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먹으면 스킬을 얻는다고? 정말로 책을 씹어먹어야 스킬을 얻을 수 있는 특성을 얻었다. 이 특성과 함께 나는 회귀하여 탑을 등반할 것이다.
세상이 망했다. 그것도 꽤 크게.
이게 무슨 뜬구름 잡는 소리냐고 물을 수도 있지만, 정말로 세상은 망해버렸다. 고작 몇 년 전 갑작스레 등장한 저 탑 하나 때문에 말이다.
처음에는 모든 게 잘 풀릴 것처럼 느껴졌다. 탑에서 나오는 신소재는 인류의 희망이었고, 특성을 개화하고 스킬을 사용하는 헌터들은 탑을 정복할 것만도 같았다.
근데 이젠 다 끝이다. 세상이 내세우던 1군 헌터는 수많은 사건에 의해 갈려나갔고, 길드들은 갈라져 분열했다. 30일마다 탑을 공략하지 않으면 쏟아져 나오는 저 몬스터들은 재앙이었다.
어디서부터 문제인 거지?
대기업들이 탑 내 자원을 차지하기 위해 성급하게 탑을 공략한 게 문제였나?
어쩌면 1층에서 발견된 종족 변경권이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하다못해 헌터들이 좀 더 성장할 충분한 시간만 있었더라면. 아니, 이제 와서 이런 생각에 의미가 있을까. 부정적인 생각이 머리를 뒤덮지만 여전히 내 몸은 몬스터를 잡고 있었다.
그 때, 내 눈앞에 새로운 상태창이 떠올랐다.
[당신에게 맞는 특성이 개화합니다.]
[로딩 중….]
[축하합니다! 전 세계 최초의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특성이 진화합니다.]
이제와서 특성을 개화해 봤자 뭘 한다고.
동료들은 전부 죽었다. 문명이 박살났고, 설령 이번에 나온 몬스터를 잡는 것에 성공한다고 한들 그 다음에 쏟아질 몬스터를 견디지 못할 게 분명했다.
['최후의 1인 (???)' 특성이 개화합니다.]
[능력이 책정됩니다….]
누굴 놀리나? 나는 이를 바득바득 갈며 상태 창을 노려보았다. ‘님 완전히 망했어요’ 라며 외쳐주는 꼴이나 다름없는 행동이었다.
그리고 왜 등급이 없지?
나는 상태창을 하나 더 활성화하여 내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특성을 확인했다.
['책먹는 여우 (EX)']
인류의 마지막 희망이니 뭐니 했던 내가 가진 특성조차 EX등급이라는 명확한 등급이 존재했다. 그런데 물음표라니. 상황이 엿같아서 그런가. 생각이 썩 좋게 흘러가진 않았다.
쓰레기인 거 아냐?
[능력 책정이 완료되었습니다!]
['그 날'을 기점으로 시간을 되돌립니다. (1회성)]
뭐?
나는 멍하니 상태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몇 번이고 다시 상태창을 읽어보았다. 피가 부족해서 잘못 읽은 게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게다가 그 날? 너무 부정확한 표현이었다. 상태창이 이렇게 표현해도 되는건가?
아까부터 나 하나 놀려먹겠다고 이러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물론 상태창이 그럴 리는 없겠지만.
[능력을 사용하시겠습니까? (Y/N)]
상태창이 재촉이라도 하듯 노이즈가 낀다.
의심스러운 점이 한가득이었다. 평소라면 쳐다도 보지 않았을 불분명한 것 투성이라는 것도 안다.
근데 이대로 저 망할 도마뱀 파충류 따위에게 깔려죽는 것보단, 내 눈 앞의 상태창이 좀 더 믿음직스러웠다.
[Y]
-
"허억!"
정신이 아득해지는 감각을 느낌과 동시에 고카페인 음료를 마신 듯 뇌가 팽팽하게 돌아가는 감각이 느껴졌다. 양립될 수 없는 감각이라는 걸 알지만 이런 말 외에는 표현할 방도가 없었다.
반사적으로 주변을 휙휙 둘러보자, 오래전 살던 동네의 단골카페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카페에서 나오는 케이팝 노래 메들리와 사람들의 소리가 합쳐져 내가 입 밖으로 내뱉었던 소리는 주변에 들리지 않았을 듯 싶었다.
오랜만에 보는 평화로운 풍경이 낯설었다.
나는 주머니를 뒤져 핸드폰을 찾았다. 과거에는… 아니, 이젠 미래가 된 건가. 여튼 이전에는 탑 내에서 발견된 신물질을 통해 허공에 화면을 띄우는 기술이 발전했었는데. 오랜만에 만져보는 핸드폰에 버벅거리며 겨우 핸드폰 전원을 켰다.
202X년 12월 24일.
이런 미친.
날짜를 읽자마자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12월 24일. 행복하고 평화로웠어야 할 크리스마스의 이브 날. 그 정도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면 좋았을 날이지만...
내 생각이 채 이어지기도 전 옆 테이블의 말소리가 귀에 꽂혔다.
"자기야, 이거 봤어?"
커플로 보이는 두 사람 중 여자가 핸드폰 화면을 남자에게 보여주었다. 언듯 바라본 핸드폰 화면은 뉴스의 긴급방송 정도의 포멧을 갖추고 있었다. 그리고 하단에는 이런 느낌의 글씨가 적혀 있었다.
'전세계에서 정체불명의 탑 발견…'
머리가 한 대 때려맞기라도 한 듯 멍해졌다.
상태창이 말하던 '그 날'이 바로 탑이 나타났던, 12월 24일이었던 것이다.
나는 빠르게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조금은 흐릿해진 과거의 기억들부터 순차적으로 떠올리기 위해 애썼다. 주변은 순식간에 뉴스 속 내용으로 시끌시끌해졌다.
알고리즘 한 번 신명나게 일하는 군.
'지금 당장 서점으로 뛰어가서 특성을 개화시키면, 아니 그것도 너무 늦는다. 이 근처에 서점이 없어. 그 지옥이 벌어지는 게 더 먼저다.‘
2026.07.07 20:41
2026.07.06 22:11
2026.07.03 19:00
2026.07.02 19:00
2026.07.01 19:00
2026.06.30 19:00
2026.06.29 19:00

작가님 축하드립니다!
26.08.21
모럴리스 주인공도 좋군요! ^p^ 이 화를 보니 종족 변화로 인해 인간성을 잃어, 주인공이 내적 혼란을 겪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앞으로 어떤 전개가 펼쳐질지 너무나 기대됩니다. 응원합니다!
26.08.08
비위가 강한 주인공 벌써 맘에 들기 시작함
26.08.08
스킬부터가 눈에 띔 기억하기 쉬움
26.08.08
종족 변경권이라는 개념이 새롭네요. 이 개념으로 타 작품에서는 볼 수 없는 새로운 전개가 생길 것 같군요! 응원합니다! :)
26.08.08
기초적인 세계관을 깔끔하게 설명한 도입부 같습니다! 공모전 응원합니다! :)
26.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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