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생의 원치않는 혼인을 막기위하여 주례를 서는 신부님을 납치한 두 언니의 이야기.
록스테리아 왕국은 왕권보다는 신전의 권한이 더욱 강한 나라이다.
이처럼 신전이 국교인 나라에서는 많은 일에 신전의 허락과 도움이 필요하다.
신생아가 태어나 축복을 내리는 일에서 사람이 죽어 장례를 치르는 일까지 포함한 거의 모든 일에 신전이 나서지 않는 일이 없을 정도이다.
신전에서 의식을 치르지 않은 채로 개업한 가게들은 오래가지 못하고, 중대한 시험을 치르기 전 신전으로부터 축복을 받지 않으면 시험에서 낙제한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또한 신앙이 없는 자는 이단 취급을 받아 배척당해 제대로 된 생활을 영위하기 힘들었다.
그만큼 신전은 사람들의 생활 속 깊숙이 자리 잡게 되었다.
인생의 중대사 중 하나인 결혼식 또한 마찬가지였다. 태어나고 세상을 떠나는 일에 날짜를 정할 수는 없으니 따로 약속을 잡지 않아도 며칠 안에는 신부님을 알현할 수 있었지만, 결혼식은 이에 비해 여러 가지 까다로운 조건들이 있기에 식을 행하는 것 자체가 매우 고된 일이었다.
통상적으로 남자가 프러포즈하고 여자가 승낙하면 두 사람은 결혼식을 올리기 위하여 신전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데, 이때 결혼 당사자들을 포함한 직계 가족들의 사주가 기재된 혼인 신청서를 작성하여 제출해야 한다. 그러면 신전에서는 혼인 신청서에 기재된 사주를 보고 연인들의 결혼식 주례를 담당하게 될 신부님을 선임하게 된다.
하지만 말이 주례지 결혼식의 준비부터 마무리까지 모두 담당 신부님의 주도하에 이뤄지고 허락받아야 한다.
결혼식 날짜 또한 신부님이 정하신 날짜에만 행해야 했고, 부케와 장식할 꽃들, 음악 선곡, 하객의 수 등도 지시하에만 준비할 수가 있었다.
결혼식을 올릴 지역은 신부의 고향으로 고정이었으니 결국 당사자들이 정할 수 있는 것들은 의상이나 하객들에게 대접할 음식 메뉴뿐이었다.
어느 것 하나라도 틀어지게 되는 결혼식을 치르게 된다면 이는 신의 축복을 받지 못한 결혼식이라 칭하며 그 부부는 평생 갈등을 빚게 되고 건강한 아이를 출산하지 못한다는 속설도 있었다.
또한 불가피한 상황에서 신부님이 지병으로 갑자기 쓰러진다거나 하여 결혼식 주례를 서지 못하게 되면 그 결혼식은 파투가 났기 때문에 대부분 젊고 건강한 자들이 도맡아 결혼식을 준비하였다.
이처럼 대다수의 사람이 이를 속설 정도로만 생각하지 않고 정설이라 여겼기 때문에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지 않으려면 완벽에 가까운 결혼식을 올려야 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정설이라 생각하는 것이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이들도 있었다.
이단 취급을 받게 되더라도 말이다.
아직은 이른 봄, 쌀쌀하지만 여느 때 보다는 따뜻한 햇살을 만끽할 수 있는 어느 날.
이런 좋은 날을 잡아 결혼식을 올리게 된 것은 진정 신의 축복을 받은 것이라며, 하객들 모두 입을 모아 결혼식 주례를 담당하게 된 신부님을 찬양하면서 그들의 높은 신앙심들을 증명하였다.
흰제비꽃을 장식한, 이 완벽할 것 같았던 결혼식이 파투 날 거라고 예상하는 사람은 없었다.
단 두 사람을 빼고는.
===
”흰제비꽃? 흰 제비 꼬오옻? 흰- 제에비이이?“
”클라라, 그만해.“
잠깐 정신을 잃었던 남자는 주변에서 들리는 여인들의 말소리를 듣고 겨우 의식을 차렸다.
여인의 말투를 들어보니 흰제비꽃이 어딘가 굉장히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이다.
뭐가 그리도 불만인 것일까. 신부가 들게 될 부케와 결혼식장을 장식할 꽃을 정하는 것은 주례를 담당한 신부의 소관인 것을.
그러고보니 오늘은 흰제비꽃의 부케를 드는 신부의 결혼식 날이다.
그런데 여기는 어디지? 분명 침대에 누워서 잠들었는데 깨어나 보니 바닥에 누워있었다.
마룻바닥도 아닌 울퉁불퉁 제대로 마감도 안 되어 거칠기만 한 딱딱한 바닥.
’내 방이 아니야?‘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전혀 감도 오지 않는 상태에서 잠깐 생각이 멈추었다.
이게 무슨 일인가.
몸도 뜻대로 움직이지 않아서, 몸을 살펴보니 밧줄로 발목까지 꽁꽁 묶여있었다.
”지금, 이게 무슨!“
”어? 신부님, 언제 깨셨어요?“
맞아. 그러고 보니 여성의 목소리를 듣고 깨어났지. 흰제비꽃에 불만이 가득하던 목소리의 주인을 보기 위해 고개를 겨우 들어 위를 올려다보았다.
처음보는 두 명의 여인이 나를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흰제비꽃을 알고 있는 것을 보니 신랑, 신부의 가족이거나 결혼식에 참석한 하객들이겠지.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다행이다.
남자는 얼른 자신을 묶은 이 밧줄을 풀어달라는 눈빛으로 두 여인을 올려다보았다. 밧줄에 묶인 자신을 발견하였으니 바로 풀어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남자의 생각과는 다르게 두 여인은 남자의 밧줄을 풀어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려던 찰나, 여인이 다시 입을 열었다.
“신부님, 언제 깨어나셨냐니까요? 왜 말씀을 안 하세요? 못하세요?”
”깨어나실 때가 됐으니 깨어나신 거겠지. 건장한 남성이라면 약효가 반나절 정도밖에 가지 않을 거라고 그랬잖아.“
2026.02.01 00:14
올라온 댓글이 없어요.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뷰컴즈 주식회사
대표 : 김학성 | 전화 : 1811-8389 | 이메일 : help@gling.co.kr
사업자 등록번호 : 492-88-01088 | 통신판매업신고번호 : 2022-서울영등포-1768
주소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당산로 171, 13층 130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