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 연재 | 글링
괴롭힘 당하던 짝꿍이 죽었다. 그리고 나는 모든 악연이 시작되기 전, 1학기 첫날로 회귀했다. 이번에야말로 결말을 해피엔딩으로 바꿔놓겠다. (표지는 AI를 사용해 제작하였습니다.)
“어이… 뭐라도 말을 해보라고…!”
멀쩡한 얼굴과 달리, 조태준의 행동은 양아치 그 자체였다. 반의 조용한 여자애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며 화를 내고 있다. 저게 며칠째일까. 아니, 1학기 내내 반복되었다. 그녀를 도와주던 반장 역시 일진 무리의 표적이 되어버렸고 결국, 학교에 나오지 않게 되었다.
그녀의 뺨에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나는 그에게 다가가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태준아, 이제 그만하면 어떨…까 싶은…..”
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조태준은 나의 어깨를 밀쳤다. 그대로 넘어져 버린 나는 작은 신음을 냈다.
“그동안 방관했던 주제에, 이제 와서 신경 쓰는 척은. 비겁하네.”
나는 조금씩 욱신거려오는 어깨 통증을 참고서 넘어진 채로 말했다.
“대체 이러는 이유가 뭔데. 저 녀석한테.”
그는 조소를 띠고서 나를 내려다보았다.
“그야 당연히 얘가 내 고백을 거절했으니까.”
그의 얼굴에는 단 하나의 죄책감도 묻어있지 않았다.
“그게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이유야…! 네가 괴롭히던 유나도… 도와줬다는 이유만으로……!”
그는 내 앞에 쭈그린 채로 앉더니 나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잠, 잠깐…”
그는 나의 얼굴에 자기 얼굴을 들이밀었다.
“유나 걔는 나한테 나대니까 그런 거고, 이 녀석은 내가 여러 번 기회 줬어. 몇 번 고백했는지 알기나 해?”
“……알겠어.”
그때, 도망치려던 그녀를 조태준이 붙잡았다.
“스마트폰 줘 봐.”
“…싫어..”
조태준은 그녀를 벽에다가 억지로 밀치고서 추궁하기 시작했다.
“스마트폰 가지고 있어?”
“…나한테 없어.”
“교무실에 있겠지 뭐, 보나 마나.”
이미 수많은 멍이 들어있는 그녀의 다리를 본 나는 방관을 했다는 죄책감 탓에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그때, 태준이의 여자친구이자 또 다른 일진 무리의 녀석인 이나연이 그녀의 스마트폰을 들고 왔다.
“교무실에 있던데?”
태준이는 스마트폰을 그녀에게서 받아낸 뒤, 그녀의 뺨을 강하게 쳤다.
쩌억 하고 끔찍한 소리가 들렸다.
한쪽 뺨이 붉어진 채로 벽에 기대어 앉아있는 그녀를 스마트폰 카메라로 사진을 마구 찍어대기 시작했다.
괴롭힘이 최고조에 달한 오늘은 더 이상 방관만 할 수 없었다.
“고작 고백을 거절했다는 이유로 이러는 건 좀 아니잖아. 조태준!”
“아앙?”
그가 나에게 오려 할 때, 그녀가 무작정 도망치기 시작했다.
조태준은 움찔하던 나를 두고, 그녀를 쫓아갔다.
나 역시도 따라가서 그 상황을 보고 있었다. 이번에는 정말 도와주자고 다짐했기에.
그러나 그녀는 학교의 옥상 쪽을 향해 달렸고, 뛰어내렸다.
“새봄아!!”
나의 의미 없는 외침에 돌아올 리가 없다. 그녀를 쫓던 조태준은 몹시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내, 내가 죽인 거 아니야…! 쟤가, 쟤가! 스스로 떨어진 거라고! 난 아무것도 안 했어……!”
조태준은 그 자리를 도망가듯이 떠났다.
그렇게, 몹시 심한 괴롭힘을 당하던 그녀, 한새봄은 죽었다.
***
그렇게, 그날의 모든 수업이 끝나고 창문 틈 사이로 노을빛이 스며들어오는 교실에서 혼자 남은 나는 수 시간 동안 멍을 때리며 그녀가 있던 옆자리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미안하다. 새봄아. 진심으로.”
그러고 보니, 조태준에게 괴롭힘을 당했던 그녀, 새봄이가 웃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선생님의 권유로 그녀의 옆자리에 한 학기 내내 앉은 나였지만, 나는 그녀를 도와준 적이 없다.
미안함과 죄책감 등 여러 감정이 섞인 탓에 눈에서 무언가가 나오려고 했다.
나는 억지로 나오려는 그 무언가를 참아내며 책상에 엎드렸고, 그렇게 잠에 들었다.
잠시 후 나는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잠에서 깨어났다.
”허억!“
거친 숨을 내쉬고 있는 나를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는 시선이 느껴졌다.
분명히 교실은 나 혼자뿐이고, 밤이어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주위를 둘러보자 지금의 교실에는 교실을 꽉 채운 반 친구들과 창밖에는 만개한 벚꽃이 활짝 피어있었다.
마치, 신학기라도 된 듯이.
방금까지의 계절은 분명히 봄이 아니었다. 여름이었다.
가장 맨 뒷자리였던 나에게는 그 경치가 너무나 잘 보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황급히 고개를 반대쪽으로 돌렸다.
내 옆에는 나를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너무나도 아름답고 귀여운 소녀가 있었다. 한새봄이다.
“어? 어라?! 한, 한새봄?! 한새봄 맞아?!”
또래보다 작은 체구에 상당히 마른 체격. 누구나 좋아할 만한 아름다운 얼굴을 가진 그녀는 나를 보고서 방긋 웃어주었다.
”응, 나 여기 있어.“
방금 엄청나게 꼴사나운 모습을 보인 나였지만, 갑자기 밀려오는 안도감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다.
”어라?“
새봄이는 그런 나를 이상한 듯이 바라보았다.
2026.06.04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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