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 연재 | 글링
태양은 없다. 이 세계의 하늘은 언제나 회색이다. 달만이 빛을 내리고, 별들이 그 자리를 메운다. 대지는 검고 창백한 벽돌과 석탄 연기로 뒤덮여 있으며, 사람들은 그 흐린 하늘 아래 태어나 태양을 한 번도 본 적 없이 죽어간다. 태양은 소설 속 허구의 이야기에나 존재하는 것이다. 그곳에는 3명의 신이 있다. 그리고 그 중 화신(火神)의 중심으로 만들어진 나라 화국에 레이븐의 소가주 인간 시온이 살아있다.
그는 끊임없이 되뇐다. 인간이기에 느끼는 나약함을, 두려움을 나약함으로 가지 않기를 바라는 문장을.
몸과 마음은 하나다. 이 말은 화국의 철학자 데스몬드가 한 말로 뜻은…
“닥쳐라!”
휙!
시온은 마음속으로 되뇌던 말에서 깨어나 떨리는 눈을 떴다.
눈을 뜨자 그의 앞에는 마호가니 나무로 만든 집무실과, 그 중심에 앉아 있는 시온 아버지 아델 레이븐이 보였다.
시온은 떨리는 숨을 참으며 물었다.
“…아버지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겁니까.”
“닥치라고 했다. 시온!”
아 저 입에서 나의 이름이 나오다니. 역겨움에 치가 떨리는구나.
“당신이 옆 나라 신성교국의 기사를 공격해 그들이 전쟁을 선포하겠다고 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아버지는 새하얗게 변해버린 자신의 백발을 떨리는 손으로 쓸어 넘겼다.
그의 백발과 검은 눈동자는 시온의 것과 매우 닮아있었다. 하지만 아버지의 백발은 노화와 스트레스로 인해 더욱 밝고 연했다.
시온은 떨리는 목소리를 꺼냈다.
“고작 외교 문제로 온 사람이었습니다.”
“….”
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책상 위 편지를 구겨 쥐었다. 그 속에는 분명 신성교국의 인장이 찍혀있었을 것이다.
아버지는 편지 속 내용을 다시 한번 보고 말했다.
“…. 신성교 국이 명예 결투를 걸었다. 결투는 4일 후 라테체 평원에서.”
명예 결투 그것은 국가 간의 군대의 사용을 제한하고 당사자들의 군대만을 이용해 결판을 지어 복수 혹은 개인적인 목적으로 싸우는 전통적인 재판이었다.
신성교국은 아버지에게 명예 결투를 신청했고, 그들은 아버지의 죽음과 이 레이븐 가문의 멸망을 원할 것이다.
시온은 눈에 눈물이 고인 채로 말했다.
“외교 사절단으로 온 기사를 공격한 이유가 고작 도발이라니…”
“…. 젠장.”
그는 아버지의 무력함에 참지 못하고 말했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당신을 증오할 겁니다.”
아델은 시온의 모욕에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 이만 가보겠습니다. 화염의 축복이 함께하시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져라.”
시온은 아버지의 집무실을 나왔다.
문 앞에서 그를 기다리던 시온의 충실한 비서 하베르는 물었다.
“어떻게 되었습니까…?”
“4일 뒤 전쟁이다.”
“…. 젠장.”
시온은 머리 끝까지 올라오는 분노를 식히며 복도를 걸었다.
운용할 수 있는 기사 수는?”
“기사는 30명 병사150명까지까지 가능할 것 같습니다.”
"명예 결투니 그 정도가 최선인가…하긴 전쟁까지 가지 말자고 만든 결투니 당연한 건가…”
시온은 복도의 창문을 열었다. 그 밖을 바라보니 잡생각이 자꾸 떠올랐다.
차라리 여기에 내려두고 제정신을 차리는 것이 괜찮았다.
그는 창틀을 잡고 창밖을 바라봤다.
“하베르 격식같은거 차리지 말고 편하게 말해도 좋으니, 일과 상관없는 말 좀 해줘.”
하베르는 주변을 살핀 후 말했다.
“나 같은 평민이 그렇게 말하면 사형인 거 알아?”
“그럴 수도 있지.”
“그럴 수도 있지라니…내가 끌려가는 꼴을 보고 비웃을 생각이야?”
그제야 시온은 마음이 놓인 듯 미소를 지었다.
“걱정마 그럴일이 생기면 어떻게 해서든 구해줄게.”
“퍽이나 믿겠다. 네가 저번에 식당에 나 버리고 온건 기억에서 사라졌어?”
“하하하!”
그 후 둘은 정적 속에서 어두운 하늘을 바라봤다.
그때 하베르는 무언가 떠오른 듯 시온에게 물었다.
“시온 시중에서 유행하는 소설 들어봤어? 마왕이라는 제목이었는데.”
“들어봤어 하늘에 화염의 신이 내려주신 거대한 불덩이 행성이 있던 내용이었지.”
“그 행성 이름이 뭐였는지 기억나?”
시온은 현실에 없는 이야기 속 행성의 이름을 말했다.
“태양.”
“저 하늘 위에 있을 리는 없지만, 진짜로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창밖은 늘 그랬듯 회색빛이었다. 오직 달만이 그들의 비췄고, 별들이 하늘을 꾸몄다.
시온은 멍하니 하늘 위에 떠 있는 생명 가득한 태양을 상상해 봤다. 그것만으로 기분이 조금 나아지는 것 같았다.
“화염의 신께서 우리를 굽어살피시길…”
시온의 기도에 하베르도 함께 기도했다.
“화염의 신께서 우리를 굽어살피시길.”
ㅡㅡㅡ
며칠 후.
아버지와 시온은 명예 결투 전 황제의 부름에 급히 마차에 탔다.
시온은 아버지와 마주 앉은 채 창밖만 바라봤다.
마차가 출발하자 주변 풍경이 빠르게 지나갔다.
밖은 회색 벽돌집들과 온몸에 들어오는 타르와 공장의 열기에 못 버텨 상의를 벗고 일하는 노동자들이 보였다.
주변의 풍경이 점점 단조로워지더니 이내 거대한 성의 일부가 보였다.
그 성은 오직 검은색으로만 이루어져 있었다. 하늘에 가까울 정도로 높은 꼭대기를 바라보자, 목이 아파졌다.
성의 지붕들은 전부 뾰족한 모양으로 만들어 높은 성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던 현재 건축 기술의 정점이었다.
“도착했습니다.”
둘은 마차에서 내려 성을 둘러싼 검은 성벽의 입구로 향했다.
아버지 레이븐 가주는 갑주를 입고 있는 성문을 지키는 경비병의 앞에 섰다.
경비병은 물었다.
“어디서 온 누구십니까?”
아버지는 허리를 세우고 경비병을 내려다보듯 바라봤다.
“아델 레이븐. 레이븐의 가주다.”
“실례했습니다. 화염의 축복이 함께하시길.”
성벽을 지키던 병사 둘이 거대한 성벽에서 물러나자, 성문이 저절로 열렸다.
“허…미친…사람의 힘 없이 움직인다고…?”
2026.06.04 20:51
2026.06.04 19:59
2026.06.03 22:18
2026.06.03 21:57
2026.06.03 21:30
2026.06.03 21:16
2026.06.03 20:55
2026.06.03 20:16
2026.06.03 20:04

재밌어요😁
26.06.03
뷰컴즈 주식회사
대표 : 김학성 | 전화 : 1811-8389 | 이메일 : help@gling.co.kr
사업자 등록번호 : 492-88-01088 | 통신판매업신고번호 : 2022-서울영등포-1768
주소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당산로 171, 13층 130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