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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 근데 이제 뭐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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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선화
12화무료 12화
자유 연재 | 글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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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세계 페르시온에 빙의된 선아리는 11년의 고투 끝에 지구로 돌아오지만 귀환이 거부된다. 주 1회 12시간의 방문권만 얻은 채 다시 페르시온으로 돌아온 그녀는 절망 속에서 깨어나 돌아갈 수 없는 지구를 이 세계에 재현하기로 결심한다. 동료들과의 유대, 악신의 음모, 그리고 숨겨진 감정을 통해 그녀는 진정한 신적 존재로 거듭나고, 두 세계를 오가는 특별한 해피엔딩을 맞이한다. 소설 '페르시온'의 주인공 프레야에 빙의된 선아리는 마왕 격퇴라는 목표를 달성하고 지구로 돌아갈 기회를 얻는다. 그러나 지구의 관리자는 완전한 귀환을 거부하고 주 1회 12시간의 방문권만을 허락한다. 절망과 무기력 속에서 프레야는 자신의 새로운 삶의 의미를 찾기 시작한다.

#빙의#회귀#차원이동#복수#성장물#동료/케미#치유물#드라마

1. 지구로 돌아왔는데

 

“드디어 돌아왔다!”

 

유리로 된 빌딩 외벽에 햇빛이 반사되어 눈부시게 반짝였다.

푸른 하늘 아래, 회색 구조물들이 질서정연하게 늘어선 모습을 보니 눈물 날 만큼 반가웠다.

 

“엄마, 아빠, 까미야!”

 

북받치는 감정을 억누르며 그대로 내달리려는 순간.

 

“선아리 님.”

 

너무 오랜만에 불린 이름에 아리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누구세요?”

 

인기척도 없이 불쑥 나타난 남자는 깔끔한 정장을 입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그 어떤 특징도 없이 평범했다.

다만, 눈동자만이 유리알처럼 기묘하게 반짝였다.

 

“저는 지구의 관리자 중 한 명입니다.”

“…당신이 지구의 신인가요?”

“아니요. 저는 신으로부터 지구, 정확히는 대한민국의 관리를 배정받았습니다.”

 

그게 사실이라면 아리는 하고 싶은 말이 아주 많았다.

 

“나를 그 소설 속에 빙의시킨 게 당신이죠?”

“당신을 그 세계로 보낸 건 제가 맞습니다. 하지만 당신을 선택한 건 신의 결정이었습니다.”

“내가 당신들 때문에 얼마나 개고생을 했는지 알아요!”

 

관리자는 정중한 태도로 허리를 숙였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지금 그걸 말이라고…!”

 

아리는 관리자의 멱살이라도 잡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괜히 건드려 봤자 피곤해지기만 할 뿐이었다.

 

“됐어요. 어차피 이미 지난 일이니까. 그보다 저를 다시 원래대로 살게 해주세요.”

“그건 불가합니다.”

 

그 한마디에 아리의 이성과 마음이 동시에 찢어졌다.

 

“왜요…?”

“당신은 원래 그때 그 교통사고에서 죽을 운명이었습니다. 사후 세계 대신 다른 세계로 간 겁니다.”

 

아리는 그제야 깨달았다.

눈앞의 존재에게서 그 어떤 온기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걸.

그는 생명체가 아니라 인형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죽을 운명…. 저 겨우 28살이었어요.”

“인간은 태어나자마자 죽기도 합니다.”

 

가슴에 사무칠 만큼 차가운 말이었다.

운명은 때때로 지독하게 잔인했다.

 

“진짜 너무하네…. 그럼 전 이제 어떻게 되는 건가요? 원래 운명대로 죽는 건가요?”

 

예상할 수 있었던 범위 중에서 최악의 결말이었다.

 

“죽기 전에 가족들 한 번만 보고 가게 해주세요. 그 소설 속에서 개고생했는데 그 정도 소원은 들어줄 수 있잖아요?”

“당신은 죽을 수 없습니다.”

 

아리는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빤히 쳐다보았다.

 

“당신은 다른 세계로 넘어가면서 그쪽 세계에 속하게 되었습니다. 즉, 지구에서는 당신의 존재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말입니다.”

“그게 정확히 무슨 뜻인데요?”

“당신은 지구에서 살 수도 죽을 수도 없는, 말 그대로 이질적인 존재가 되었다는 뜻입니다.”

 

아리는 자신도 모르게 헛웃음을 뱉고 말았다.

죽음보다 더 최악의 결말이 있을 거라곤 정말 상상도 못 했다.

 

“설마…. 나보고 그 소설 속으로 다시 돌아가라는 말은 아니죠?”

“오해하고 계시는 것 같아 정정합니다. 당신은 소설 속으로 빙의한 게 아닙니다. 당신이 이동할 세계와 그쪽 세계에서 역할을 소설로 읽게 된 겁니다.”

 

낯선 세계에서 잘 적응하길 바란 신의 배려였다고 관리자는 덧붙였다.

아리는 금방이라도 실성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간신히 이성을 붙들었다.

 

“소설이든 아니든 다시 돌아가기 싫어요.”

 

아리는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할 만큼.

 

“내가 저기서 어떤 일을 겪었는지 모르죠?”

“선아리 님의 활약상은 그쪽 세계의 신을 통해 전달받았습니다. 신께서도 무척이나 자랑스러워하셨습니다.”

“진짜 미치겠다.”

 

점점 더 이성을 붙들고 있기가 힘들었다.

 

“그냥 여기서 죽고 이쪽 사람으로 다시 태어날래요!”

“불가합니다.”

“나한테 대체 왜 그래요? 애초에 나한테는 선택권도 없었잖아요! 내 의사도 묻지 않고 맘대로 보낼 때는 언제고!”

 

순간, 아리의 머릿속에서 깨달음이 스쳐 지나갔다.

그건 '신'이라는 존재의 진실이었다.

 

"진짜 신이라는 것들은…."

 

아리는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그대로 허물어졌다.

 

“생명이 우스워?”

“….”

“우리가 너희들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장난감 같아?”

 

관리자를 올려다보는 아리의 눈빛이 형형하게 빛났다.

 

“지구의 신에게 안내해. 내가 직접 따져 물어야겠으니까.”

“불가합니다.”

“…내 활약상에 대해 들었다며? 내가 비평화적인 수단을 쓰면 가능해지겠어?”

 

돌처럼 딱딱했던 관리자의 표정이 처음으로 깨졌다.

난감한 기색이 고스란히 느껴졌지만, 훨씬 더 인간다웠다.

 

“한 번이라도 차원을 넘어간 영혼은 원래 세계로 돌아올 수 없습니다. 이것은 신의 뜻이 아니라 우주의 섭리입니다.”

“우주의 섭리고 나발이고! 난 그런 건 모른다고!”

“그럼 가십시오.”

 

갑자기 관리자의 태도가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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