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바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29살 석도아, 옛 친구 강태이의 부고로 마지막으로 그를 기리러 간 곳에서 실종 됐다던 1군 아이돌 멤버를 만난다! “모든 일에 대가가 따른다는 말 들어봤어요?” 나 때문에 그가 목숨을 내놓았다는데 "늦기 전에 가셔야지" 눈앞에 뜬 파란창! 내가 인생을 잘 못 살았다는데? 아이돌 하지 않으면 나도 죽이고 강태이도 죽여버리겠다는데? 윈온의 메인보컬이 되어 살아 남으리! [시나리오 ‘최고의 아이돌’ 승낙되었습니다. 시나리오가 시작합니다.]
죽었다.
강태이가
-소속사 측은 하이현씨의 행방을 확인하는 중이며 현재 실종신고를 접수했다고 밝혔습니다. 다음 소식입니다. 그룹 윈온의 멤버 강태이가 오늘 새벽 청담동 자택에서 숨을 거둔 채 발견되어…-
갑작스러운 추위가 한반도를 덮친 어느 10월, 30살을 목전에 앞둔 옛친구의 부고 소식을 들었다. 편집은 밀렸는데 촬영 보조가 부족해 억지로 촬영장으로 끌려가야 하던 아침이었다.
술렁이는 마음으로 겨우 퇴근하는 길, 광화문역 앞 커다란 전광판에선 연신 뉴스를 뱉어내고 있었다. 하루 종일 끊기다시피 했던 부모님의 연락이 가득했다.
퍽, 걱정이 되겠지. 강태이가 죽었으니까.
강태이.
어릴 땐 죽고 못 살던 나의 친구, 내 욕심에 연이 끊기고도 팬이라는 이름 하나로 나 혼자 붙잡고 있던 나에겐 잊을 수 없는 친구.
‘오늘부터 콘서트였는데’
공지가 뜨고 달력에 표시까지 하고도 결국 고민하다 언제나 그랬듯 예매조차 포기했던 콘서트였다. 미리보기로 잔뜩 올라오는 부모님의 문자에 문득 그 생각이 났다.
태이를 사랑하는 수많은 사람이 그를 마지막으로 배웅하는 자리, 그곳에 내가 발을 들일 용기가 나지 않았다.
아마도 그래서, 용기 없는 찌질이가 갈 수 있는 장소가 그곳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원래는 콘서트의 열기로 떠들썩했어야 하는 체조경기장이 조용했다. 본격적인 추모 공간은 소속사 쪽에 차려졌는지 이곳엔 몇몇 팬들만 서성일뿐이었다.
우울하고 침울한 분위기, 그 속에서 공연장 상단에 크게 붙은 현수막이 그렇게나 처량해 보일 수 없었다.
현수막 속 태이는 무표정하게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고개를 올려보면 그의 눈과 마주쳤다.
‘못 보겠어.’
겨우 현수막에 프린팅된 태이를 보는 건데도 어쩐지 울렁거려서 시선을 내렸다. 내가 이 감정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감이 안 잡혀 발길 닿는 대로 일단 걸었다. 치우지 못한 콘서트의 흔적들을 하나씩 지나가다 보면 어느새 통제구역까지 다다랐다.
원래 일반인은 통제가 돼야 했던 공간엔 지키는 사람 없이 펜스만 덜렁 놓여있었다. 이젠 어떡해야 하지? 나아갈 용기도 돌아갈 자신도 안 섰다. 펜스 앞에 주저앉은 내 꼴이 우스웠다. 그러니까 나는 도대체 무얼 하고 싶은거지? 도저히 모르겠다.
“석도아씨”
그저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휘몰아 쳐, 눈을 감고 진정되길 기다리길 몇분. 아무도 없었던 펜스 안쪽에서 소리가 들렸다.
여기서 불릴 일이 없는 내 이름, 잘 못 들었나? 착각인가 싶어 슬쩍 들었던 고개를 숙이는데 다시 한번 낮은 목소리가 내 이름을 불렀다.
"석도아“
발끝에서부터 소름이 타고 올라오는 감각이 느껴졌다. 무형의 공기가 무게를 자기고 나를 짓누르는 듯한 목소리, 별것 아닌 내 이름에도 몸이 절로 굳었다. 뻣뻣하게 굳은 몸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일으켜져 소리가 난 쪽으로 몸을 돌렸다. 꼭 누군가가 나를 억지로 세운 느낌이었다.
분명 방금까지 없던 펜스 안쪽, 어둠을 뚫고 인영이 걸어나왔다. 내 쪽으로 걸어올수록 남자의 얼굴이 드러났다.
건조한 표정, 형형하게 빛나는 눈빛, 표정을 알아볼 수 있는 거리가 되니 나도 남자의 정체를 바로 파악할 수 있었다.
“하이현…?”
“아하, 하이현…. 뭐, 일단 그렇다고 해두죠”
하이현.
지금까지도 왕성하게 활동하며 대한민국의 전설이라고 불리는 아이돌 노크의 리더. 태이와 함께 하루 종일 뉴스 헤드를 장식했던 실종자.
그런 사람이 지금 여기 내 눈앞에 있었다.
현실감이 없었다.
근데 하이현이 이런 이미지였나?
키나 등치가 나보다 월등하게 크지도 않았는데 위압감이 강하게 느껴졌다. 조각 같은 얼굴이 표정을 지우니 정말 이거 석고조각인지 인간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일단 뭐, 석도아씨한텐 미안해요. 타이밍이 안 좋았어. 시간이 좀 더 필요했거든 뭐라도 돌려막을 게 필요해서”
“그게 무슨…”
그가 이곳에 있는 것도 받아들이기가 힘든데 맨정신으로도 이해하기 힘든 말이 그의 입에서 나왔다.
“지금 알려주면 감당 못 할 텐데?”
“그러니까 그게 무슨 뜻인지, 아니 그전에 저를 아세요? 저를 어떻게 아세요?”
“강태이. 꽤 용썼지, 걔도 나도. ”
태이가 내 얘기를 했다고? 하이현한테? 나를 잊고 잘 살고 있는 녀석 아니었나? 어째서?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찬바람에 식은 손이 10월답지 않게 얼어 감각이 느껴지지 않는 것 같았다.
“모든 일에 대가가 따른다는 말 들어봤어요?”
뭔 같지도 않은 말을 툭툭 뱉은 하이현은 평이했다.
“지금 석도아씨랑 걔, 딱 그런 상황이거든.”
“뭐…”
“타이밍이 안 좋았다고 노력은 했는데 말이야. 일단 그렇게만 알아 두시고. 늦기 전에 가셔야지, 늦으면 걔는 그냥 쌩으로 제 목숨 내던진 것밖에 안 돼서. 걔 한테 뭘 하고 싶은지는 천천히 고민해보시고”
하이현이 뱉은 말이 전혀 이해되지 않았다. 제가 불러 세워놓고 지금 무슨 소리를….
2026.06.2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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