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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연의 이세계 베이스볼 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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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고양이
1화무료 1화

자유 연재 | 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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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 심장마비로 사망한 KBO 총재가 이세계 북부대공의 장남으로 빙의하여, 몰락해가는 가문을 살리기 위해 대륙 최초의 프로 야구 리그를 창설하며 벌어지는 이야기. 검과 마법이 지배하는 이세계에서 주인공은 오직 야구 지식과 현대적인 훈련 시스템만으로 최강의 팀을 꾸려야 합니다. 마력을 실어 던지는 투구와 오라를 두른 타격이 전쟁의 도구가 아닌 스포츠로 승화되는 세계관을 바탕으로 합니다.

#판타지#스포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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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돔… 돔을 지어야 하는데….”

입술 사이로 새어 나온 목소리는 생경했다. 평생을 바쳐온 잠실 구장의 흙먼지 냄새도, 쩌렁쩌렁한 관중의 함성도 없었다. 대신 코끝을 찌르는 것은 퀴퀴한 가죽 냄새와 이름 모를 약초의 잔향이었다.

허구연은 천천히 눈을 떴다. 시야에 들어온 것은 익숙한 TV 중계 화면이 아니었다. 화려하다 못해 눈이 시린 금색 장식과 거대한 샹들리에, 그리고 마치 중세 영화 세트장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높은 천장이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총재님? 아니, 이게 대체 무슨….”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가슴 부근이 뻐근하게 조여왔다. 마지막 기억이 선명했다. KBO 사무실에서 내년 시즌 일정을 검토하던 중, 갑작스럽게 찾아온 심장의 통증. 쥐어짜는 듯한 고통과 함께 암전되었던 의식이 이토록 생소한 장소에서 깨어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는 떨리는 손을 들어 자신의 얼굴을 더듬었다. 거칠고 주름졌던 손마디는 간데없고, 매끄럽고 탄력 있는 젊은이의 손이 만져졌다. 침대 옆에 놓인 전신 거울 속에는 은발을 길게 늘어뜨린 낯선 청년이 서 있었다. 서구적인 이목구비에 서늘한 눈매를 가진, 마치 조각상 같은 외모였다.

“이게 나라고? 허구연이가 아니고?”

당황스러운 와중에도 머릿속 한구석에서는 직업병 같은 분석이 튀어나왔다. 이 정도 어깨 프레임이면 투수로서 최적이다. 하체 밸런스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신체 조건이 아니었다.

그때, 육중한 나무 문이 벌컥 열리며 한 중년 남성이 급히 뛰어 들어왔다.

“카시안 도련님! 정신이 드십니까!”

카시안? 그게 내 이름인가? 허구연은 멍하니 남자를 바라보았다. 남자의 복색은 분명 집사나 하인의 그것이었지만, 허리춤에 찬 검술용 벨트가 이곳이 평범한 현대가 아님을 증명하고 있었다.

“여기가… 어디입니까? 그리고 당신은 누구고?”

질문을 던지는 순간, 머릿속으로 썰물처럼 낯선 기억들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북부의 지배자, 델크루즈 대공가. 그리고 그 가문의 골칫덩이자 만년 낙제생인 장남, 카시안 델크루즈. 화려한 가문의 명성과 달리 영지는 이미 마수들의 침입과 흉작으로 몰락의 길을 걷고 있었다.

허구연은 관자놀이를 짚으며 신음했다. 기억의 조각들이 맞춰질수록 상황은 절망적이었다. 빚더미에 앉은 영지, 기사들의 이탈, 그리고 후계자로서 아무런 재능도 보여주지 못한 카시안의 평판까지.

하지만 절망도 잠시, 그의 눈이 번뜩였다. 창밖으로 보이는 드넓은 연무장 부지가 눈에 들어온 탓이었다.

“인프라가… 인프라가 아주 훌륭하구먼.”

“예? 도련님, 방금 무어라 하셨습니까?”

집사의 당혹스러운 물음에도 허구연, 아니 카시안은 창틀을 붙잡고 중얼거렸다.

“저 정도 평지면 정규 규격 야구장 서너 개는 충분히 나오겠어. 배수 시설만 좀 손보면 대륙 최고의 메카가 되겠는데?”

기사들이 검을 휘두르고 마법사들이 화염구를 날리는 이 삭막한 세계에서, 허구연의 뇌세포는 이미 본능적으로 베이스볼 파크의 조감도를 그려내고 있었다. 가문을 살리는 법? 기사단 강화? 그런 건 잘 모른다. 하지만 흥행하는 리그를 만드는 법이라면 대한민국에서 그보다 잘 아는 사람은 없었다.

“이보게, 집사. 지금 당장 둥글고 단단한 돌멩이랑 가죽 주머니 좀 가져오게. 그리고 나무막대기 긴 거 하나랑.”

“도련님, 갑자기 그건 왜….”

카시안은 입가에 묘한 미소를 띠며 거울 속의 자신을 응시했다.

“테스트 좀 해보려고 그러네. 이 몸데기가 150km를 뿌릴 수 있는 어깨인지 아닌지.”

몰락해가는 북부대공가에, 전설적인 야구 광인의 영혼이 안착하는 순간이었다.

“도련님, 지금 가문의 상황이 돌멩이나 막대기를 찾으실 때가 아닙니다! 당장 이번 달 기사단 급여도 마석 광산의 수입이 끊겨서….”

집사 베른의 목소리에는 절박함이 묻어 있었다. 하지만 카시안의 귀에는 그 소리가 마치 연고지 이전 협상에 난항을 겪는 구단주의 푸념 정도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그는 창문을 열고 북부의 서늘한 공기를 들이마셨다.

폐부 깊숙이 박히는 차가운 공기. 이 정도 기온이면 선수들 어깨가 식기 딱 좋다. 부상 방지를 위해서라도 실내 훈련장이 절실했다.

“베른, 자네는 이 영지의 가장 큰 문제가 뭐라고 생각하나?”

“그야 당연히 마수들의 잦은 출몰과 척박한 토양, 그리고 중앙 귀족들의 견제지요. 무엇보다 자금이 바닥났습니다.”

카시안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야. 여긴 콘텐츠가 없어. 이 넓은 땅덩어리에 사람들이 모여서 열광할 만한 게 하나도 없단 말이지.”

“콘텐… 뭐요? 도련님, 혹시 낙마하셨을 때 머리를 크게 다치신 게 분명합니다. 의관을 다시 부르겠습니다!”

“됐어. 의사 부를 돈 있으면 흙이나 좀 사 와. 물 잘 빠지는 마사토로.”

카시안은 베른을 밀어내고 방을 나섰다. 복도를 지날 때마다 마주치는 하인들의 눈빛에는 동정심과 멸시가 뒤섞여 있었다. ‘망나니 도련님이 드디어 미쳤다’는 수군거림이 등 뒤로 꽂혔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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