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히어로가 득실대는 세상에는 빌런들도 존재하는 법. 주인공인 연서린, BLUEROSE는 그 중에서도 미성년자 빌런이다. 친구를 죽인 이유도, 빌런으로 불리기까지의 행적도 기억나지 않는 채로 떠돌이 생활만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거주지가 폭발하고 마는데....
방금 내가 살던 거주지가 폭파됐다. 나름 잘 살고 있었는데 하고 한탄해도 내겐 시간을 되돌릴 힘 따윈 없다. 이래서 빌런들이 싫다는 거야. 같은 편도 뭣도 아닌 채로 자기들 목표만 쫓기 바쁘니까. 세간에선 나도 빌런으로 취급되고 있지만, 나는 그들과는 명확히 다르다. 난 목표도 없고 돈도 없고 동료도 없다.
아닌가. 동료까진 아니어도 졸졸 쫓아다니는 스토커 즘은 있다고 해두자. 그 스토커가 나름 쓸데가 있지 않았다면 바로 묶어서 버려뒀을 것이다. 아무리 봐도 속을 모르겠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어차피 오래 지낼 사이도 아니고 말이지.
피가 뚝뚝 떨어진다. 내 피는 아니다. 아까 죽인 빌런의 모가지에서 나오는 피. 그렇게 세지도 않고 덩치 큰 아저씨나 다름 없는 조무래기 빌런이었다. 요 근방에 히어로가 없으니까 죽여도 뭐라 할 사람은 없다. 아는 얼굴이었던가?
"어디 보자.."
뚫어져라 쳐다봐도 생각나는 게 없는 걸 보니 면식은 없는 듯하다. 이런 조무래기들은 여럿이서 다니는 경우가 많던데 왜 혼자만 왔지? 이상한 새끼다. 대충 쓰레기통에 버려두자.
터-엉..
자…. 이제 어떻게 할까. 오랜만에 스토커 자식을 좀 이용해 볼까?
---
별처럼 튀기는 거품들이 내 얼굴에 튀겨진다. 폭발은 익숙하다. 실패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방금이 38번째 폭발이었기에 무던해진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방금의 폭발로 인해 시공간이 일그러지는 반응이 보였으니 이제 조금만 있으면 평행 세계의 존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제 다음 실험을..
이 중요한 순간을 방해한 사람은 누구일까. 목을 썰어서 지하실에 친히 모셔줘야겠다. 중요하지 않은 사람일 수록 더욱이 끔찍한 실험을 해야지. 분노가 치밀어오르는 와중에도 이성은 사라지지 않은 내게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짝짝짝, 잘했어요. 핸드폰에 비치는 글자는....
[서린양♡]
"으아아악!"
그 연서린이 나한테 전화를 걸었다고? 말도 안 돼. 이건 꿈 일 거야.
"....받아야겠지?"
받기 전 숨을 여러 번 들이쉬고 내쉬며 긴장을 풀려 노력했으나 딱히 도움은 되지 않았다.
"야 왜 이렇게 늦게 받아?"
"제가 늦게 받으려고 한 것이 아니고…. 중~요한 실험 하나를 하느라 늦었습니다, 서린 씨..."
"그건 됐.."
"제가 진짜 죄송해요, 제가 요즘 너무 나댔죠? 앞으로는 좀 말을 적당히 할 게요. 요즘 진-짜 바빠서 이상한 짓 별로 안 했어요, 아무튼 제가 한 거 아니에요. 오해하지 마시고…. 요즘엔 소문도 잘 안 내고 다녔고요, 제가 실패작들도 별로 안 보냈잖아요. 아니 따지는 건 아니고…. 노력하고 있다는 뜻이에요. 그러니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아오, 시끄러워 새끼야! 종알종알 개시끄럽네."
이 지하실에 거울은 없기에 내 얼굴이 어떤지 정확히는 알 지 못했지만 분명 우스꽝스러운 얼굴일 것이다. 시끄럽다는 것이 너무나도 정답이었기에, 심장에 화살이 꽂힌 사람처럼 뒷걸음질을 했다. 그래, 연서린은 원래 저렇게 직설적인 사람이다. 잠시 잊고 있었다.
"그래서 저한텐 어쩐 일로 전화를...."
"....별 건 아니고."
갑자기 연서린은 숨을 한번 크게 들이쉬더니 평소보다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집."
"네?"
"....집 좀 구해줘라."
그러고 한참을 서 있었던 것 같다. 머리에 제대로 입력이 안 된 로봇이 된 것 같았다. 멍하니 천장만 본 지 한 3분 즈음 되자 연서린이 목을 가다듬고 나를 불렀다.
"....못 들었냐?"
"....아뇨. 집 말..하시는 거죠?"
"그래."
아하하, 나 살기도 바쁜데 진짜.
....생각해 보니 꽤 좋은 기회일지도 모른다. 연서린은 내가 관찰하고 분석하고 이해하고 싶은 대상 중 하나이지 않은가? 어쩌면…. 내 손에 예측 불가능한 보석 하나가 들어오기까지의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편할지도. 이런 걸 보통 소유욕이라고 부르던가? 인간의 감정, 욕구를 하나씩 깨달아갈 수록 몸에 피가 도는 느낌이다. 생명을 이어가려고 하는 발버둥과도 같은 감각.
"그럼…. 여긴 어떠세요?"
***
'여기란 말이지. 가는 데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겠네. 스토커 자식, 꽤 좋은 데를 알고 있었잖아?'
2026.06.28 21:00
2026.06.25 20:30
2026.06.24 20:30
2026.06.22 20:30
2026.06.21 20:00
2026.06.19 19:00
2026.06.16 20:50
2026.06.13 21:27
2026.06.13 00:26
2026.06.13 00:17
삭제된 댓글입니다.
26.06.28
수정
오호호 점점더 재밌어지네요^^
26.06.28
헉 충격적이네요
26.06.25
재미써재미써~~~~
26.06.24
고고~~ ㅎㅎ
26.06.24
서린의 기억 조각이 드디어!! 다음 화 기대기대합니당!!
26.06.24
볼수록 흥미진진! 캐릭터들 개성이 확실해서 더 재밌어요! 특히 델피니움이 인상적. 다음 화도 기대하겠습니다!!
26.06.24
전개가 시원시원하네요. 몰입해서 읽었어요!!
26.06.24
글이 생동감이 넘치네요 신선한 충격이네요
26.06.24
문체가 동화읽는 느낌도 나고 회가 거듭할수록 흥미진진해지네요 다음화가 기대됩니다
26.06.22
잘봤어용 기다리겠습니다앙
26.06.22
역시 재밌네요
26.06.21
재밌네요.ㅎㅎ
26.06.20
궁금궁금
26.06.20
정주행중. 잘읽히네요!
26.06.20
흥미롭네요. 다음편 바로읽으러갑니당!
26.06.20
와우 흥미진진하네요 다음화가 기다려지네요
26.06.19
연서린이 지대루 사이비마을에 감겨버렸네요.. 다음화 기다립니다!
26.06.19
그동안 여러 외부인들이 제물로 바쳐졌겠죠? 웃고만 있는 마을 사람들이라 뭔가 반전이 있을거라 짐작은 했는데.. 반전 스릴러인가요~~
26.06.19
여주가 스토커를 잘 써먹네요ㅎㅎ
26.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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