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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무대가 되다
자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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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월 화 연재 | 글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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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경성, 가문에서 의절당한 소년 권현수는 연극 무대에서 자신의 영혼을 벼려내기 시작한다. 스승 강신주의 가르침 아래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를 통해 진정한 배우의 길을 깨달은 현수는, 친구 김승호와 함께 경성 연극계의 거장이 되기로 다짐한다. 하지만 그의 찬란한 성공 뒤에는 한 여자의 목소리를 빌려 노래하게 될 비극적인 운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1930년대 일제강점기 경성, 유수한 가문의 아들이 연극배우의 꿈을 위해 가문에서 의절당한다. 신파극단 현대의 막내 단원으로 들어간 권현수는 동갑내기 친구 김승호와 스승 강신주를 만나 진정한 배우의 길을 배우게 된다. 이곳은 세상의 짓밟힘을 받은 자들이 자신의 영혼을 무대 위에서 당당하게 세우는 요새이자, 시대의 상처를 치유하는 성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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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초반, 경성.

밤늦은 시각, 성북동의 대문 앞에서 낡은 짐 보따리를 짊어진 소년 하나가 주저앉아 있었다.

권현수.

아직 스무 살도 되지 않은 소년의 얼굴에는 눈물 대신 독기와 절망이 뒤섞여 있었다.

"다시는 이 집에 발 디딜 생각 마라! 너 같은 천한 광대 자식은 내 아들도 아니다!"

문틈으로 들려오는 아버지의 차가운 고함.

현수는 방금 전, 연극배우가 되겠다는 꿈 때문에 가문에서 의절(義絶)당한 참이었다.

현수의 집은 경성 유수의 가문이었지만, 아버지는 예인(藝人)을 천시했다.

현수가 연극 무대를 고집하는 것은 가문을 더럽히는 패륜이었다.

"이게 그렇게 싫으시다면, 제가 직접 성공해서 보여드릴게요. 배우 권현수, 반드시 세상의 존경을 받을 겁니다."

소년의 마지막 외침은 차가운 밤공기 속으로 부서졌다.

가진 것도, 기댈 곳도 없는 현수에게 경성은 거대한 감옥처럼 느껴졌다.

며칠을 밤거리와 역을 전전하던 현수는, 마지막 희망을 품고 창경원(昌慶苑) 근처의 허름한 건물 지하로 찾아갔다.

그곳에는 경성 연극계의 거장이라 불리는 강신주 선생의 '신파극단 현대' 연습실이 자리하고 있었다.

현수는 끈질긴 기다림 끝에 막내 단원으로 극단에 들어설 수 있었다.

현수는 허드렛일을 시작했고, 그곳에서 운명적인 동료를 만났다.

"자네 연기, 꽤 하더군. 나는 김승호라네. 자네의 그 목소리, 아주 훌륭해."

김승호는 현수와 동갑내기로, 현수의 재능을 가장 먼저 알아본 친구였다.

두 사람은 곧 의지할 곳 없는 서로의 유일한 벗이 되었다.

"승호 자네는 사람의 마음을 꿰뚫는 눈이 있지. 훗날 자네는 위대한 감독이 될 걸세. 그때 꼭 나를 써주게."

어느 날, 극단은 프랑스 희곡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의 공연을 준비하게 되었다.

사랑을 위해 자신의 용기와 재능을 숨긴 채, 친구의 목소리를 빌려 사랑을 고백하는 비극적인 이야기였다.

현수는 단역이었지만, 가장 기세 좋고 대사가 많은 '가스코뉴 부대 대장' 역을 맡았다.

승호는 그의 뒤를 따르는 '부대원 1' 역을 맡았다.

좁은 무대 위, 현수는 지휘봉을 들고 열연했다.

그의 깊고 굵은 목소리가 낡은 연습실을 울렸다.

"가스코뉴 부대는 굴복하지 않는다! 우리의 용기는 우리의 목소리만큼이나 강하다!"

현수의 대사에 맞춰 승호는 뒤에서 낡은 소총을 치켜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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