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계에서 15년을 구르고 정복하고 온 연수술사. "뭐야, 왕세자란 사람이 360조를 가지고 있다고?" 그는 최소 10년 안에 따라잡기로 다짐했다. '스읍.. 10년은 좀 빠른가?'
1화 돌아오다
“푸하!”
하마터면 죽을 뻔했다.
고개를 돌려 보니, 익숙한 장소.
내가 늘 사용했던 화장실.
그리고 욕조 안에 누워 있는 나.
“돌아왔다!”
* * *
2000년.
사람들이 절대 오지 않을 거라며 멸망을 예언하던 해다.
새해가 밝았을 때.
사람들이 예상하던 멸망은 오지 않고, 대신이랄까? 변화가 생겼다.
바로, 이능력자가 생겨난 것.
사람들의 머릿속에 누군가가 친절히 알려 준다고 한다.
무슨 이명으로 각성했다고.
사람들은 혼돈에 빠졌고, 정보를 수집했다.
그럼에도 정확히 밝혀진 건 없다.
누가,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해야 각성이 되는지.
그 무엇 하나 밝혀진 게 없었다.
각성한 이들도 마찬가지.
누군가는 돈이 되는 능력을 얻었고, 또 다른 이들은 허울뿐인 이능력자로 큰 변화가 없는 사람도 있었다.
‘정화술사’의 이명을 얻은 이는 미국에서 모셔가 연에 10억 달러를 버는 반면에, ‘에어워커’라는 이명을 얻은 이는 공중에서 1cm 걷는 능력으로 공사판에서 박수만 받고 있었다.
‘운이 좋다고 해야 되나…?’
대한민국에서 천 명밖에 존재하지 않는 이능력자.
그중에 내 이름을 당당히 올릴 수 있었다.
이명은 ‘연수술사’.
정화술사와 비슷한 이명인 나는 여러 기대를 받았다.
물론….
어떤 능력인지 감도 못 잡은 나는 여타 일반인과 다름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게 됐지만….
‘이 내가 백수라니….’
군대를 전역하고 2년이 지난 스물네 살.
내 인생은 탄탄대로일 줄 알았다.
그야말로 날먹이란 말이 어울릴 줄 알았단 말이다.
개뿔.
차라리 각성이나 하지 말지, 괜히 기대를 받았지만, 실상은 그저 그런 백수로 전락하고 말았다.
스물네 살이면 슬슬 독립해야 할 나이.
점점, 옥죄이는 압박감에 불안함을 느꼈지만, 욕조에 누워 물에 담겨 있을 때만큼은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다.
이때의 나는 압박감에 미쳐 어처구니없는 상상을 하곤 했다.
눈을 떴을 때 이계이며, 신에게 선택받은 용사가 되면 참 좋겠다 하는 생각.
하지만 이 말도 안 되는 생각이 상상으로만 끝나지 않았다.
갑자기, 온몸에 탈력감이 느껴졌고, 나는 욕조 속 물에 빠져 정신을 잃었다.
바다도 아니고 욕조 물에 빠지다니!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린가.
근데, 그게 실제로 일어났다.
“어디지….”
정신을 차린 나는 주변을 둘러봤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알 수 있었다.
나는 어느 미친 사이코의 집 안에 들어와 있다고.
물론….
그 사이코가 내 스승님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 * *
“스승님, 용사와 세상을 구한 심정은 어떻던가요.”
이곳에 오기 전, 용사가 되고 싶다는 꿈.
알고 보니, 절대 이룰 수 없는 꿈이었다.
이미, 세상은 용사로 인해 구원받은 상태였고, 평화만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앞에 있는 스승님은 그런 용사를 도와준 연금술사였다.
스승님이 만들어 준 물약으로 용사는 위기를 넘겼고, 스승님이 건넨 성수로 마왕을 물리쳤다.
“차라리, 그때가 좋았지. 이건 뭐 뒷방 늙은이도 아니고, 세상을 구하니까 심심해 죽겠고만.”
“…그런 말 어디 가서 하지 마시죠. 욕 얻어먹기 딱 좋습니다.”
“욕하라 해. 오래 살고 좋겠고만. 그리고 그 어떤 자식이 감히 나를 욕한단 말이더냐.”
“하긴…. 성격이 괴팍한 스승님을 욕하다가, 다음 날 죽은 채로 발견되기 싫으면 참아야죠.”
찌릿-
“실언했습니다.”
나와 스승님은 처음부터 스승과 제자 사이가 아니었다.
스승님의 집을 함부로 침범한 나는 어느샌가 시다바리로 변해 있었다.
아무리 내 의지가 아니고, 다른 세상에서 왔다고 항변했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이제 와서 장담한다.
이 양반 정상적인 상황이 아닌 걸 알면서 모른척하는 거라고.
그저, 심심하고 흥미로운 상황이라 여겨지니, 곁에 두려고 했던 거다.
“흐음…. 한 번 제자로 길러 볼까?”
점점, 나에 대한 흥미가 꺼져갔을 때.
제자를 키워 본 적이 없는 스승님이 새로운 흥밋거리를 발견하셨다.
바로 나를 제자로 길러 보자고.
하지만 지구에 있던 내가 연금술을 알면 얼마나 알겠는가.
당연히, 만지는 것마다 박살 내 버리기 일쑤였고, 어떨 때는 스승님의 오랜 연구를 다른 방향으로 틀어 버리기까지 했다.
그런데도 내가 살아있는 이유.
다행히, 물과 관련된 연금술은 습득력이 남달랐고, 어느샌가 스승님을 앞지르게 되었다.
“허허…. 역시 스승이 뛰어나니, 제자의 성취가 남다르군.”
5년 만에 스승님을 뛰어넘고 5년이 더 지나자, 양심 없는 스승님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연수술 하나만큼은 자신을 뛰어넘었다고.
그때부터는 좀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이 골방에 처박혀 연마하는 것도 심심한 나는 여러 가지 시도를 했다.
그중에는 역사에 이름을 남길 수 있었던 행동도 여럿 있었다.
심심해서 만든 엘릭서를 스승님과 친한 왕자에게 건넸다.
그러자, 의도치 않던 상황이 발생했다.
엘릭서를 차지하기 위해 내분이 일어난 것.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왕자는 겨우 이겨내 엘릭서를 지켜 내고, 왕국을 차지할 수 있었지만, 소문을 들은 제국의 횡포에는 견딜 수 없었다.
나 때문에 왕국이 멸망할 위기에 처한 것.
괜히 죄책감이 느껴지던 나는 제국의 황제한테 찾아가 코 묻은 아이 것 뺏지 말고, 이거로 만족하라며 몇 병 없는 파워 엘릭서를 건넸다.
지금에서야 지난 일이기에 가볍게 여기지만, 그때는 진짜 식겁했다.
엘릭서 하나를 얻기 위한 기득권층의 광기란….
그때부터는 행동을 조심하기로 했다.
내 사소한 행동이 대륙 전역을 광기로 몰아넣을 수 있구나 하는 교훈을 얻으면서 말이다.
“파워 엘릭서를 먹은 황제가 아직도 정정하던가요?”
“끌끌. 적당하게 만들어야지, 왜 이리 좋은 걸 내놨어? 덕분에 제국의 황금기만 늘어났잖아.”
2026.03.13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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