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문학 공부하다 환생했는데, 우주를 다루는 천체의 마법사가 되었다.
"레오, 우리 아가."
그것이 이곳에서 내게 주어진 이름이었다.
나는 원래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다.
공부에 일절 손대지 않은 채 생각 없이 살아가는 그런 고등학생.
열심히 살아본 적 없는 나의 장점이라면 우주에 대해 열심히 파고들었다는 점이다.
수업 시간은 낮잠 시간으로 알 정도로 학교 공부에 흥미가 없었지만, 천문학이라면 밤까지 새어가며 빠져들 정도로 좋아했다.
어느 날, 여자애와 밤에 별을 보게 된 적이 있었다.
'저건 베가이고, 그 옆은 알타이르야. 어때? 예쁘지.'
그녀가 무슨 별을 가리키는지,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왜인지 마음만은 편안해졌다.
그냥 잔디에 앉아서 그녀가 해주는 이야기를 듣는 게 좋았다.
나도 우주를 많이 알았다면 그 시간이 더 행복했을 텐데.
그날부터 나는 별들을 알아가기 시작했다.
다음에는 내가 그녀에게 별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서.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잠깐 책상에서 잠들었을 뿐인데
눈을 떠보니 낯선 금발 머리 여자와 건장한 체격의 남자가 나를 보며 웃고 있었다.
나는 무언가 말을 하고 싶었지만 발음은 안 되었고, 다리가 짧아 일어서지도 못했다.
행복한 미소를 짓던 두 남녀는 나를 가볍게 들어 올리더니 볼에 입을 맞췄다.
그 순간 깨달은 두 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는 내가 아기의 모습이었다는 거고.
두 번째로 이곳은 지구와 전혀 다른 곳, 처음 보는 세계였다는 거다.
***
10년을 이 세계에서 지내며 알게 된 것들이 많다.
그중 가장 중요한 점이란 바로 이 세계는 검과 마법, 그리고 마물의 세계였다는 거다.
왕국을 지키는 기사들이 있고, 꿈을 실현하는 마법사가 있다.
환상적인 세계다.
거기에 마물까지 있다고 하는데... 이건 별로 좋지 않다.
마물이란 죽은 생명의 사체에 떠돌아다니는 마력이 깃든 것.
그래서 마법사처럼 특수한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사나운 본성은 덤으로.
그리고 나는 그것들을 검으로 상대해야 하나보다.
"끄으윽!"
둔탁한 소리와 함께 나는 쥐고 있던 목도를 놓치면서 엉덩방아를 찌었다.
"하하하! 그렇게 느려서야 되겠느냐."
쓰러진 나를 보며 호탕하게 웃은 저 남자가 바로 나의 아버지, 다리안 알비루스다.
"하아... 너무 힘들어요."
"벌써 지친 게냐. 언젠가 너도 나처럼 훌륭한 전사가 되어야지."
몸을 축 늘어뜨리자 다리안이 내게 다가와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는 나를 검사로 키울 작정이었기에 매일같이 검술 훈련을 시켜댔다.
문제는 그의 훈련이 10살 꼬맹이 따위가 받을 강도가 아니었다는 거다.
악마 같다고나 할까.
아무튼 오늘 훈련은 여기까지라는 말을 듣고서야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그래도 훈련을 멀리할 이유는 없었다. 공부를 안 하는 대신 이거라도 열심히 해야지.
운동 신경이 없다는 게 걱정이지만.
"벌써 해가 다 떨어졌군. 오늘은 여기까지다. 이제 저녁의 만찬이나 즐기러 가자꾸나."
그렇게 말한 다리안은 신나게 나무로 된 집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주위의 초원을 바라보던 나도 스멀스멀 올라오는 맛있는 냄새에 이끌려 그를 따라 집으로 들어갔다.
"고생했어, 다리안. 레오도 열심히 했구나. 완전 녹초가 되었네?"
고기를 굽고 있던 그녀는 나의 어머니로 연금술사였던 '아이라'라고 한다.
"검사가 되기에는 아직 멀었어, 레오. 어서 와서 고기들을 많이 먹거라. 고기는 검사의 생명이지."
다리안은 벌써 한 손으로 잘 익은 고기를 뜯고 있었다.
"당신도 참, 레오는 아직 어리잖아. 레오, 억지로 하지 않아도 된단다. 알았지?"
"괜찮습니다, 어머니. 그만두지는 않을 거예요. 검술은 힘들지만 싫지는 않으니까요."
내 하루 일과는 검술로 시작해서 검술로 끝이 났다.
오전에 아침밥을 챙겨 먹고 훈련, 그리고 자유 시간을 보낸 뒤 해가 떨어질 때쯤 다시 훈련.
이 세계에서 학교는 필수가 아니라는 제도 덕분이었다.
그 점이 좋았다. 학업 스트레스가 없다는 점. 학교에 다니는 것보다 검술을 하는 게 훨씬 좋다.
나중에 나도 다리안처럼 마물이나 잡으며 살아가면 되는 거다.
다리안은 감동했다는 듯 박수를 치고서 내 접시에 고기를 더 얹어주었다.
"역시 나의 아들, 바로 그거다! 너도 검사가 되고 싶은 게지?"
''네, 뭐..."
내가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하자 아이란이 말했다.
"레오는 참 10살 같지가 않단 말이지."
그렇게 행복한 저녁 식사 시간을 보냈고
배를 가득 채운 나는 다시 박으로 나왔다.
집 주위는 온통 밭이나 초원, 그리고 숲. 마을과 조금 떨어진 장소.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세계였다.
과연 이런 환경에서 힘든 일을 겪게 되기라도 할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니 선선한 바람에 내 하늘색 머리카락이 흩날렸다.
신기하게도 다시 태어난 외모는 전생과 굉장히 유사했다.
달라진 거라곤 눈동자 색과 머리빛이 파래졌다는 정도.
나는 바람을 느끼며 어두운 길을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밤은 깊어져갔고, 밤하늘의 별들은 하나 둘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집에서 조금 떨어진 초원에 누워 별들을 하나하나 새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이곳의 밤하늘은 지구에서 본 하늘과 완전히 일치했다.
별자리라던가, 행성들이 보이는 주기라던가.
그게 참 다행이었다.
인터넷은커녕 휴대폰도 없는 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내가 즐길 수 있는 것이었으니까.
나는 천천히 손가락으로 별들을 가리켜 별자리들을 이어갔다.
그 순간이었다.
"어?"
이름도, 특징도 모르는 별들 중 하나를 손가락으로 짚어 움직였는데
별이 내 손가락을 따라 움직였다.
나는 두 눈을 수차례 비빈 뒤 그 별을 바라봤다.
'인공위성이 있을리는 없는데.'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낀 나는 방금처럼 손가락을 더 움직여봤다.
그러자 또다시 움직이는 별.
여기서 보이는 그 별의 속도는 아주 느렸지만 우주에서 움직이는 모습을 본다면 실로 엄청난 속도일 터였다.
"이 세계 별들은 다 이런 건가?"
이런 기이한 현상에 나는 꿈을 꾸는 건가 싶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별을 움직일 때마다 압도적인 웅장함이 내 안에서 흘렀고, 몸이 저절로 떨렸다.
단순한 감정이라던가 기분 탓이 아니었다.
그것은 닭살이 돋는다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는데, 웅장함의 정도가 너무 강해서 누군가 가슴을 강하게 조여오는 듯한 느낌이었다.
뭔가 기분 좋은 고통이랄까. 나는 다시 손가락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윽!"
강한 가슴 통증. 갑자기 숨을 쉬기 힘들어졌다.
왜 이러는 거지? 마치 바다 깊은 곳으로 들어갔을 때의 압박감처럼 무언가 나를 쪼이는 것 같았다.
산소가 부족해졌고, 통증은 가슴을 넘어 몸 전체로 퍼져갔다.
거세진 심장박동에 더 이상 바람 부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살고 싶다고 뇌가 외쳤다.
'괴로워...'
나는 손가락을 쑥 내렸다. 여기서 더 했다간 죽게 될 거라고 본능적으로 느꼈다.
다행히도 그 행동이 정답이었는지 고통이 조금씩 사그라들었다.
"우우욱!"
그러다가 아까 먹었던 고기들이 피와 함께 입 밖으로 빠져나왔다. 그리고 몇 번 다시 고통이 오다가 조금씩 사그라들었다.
나는 내가 뱉어낸 것들에서 조금 멀어진 뒤 숨을 몰아쉬었다.
"하아... 죽는 줄 알았네."
전혀 알 수 없는 현상과 고통.
몸에는 힘도 들어가지 않아 일어서는 것조차 할 수 없었다.
원래 이 세계에서 별은 이렇게나 위험한 대상인 건가?
익숙하던 지구와는 많이 다른 세계였으니 혹시나 내가 모르는 자연 현상이었을지도 몰랐다.
힘이 돌아와 일어설 수 있게 되면 다리안이나 연금술의 지식이 높은 아이란에게 물어봐야지.
진정하는 시간도 잠시, 고요함이 찾아온 하늘에서 하나의 빛이 내려오기 시작했다.
"아름답다..."
뭐, 별똥별 정도이지 않을까.
나는 잔디에 몸을 더욱 늘어뜨린 뒤 눈을 감았다.
그렇게 호흡을 고르기 또 몇 초.
-쿠구구궁!
그 짧은 시간이 지나자 진정할 틈도 없이 귀를 찢을듯한 거대한 굉음이 들려왔다.
나는 화들짝 놀라 눈을 떴지만 힘이 없어 주위를 둘러볼 수는 없었다.
무언가 폭발한 건가? 이 근처에서 들렸는데.
설마 어머니가 연금술에 실패한 거라던가...
아니다. 집에는 연금술 재료가 없으니까.
휴식을 취하던 나는 어느새 몸을 일으킬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과연 소리가 난 근원은 어디였을까 싶어서 나는 일어난 뒤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렸다.
"어두워서 잘 안 보이네..."
그래도 무언가 폭발한 흔적이 없다는 건 알 수 있었다.
별빛에 의지하면 조금씩 볼 수 있었으니.
지금은 얼른 집으로 돌아가서 어머니에게 가슴 통증과 구토의 원인에 대해서 여쭈어봐야겠다.
별이 손가락을 따라서 움직였다는 것도 말씀드리고 싶은데... 그건 믿어주시지 않겠지.
나는 몸을 집 방향으로 돌렸고
집이 있어야 할 곳에 생긴 거대한 구멍을 보게 되었다.
"!"
허벅지를 꼬집어봤지만 고통은 그대로 전해졌다.
말문이 턱 막혔다.
그 깊숙이 파인 땅에는 부서진 나뭇조각들과, 창고, 무기들이 널브러져 있었지만 온화한 나무집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나는 거의 넘어질 듯 그곳으로 달려갔다.
"어머니! 아버지...!"
집에는 나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계셨을 터.
집보다 훨씬 큰 구멍 위에서 어머니와 아버지를 목 터저라 불러댔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젠장! 이게 뭐야!"
제발 이 모든 게 꿈이었으면.
어머니와 아버지를 찾으려고 눈을 이리저리 돌렸는데, 봐선 안될 것을 본듯한 기분이 들었다.
저 아래 깊숙이, 미세한 핏자국이 짙어져 있었다.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말도 안 돼..."
부모를 잃는다는 것이 이렇게나 잔인한 고통이었을 줄이야.
그들은 전생에서의 내 부모와 다르게 따뜻하고, 어른스럽고, 사랑을 주는 부모였다.
나도 그 마음에 꼭 보답하고 싶었는데.
아, 또 이거다.
별을 알려준 그녀에게 내 마음을 전하지 못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나는 그들에게 내 마음을 전하지 못했다.
꼭 훌륭한 검사가 되어서 효도하려고 했는데.
울면서 한탄하고 있자 뒤에서 수상한 인기척이 느껴졌다.
"꼬마 마법사여. 어째서 울고 있는 게냐."
마을에서도 들어본 적 없는 중년의 남성 목소리였다.
굉장히 굵고 위엄 있었지만 지금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제 집이... 어머니와 아버지가 사라지셨어요. 이 구멍 속으로!"
나는 그를 돌아볼 여력조차 없었다.
그래서 그가 나를 '꼬마 마법사'라고 부른 것도 알아차리지 못할 뻔했다.
마법사가 어떤 사람을 의미하는 건지 아는 만큼 나는 그 호칭이 이해되지 않았다.
나를 놀리는 건가?
나는 그에게 덧붙여 대답했다.
"그리고 저는 마법사가 아니에요."
내 대답을 들은 남자가 의문스럽다는 듯 다시 내게 말했다.
"너는 마법사다. 이 크레이터가 생긴 것도 네가 마법사이기 때문이지."
2026.06.29 00:29
2026.06.27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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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15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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