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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사육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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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해
33화무료 33화

자유 연재 | 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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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멍청한데다 연약한 인간, 얼마나 매력적인 존재인가! 요즘 유행이라는 ‘지구인 키우기‘ 에 나만 빠질 수 없는 일이지. 그냥 심심풀이로 납치한 지구인이였건만, 마음이 계속 쓰이는 건 어째서일까?

공모전 참여작#인외존재#판타지#착각물#오해물#수인물#트라우마#권선징악#애잔물#치유물#잔잔물#후회남#까칠남#상처남

해당 일기는 지구인을 위해 번역된 것으로, 날짜나 단위 및 용어를 지구식으로 치환하였으니 작품 감상에 참고 바랍니다.

7월 1일

오늘은 드디어 인간을 입양 받았다. 요즈음엔 지구인을 키우는 게 유행이라나 뭐라나. 유행이라면 나도 빠질 수 없지.

마침 내 생일도 다가와, 내 생일선물 겸 받기로 했다. 그런데 딱 생일에 오다니! 난 운이 좋은 모양이다.

요즈음에 외로움이 커져 함께 할 동반자라도 구해야 하나 하던 참이였는데, 이런 좋은 방법이 있었다니! 이름은 뭘로 지어줄까?

충동적으로 입양한 탓에 물품도 전부 기본적인 것만 사오긴 했지만, 뭐 어때. 인간이 원하는 걸 천천히 채워넣으면 될 일이다. 둥지란 그런 것이니깐!

7월 2일

인간은 정말 귀엽다. 팔을 위로 올린 채 몸을 쭉 펴고 뒤꿈치까지 들어도 무릎에 겨우 닿는 크기인데다, 무게도 겨우 60kg이 채 안된다니.

체구에 비해서 많이 나가긴 했지만, 이것조차 인간 치고는 마른 편이라니 충격이었다. 인간은 세라핀과 달리 뼈가 꽉 차있어 무게가 많이 나간다고 한다. 외관상 보기엔 30kg이 채 되어보이지 않는데 말이다.

하지만 역시 세라핀과 가장 큰 차이점은 날개가 없다는 거려나. 그래도 그것만 빼면 비슷한 외모라 친근감이 간다. 꽤나 귀여운 얼굴을 하고 있지만 머리털을 제외한 체모는 적어 약간 징그럽다고도 느껴졌다.

이 부분에서 호불호가 갈린다고들 하지만, 나에겐 크게 신경쓰일 정도는 아니였기에 상관 없었다.

7월 3일

인간의 활동 반경은 꽤나 좁다고 들었다. 애초에 지구가 작으니 별 수 없지만.

나는 그럼에도 인간이 자유를 느꼈으면 해서 내 수많은 둥지들 중 하나를 통채로 줬다. 안에서 스스로 사냥을 하고, 둥지를 꾸미며 기쁨을 얻으면 좋겠다. 나는 내 둥지를 열심히 지구의 자연 환경처럼 꾸몄다.

조금 힘들었지만, 인간이 기뻐할 것이라 생각하니 뿌듯했다!

7월 4일

인간을 며칠간 멀리서 관찰한 결과, 하루종일 울음소리를 내는 것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발정기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동료를 찾는 울음소리던가.

그래, 갑자기 밀렵 당했으니 놀랄만도 하지. 참고로 인간의 사육은 불법 행위이다. 지구는 아직 우주적으로 미개발 행성이기 때문에, 그들의 환경을 존중하는 방식이다. 형량도 적은데다 지키는 세라핀은 잘 없지만.

어차피 동료들의 기억은 전부 지워져 그들은 알 수도 없을텐데, 안쓰럽다. 우리 집에 빨리 잘 적응하길 바란다.

7월 5일

인간이 사냥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인간의 배가 꼬륵거리는 걸 보니, 배는 고프지만 사냥 하는 법을 모르는 것 같기도 했다. 내가 사냥도 스스로 할 줄 모르는 미숙한 개체를 들여온 것은 아니겠지? 대리 구매해 준 친구에게 따져봐야겠다.

우선 급한대로 밀웜 (밀웜이라고 했지만 생김새만 닮았을 뿐 크기는 인간의 손바닥만하다.) 을 인간의 둥지에 두고 왔다. 부디, 굶어 죽는 일은 없길 바란다.

7월 6일

인간은 온전히 큰 성체라고 한다. 다만, 사냥을 전문적으로 하지 않는 대부분의 인간은 사냥 능력이 전무하다고 한다. 그럼 무슨 낙으로 사는 걸까?

내가 인간들의 식성을 물어보니, 인간은 잡식이라 풀도 고기도 잘 먹는다고 한다. 밀웜도 먹을 수 있다고 하니 다행이였다. 우리와 먹는 게 크게 다르지 않은 모양이였다.

7월 8일

어제는 비가 세차게 와서 도무지 인간을 볼 방법이 없었다. 인간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최대한 높은 곳에 둥지를 두었는데, 이건 나의 실책이였다. 내 날개는 축축하게 젖어 도무지 날 수가 없었다. 이런 날씨에 날고 싶지도 않고! 하루정도 안 본다고 죽지는 않을테니, 나는 내 둥지에서 하루종일 푹 쉬었다.

7월 9일

오늘은 조금 멀쩡한 상태의 인간을 관찰했다! 저번까진 하루종일 울음소리를 내더만, 오늘은 조용히 앉아 있었다. 뭔가 해탈해 보이기도 했다.

다행히 밀웜은 조금 먹은 상태였다. 하지만 인간치고도 매우 작은 양은 섭취해 걱정이 조금 되었다. 원래 식사를 적게 하는 편인걸까? 큰 이상이 있는것만은 아니였으면 좋겠다.

7월 10일

오늘은 지오반니를 만났다. 지오반니는 인간을 꽤 오래 키운 베테랑 친구였다. 그리고 인간의 대리 구매를 도와준 친구기도 하다.

나는 지오반니에게서 인간은 곤충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정보를 들었다.

충격적이였다. 인간은 식사의 생김새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곤충은 불쾌해 한다니!

식사의 생김새가 중요하다면 밀웜은 최고의 선택지 아닌가? 너무 귀여워서 문제였던 걸까? 아무렴, 인간은 주로 고기나 곡물을 선호한다고 한다. 내일은 사냥을 나가야겠다.

7월 11일

뷰컴즈 주식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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