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1%의 오차도 견디지 못하는 강박증 남자가 마주한 2003년의 무질서한 과거와 첫사랑." [줄거리] 지독한 시간 강박증을 가진 냉철한 42세 금융인 상현. 그의 정교한 일상은 한 달에 한 번, 단 두 시간 동안 열리는 시공간의 틈을 통해 무너진다. 2025년의 차가운 도시에서 2003년의 뜨겁고 서툴렀던 청춘 한복판으로 던져진 그. 900원짜리 김밥과 음악이 흐르던 그 시절, 상현은 잊고 지냈던 다정함과 첫사랑 희수를 다시 만나며 완벽함 속에 숨겨둔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기 시작한다. [주요 인물] 이상현(42세/20세): #무뚝뚝공 #냉혈공 #완벽주의공. 과거의 트라우마로 시간에 집착하지만, 과거로 돌아가며 점차 변화하는 인물. 희수: #햇살수 #직진수 #다정수. 상현의 2003년을 빛나게 했던 첫사랑이자, 무질서한 생명력으로 상현을 구원하는 존재. [특이사항] 전 회차 집필 완료 (약 16만 자, 30~32화 내외)로 안정적인 연재 및 빠른 단행본 작업이 가능합니다. 2003년의 음악과 레트로 소품을 활용한 시각적 장치가 뚜렷하여 영상화 및 IP 확장성이 매우 높은 작품입니다.
[AM 6:25] 알람이 울리기도 전, 그는 벌떡 일어난다.
그의 눈은 정확히 암막 커튼 사이로 가느다란 빛이 침대를 수직으로 가로지르는 지점을 향했다.
그는 드레스룸의 작은 창문까지 열어젖혔다. 차가운 새벽 공기가 방 안으로 밀려들어 왔다.
한 손에는 돌돌이 테이프. 침구에 묻은 머리카락을 한 올도 놓치지 않겠다는 집착.
그때, 알람 소리가 울린다.
[AM 6:30] 침대 시트의 좌우 길이를 눈대중으로 맞춘다.
시트의 양끝을 팽팽하게 당긴다.
그의 침대 위에는 두 개의 이불이 있다. 낡아 실밥이 다 터진 이불, 그리고 그 위를 덮은 값비싼 거위털 이불.
그는 푹신한 거위털 이불의 각을 맞춰 갠 후, 보잘것없는 낡은 이불을 개서 올린다.
두 이불을 잘 겹친 후에는 그 위에 큰 베개를 올린다.
작은 쿠션 두 개를 침대 머리맡에 세운다.
주방으로 나와 정확히 200mL의 물을 따라 유산균 한 알을 삼킨다.
[AM 6:45] 샤워를 마친 후 거울 속의 얼굴을 확인한다.
볼 옆에 난 뾰루지 하나가 눈에 거슬린다.
희석한 티트리 오일을 면봉으로 콕 찍는다.
전날 준비해 둔 셔츠와 넥타이를 매고 머리를 빗는다.
[AM 7:00] 전날 밤 10시에 불려 둔 오트밀.
삶은 달걀 두 개. 따뜻한 보리차 한 잔.
그의 다른 손은 바쁘게 미국의 종가를 확인한다.
[AM 7:20] 숟가락을 놓자마자 설거지를 마친 후 컵 옆의 작은 트레이를 꺼낸다.
투명한 케이스 안엔 알약들이 색깔별로 나란히 놓여 있다.
오늘 먹어서 빈 케이스에는 새로운 유산균을 채운다.
점심 식사 후에 먹을 오메가 3와 비타민 B를 케이스에 담아 도시락 가방 안에 넣는다.
현관 앞에서 외모를 체크하고 구두 주걱을 꺼내 구두를 신는다.
[AM 7:45] 회사까지는 걸어서 15분.
이사 오기 전에는 매일 지하철에 치였다.
지하철에서 부딪히는 사람들의 눅눅한 체온과 소음은 그에게 지옥이었다.
다행히 지금은 그럴 일이 없다.
출근길, 바닥의 빨간 타일을 밟지 않는 것. 그것은 그날 하루를 시작하는 미션이었다.
그때, 옆에서 행인이 핸드폰을 보며 지나가다 그의 옷깃을 스친다.
"아이씨."
그는 자신의 자켓을 확인하며 오른손으로 왼쪽 어깨를 툭툭 턴다.
하지만 끔찍한 것은 그 다음이었다.
그의 시선이 멈춘 발끝. 그리고 깊은 한숨.
그의 구두 앞코가 빨간색 타일의 경계를 무참하게 침범해 있었다.
자신도 모르게 밟은 빨간색 타일. 찌푸려지는 미간.
하지만 이내 숨을 가다듬고 넥타이를 고쳐 맨다.
출근길,
커피 한 잔을 들고 뛰는 사람,
거울을 보며 머리를 매만지는 사람,
전화기 너머로 이미 업무를 시작한 사람,
아이를 두고 나와 불안한 목소리로 전화를 거는 엄마.
하지만 타인에 관심이 없는 그의 눈에는 소음일 뿐이다.
"팀장님,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시선을 끌기에 충분한 외모. 이상현. 나이는 42살. 파인브릿지증권의 VVIP 팀장이다.
"팀장님 거는 카모마일,"
"대리님은 바닐라 라떼죠?"
"여기 아메리카노 드실 분들…."
"고마워요."
"역시 수아 씨는 센스쟁이." 김 대리가 엄지를 치켜세운다.
"잘 먹을게요."
상현은 차를 쳐다보며 겨우 말을 내뱉는다.
"이런 건 안 줘도 괜찮아요. 다음부터 제 건 준비 안 해도 돼요."
아침 시황 회의가 끝나고는 모두 제자리로 돌아간다.
캘린더를 확인한 후, 목소리를 가다듬고 주요 고객들에게 전화를 건다.
"원장님, 그럼요. 시간 괜찮습니다."
"네네 그렇게 해주시면 너무 감사하죠. 하하하."
매일 반복되는 기계적인 웃음이 스쳐가고 다시 모니터를 본다.
흔들리는 그래프와 숫자들. 하지만 그의 표정에는 변함이 없다.
[PM 12:00] 다들 메뉴를 두고 열띤 토론을 벌인다.
"오늘 제육볶음 먹을까?"
"또요?"
"남자는 제육볶음이지."
"대리님, 오늘은 그냥 파스타 먹죠?"
"파스타? 수아 씨, 점심에 파스타를 먹고 나면 그날은 폭락이야."
정말 쓸데없는 말들. 지겹지도 않나.
시시콜콜한 이런 대화들이 지긋지긋하다.
그는 점심에 영어 수업을 듣는다는 핑계로 30분간 화상 영어 수업을 들은 후 도시락을 꺼낸다.
흰쌀밥,
구운 흰살생선,
2026.02.22 18:38
2026.02.22 18:34
2026.02.22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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