서 두 분을 도울 겸 일하고 있는 그저 평범한 여자 임다예. 하지만 그녀가 예전 지태의 원나잇녀라는 걸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러시는 거 영업 방해인 건 아시죠?" 그런데 이 남자 손길이 닿는 곳곳마다 왜 낯설지도 않고 따뜻하면서 안심되는 느낌이 들지? 난로처럼 따뜻한 손바닥이 다예의 어깨를 감싸는 순간, 귓가에서 앞으로의 일을 알 수 없는 아찔한 말들이 머리가 감전된 느낌과 함께 오고 갔다. "어떡하지, 다예야. 난 이 계약 파기할 생각이 없어졌는데." psmknto741@gmail.com

#로맨스#현대#몸정>맘정#소유욕/독점욕/질투#원나잇#재회물#짝사랑#달달물#드라마#계약관계#순진녀#다정남#재벌남#평범녀

1.

 

직장인이나 학생들에게 맞이하기도 일어나기도 싫은 새 한 주의 날부터 창문 안으로 눈부신 햇살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시내 횡단보도에서는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하나둘씩 신호등 앞에 나타났다. 덜컹덜컹. 빵빵빵. 승객을 가득 채운 채 오고 가는 전철과 바쁘게 오가는 차량들 뒤로는 조용한 일상으로 가득한 한 꽃집이 사람 몇 명 오가지도 않는 곳인 상가에 눈에 딱 들어오는 듯이 있었다.

 

그 안에서는 다예가 부모님의 일을 도우기 위해 가위로 붉은 장미 꽃줄기를 다듬어가며 꽃꽂이를 하고 있었고 지루함도 같이 달래기 위해 그녀의 앞에는 라이브 뉴스가 틀어져 있는 태블릿이 놓여 있었다. 뉴스에 아나운서가 제 모습을 펼치거나 기자의 목소리가 들릴 때 가끔은 자신도 ‘과거에 열심히 공부했었다면 저런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씁쓸한 상상을 해보기도 했다.

 

그래도 지금의 자연스러우면서도 깨끗한 섬에서 살고 있는 느낌이 담긴 듯한 삶도 나쁘지 않다고 느꼈기에 다예는 괜히 비교하지 말자고 애써 감정을 바꾸었다. 스크린 속에서는 뉴스의 특징인 늘 여전한 희극적과 비극적인 속보가 연달아서 나오던 중, 화장실 안에서 볼일을 마친 다예의 어머니가 모습을 드러내 혼잣말을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에휴, 오늘도 손님이 별로 없네. 하긴 이런 작은 동네에서 장사해서 뭘 기대를 하겠어.”

 

사업을 하다 보면 희망이라도 마음에 담고 싶어서 긍정적인 기대를 종종 하게 되지만 막상 현실적인 상황들을 눈앞에 마주하게 되고 앞으로 알 수 없는 걱정들을 괜히 늘 떠올리니 마음이 복잡해지는 순간이었다. 그래도 꽃집이라도 버티게 하는 여력이 있는 게 어디 있는 것인가. 붉은 가죽이 좀 벗겨진 의자에 앉은 진숙은 딸이 꽃꽂이를 진행하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어차피 손님도 없겠다 그냥 뉴스나 보자’ 하면서 태블릿 화면을 향해 눈길을 스윽 하고 돌렸다.

 

“잘하네. 처음에는 손도 다치고 꽃 한 송이 빼먹고 그러던 게 지금은 고수 다 됐네 다 됐어.”

“참나, 전에도 내가 제육볶음 만든 거 다 잘 드셨으면서.”

 

다예는 칭찬인 듯 아닌 듯한 엄마의 말에 피식 웃음이 나오다가 자신의 집중력과 미적 감각을 최대한 끌어올려 그 결과인 일랑일랑과 붉은 장미로 완성된 풍성한 꽃다발을 조금 만족스러운 미소로 바라보았다. 뇌 빼고 보니까 자기가 만들었어도 정말 잘 만들었다는 기분이 들어 뿌듯하기도 하고 이 꽃다발을 누군가가 돈을 내 사갖고 갈 거라는 알 수 없는 미래의 상상까지 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20대 중후반 때인 대학교를 졸업하기 전에는 공부에 시달려 학업 스트레스를 풀 만한 곳이 없나 했었는데 그래도 부모님 일을 도울 겸 이렇게 꽃꽂이를 하다 보니 금방 풀려서 다행이었다. 하지만 지금이랑은 다른 얘기, 예전의 남은 학업 스트레스 문제로 계속 꽃집에 머무는 이유도 아니었고 그때 일을 생각하면 부모님이 있는 공간이 편하다는 느낌이 자꾸 온몸에 스며들었다.

 

다예는 또 만들 거 없나 싶어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아직 별로 쓰지도 않은 파란 장미 다발들이 눈에 띄어 곧장 집어 올렸다. 이렇게 예쁜데 손님들은 왜 별로 가져가질 않지.

 

“엄마, 이 파란 장미는 전처럼 라벤더랑 같이 꽂아놓으면 되지?”

“네 맘대로 해도 돼. 엄마가 요즘 꽃꽂이 스타일을 모르는데 네가 하면 분위기가 확 살아난다고 해야 하나.”

“알았어.”

 

의자에서 일어나 라벤더꽃을 찾으러 간 딸의 뒷모습을 바라본 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기는데 다예가 예전에 주말마다 항상 밖에 나가서 기분 좋게 놀러 나가는 모습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멈춰 서있었다. 2년 전만 해도 소통도 잘하고 순간순간마다 항상 행복해 보였던 표정을 늘 보여줬었던 아이였는데 지금은 저렇게 똑같은 한 자리에서 계속 가위질만 하고 있는 게 가끔은 신경이 쓰이기도 했다.

 

‘여기 있었네.’

 

라벤더꽃을 금방 찾은 그녀는 꽃다발에 잘 어울리는 천을 고른 뒤, 다시 의자에 앉아서 파란 장미와 꽃꽂이를 어떻게 할지 좌우로 훑어보다가 본격적으로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진숙은 딸이 자신이 너무 복잡하게 신경 쓴다는 기운을 주지 않으려고 애써 감정을 억누른 채, 잠시 그녀에게 입을 열었다.

 

“다예야.”

“응?”

 

언제는 이렇게 막 자주 도와주질 않아도 되는데 말이지. 제 딸이 취직 준비를 하는 건 이미 알고 있는 상태에다 종종 핸드폰으로 취업 지원이 떨어졌다는 메시지를 볼 때마다 상실감이 담긴 표정을 짓는 다예가 걱정되었다.

 

솔직히 꽃집 일을 도와주는 건 본인이 좋아서 하는 것도 아닐 수도 있을 텐데 말이다.

 

“요즘은 시내 가서 친구들 안 만나?”

“.....”

 

엄마의 물음에 라벤더꽃을 쥐고 있던 그녀는 지금 삶도 만족하며 굳이 사람을 안 만나도 제 자신이 피폐해질 일도 없다는 척인 듯 입을 꾹 닫았다가 걱정하지 않을 만한 대답을 생각했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대답하진 못해서 누가 봐도 괜찮지 않은 모습을 보이는 거 같아 괜히 자존심이 상하는 부분도 느껴졌다.

 

결국 돌아오는 건 제 뜻대로 되지 않는 막막함이 담긴 대답뿐, 다예는 괜히 미소를 지으며 괜찮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고개를 저었다.

 

“그냥... 뭐... 엄마 일 도와주는 게 더 편한 거 같은데.”

“나야 우리 딸이 엄마 일 도와주면 엄마도 편하고 좋긴 하지만 너도 자유시간을 가지고 싶을 때가 있잖아.”

 

‘꽃꽂이를 계속 하는 것도 좋지만 엄마 말씀대로 가끔은 자유시간이고 사람을 좀 만나고 싶단 말이지. 하지만...’

 

아직은 누군가를 만날 준비가 되질 않았다는 기분만 오고 갔지만 엄마의 다정이 담긴 저런 말을 들으면 감정이 올라오며 가슴이 욱신거렸다. 고개를 끄덕인 다예는 파란 장미 줄기를 다듬어가며 조금 멍 때리던 도중, 모녀가 잘 아는 기업의 속보를 전하는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들리자 둘은 잠시 분위기를 바꿀 겸 라이브 방송이 나오는 태블릿 화면을 향해 눈을 돌렸다.

 

플로라, 예전에 백화점에 종종 갔을 때 향수를 시향해본 적이 있었고 화려한 로즈 향기가 가득한 하루를 가져다줬기에 그때 그 기억이 선명하게 떠올렸다.

 

“나 커피 좀 타올게.”

 

커피머신이 있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 그녀는 작은 종이 쪼가리에 ‘밀크커피’ 글씨가 붙어있는 버튼을 누르자 종이컵이 자동으로 툭 나오는 동시에 기계가 작동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이 기다리는 시간이 잠시 동안은 무언가를 생각하거나 예전의 좋았던 일을 떠올리게끔 만들어줘서 조금은 슬프기도 하고 편안했다.

 

컵 안에 밀크커피가 적당히 찼을 즈음 기계가 멈추자 커피를 챙기고 다시 제자리로 향해 의자에 앉은 다예는 뜨거운 액체를 식히기 위해 컵을 두 손으로 꼭 잡아 후후 불어댔다. 손이 따뜻한 건 좋지만 입이 데이는 건 싫단 말이지.

 

“플로라 전무 이사였나, 거기 아들이 곧 서른인데 장가가기 싫다고 그렇게나 지 아비한테 졸라 댄다는 소문이 자자하던데.”

“그래? 재벌집 아들은 다 거기서 거기인 줄 알았는데 의외네.”

 

결혼하기 싫다고 졸라대는 남자는 그래도 뭔가 사정이 있지 않을까, 다예는 밀크커피를 천천히 마셔가면서 뉴스 화면을 지그시 바라보기만 했다. 이번에는 또 어떤 신제품을 소비자들에게 선보일지 궁금하기도.

 

카메라 셔터가 나는 소리에서 한 인물에게 화면이 전환되는 순간, 진숙은 나레이션과 뉴스 문구를 보면서 웃기다는 듯이 코웃음을 쳤다.

 

[JBT에서 확보한 플로라 전략 기획팀 속보입니다. 기술 확보와 매출 확대를 위해 멜리언 그룹과 같이 공동 사업으로 협력을 진행하게 되었는데요.]

 

“어휴, 저 회사들은 이번에도 같이 협력하네...”

“응? 그래도 전에 사용했던 화장품들도 나쁘지 않았잖아.”

 

다듬은 꽃줄기를 끈으로 묶으면서 다예는 엄마의 불만족스러운 목소리에 대답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목소리는 짜증이 담기며 점점 더 커지기만 했다.

 

“그렇긴 하지만 전에 그런 일 있잖아. 3년 전이었나, 에센스 때문에 소비자들 두드러기 나고 난리 났던 사건.”

“그래도 그건 이미 지난 일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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