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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직전, 악마와 계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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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조봉
19화무료 19화
자유 연재 | 글링
조회수 496좋아요 1댓글 2

지옥보다 현실이 더 지옥 같던 취준생 ‘김명인’. 연이은 취업 실패와 배신, 빚더미 속에서 삶을 포기한 채 옥상에서 몸을 던진다. 하지만 죽음의 순간, 그의 앞에 나타난 수상한 존재. 스스로를 ‘악마’라 소개한 그는 명인에게 황당한 제안을 건넨다. “소원 하나 들어줄게. 대가는 필요 없어.” 반신반의 끝에 계약서에 사인한 명인. 그리고 눈을 뜬 순간— 그에게는 ‘투명인간’이 되는 능력이 생긴다. 평범했던 인생이 무너진 자리에서 시작되는 악마와의 위험한 계약. 과연 이 능력은 축복일까, 저주일까?


서울의 새벽 2시.

비가 올 듯 말 듯한 눅눅한 밤공기 속,

한 남자가 비틀거리며 골목을 걷고 있었다.


구겨진 셔츠.

풀린 넥타이.

손에는 반쯤 비어 있는 소주병.


남자의 이름은 김명인.

스물여섯.

대학교 4학년.


그리고—

인생 망한 취준생이었다.


“하··· 씨발 인생···”


명인은 전봇대에 몸을 기대며 헛웃음을 터뜨렸다.


“돈은 돈대로 깨지고··· 면접은 죄다 탈락이고··· 세상 진짜 개같네···”


휴대폰 화면엔 불합격 메일이 가득했다.


[최종 면접 결과 안내]

[귀하와 함께하지 못하게 되었음을···]


오늘만 벌써 세 번째.

명인은 술병을 들이켰다.


“아부지··· 어무니··· 이 불효자 새끼를 용서하쇼···”


그의 목소리는 점점 흐려졌다.


***


김명인은 지방 촌구석에서 올라왔다.

부모는 논 팔고,

대출 끌어 쓰고,

학자금까지 얹어가며 아들을 서울로 보냈다.


“우리 아들은 꼭 성공할 거여.”


그 말을 믿었다.

명인도 믿었다.

좋은 대학만 나오면,

열심히만 하면,

인생이 바뀔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세상은 노력보다


돈.

빽.

줄.


그게 더 중요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알려준 건—


전 여자친구였다.


***


“김지혜 이 개같은 년···”


명인은 눈이 풀린 채 욕을 중얼거렸다.


“내가 없는 돈 있는 돈 다 털어서 밥 사주고 선물 사줬더니··· 결국 돈 많은 놈한테 갔잖아···”


그 순간,

머릿속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비웃는 듯한,

조용한 웃음.

명인은 짜증 섞인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누구야?”


아무도 없었다.


옥탑방 계단을 올라온 명인은 난간에 털썩 걸터앉았다.

서울 야경이 보였다.

반짝반짝 빛나는 빌딩들.

잘사는 인간들.

자기와는 다른 세상.

명인은 피식 웃었다.


“이렇게 사느니 그냥···”


그는 난간 위로 올라섰다.

술 취한 머리로 상상했다.


내가 여기서 떨어지면?

사람들이 놀라겠지?

뉴스 나오려나?


그는 팔을 벌렸다.


“날자아아아—”


그리고.

정말로 떨어졌다.


슈우우우욱—!!


바람이 귀를 찢었다.

그제야 명인의 눈이 커졌다.


“···어?”


상상이 아니었다.

진짜였다.


“어어어어어어?!?!”


몸이 미친 듯이 추락했다.


차들.

사람들.

도로.

모든 게 가까워졌다.


“미친!!!!!!!”


명인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잠깐잠깐잠깐 나 안 죽을 생각인데?!?!”


하지만 이미 늦었다.

그의 머릿속에 주마등이 스쳐 지나갔다.


엄마.

아빠.

어릴 적 친구들.

전 여친.


“···아.”


그러다 문득,

아주 오래전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어릴 때 옆집에 살던 여자애.

항상 자기 뒤를 졸졸 따라다니던 꼬맹이.


“···걔 이름 뭐였더라···”


그 순간.


콰아아앙—!!


엄청난 충돌음과 함께,

명인의 몸이 바닥에 처박혔다.


“꺄아아악!!”

“사람 떨어졌어요!!”

“119 불러!! 빨리!!”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하지만 명인은 이상했다.

아프긴 더럽게 아픈데—

의식이 있었다.


피가 흘렀다.

숨이 막혔다.


그리고 그때.

누군가가 귓가에 속삭였다.


“아깝지 않아?”


낮고,

부드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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