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
나는 방금 내 남편을 죽였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가 내 옷차림을 지적했기 때문이다. 다 늙어서 흙냄새를 고소하게 느끼는 남자와 결혼해 준 걸 고마워하지는 못할망정!
매캐한 연기가 코를 찔렀다. 그의 시체는 이제 한 줌의 재가 되어버렸다. 뼈조차 남지 않았다. 나는 그 잿더미를 아주 소중히 안아 들었다. 그 모양새가 마치 어머니가 갓 태어난 아기를 안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아이가 없는데. 마치 어머니라도 된 듯 잿더미를 소중히 안고 있는 내 모습이 우스워 웃음이 새어 나왔다.
적절하지 못한 상황에 내가 웃음을 터트리면 귀족적인 나의 남편은 언제나 부적절한 나를 교정해 주곤 했다. 이제는 그럴 사람이 없어졌다는 것이 실감 났다. 덕분에 나는 마음껏 웃을 수 있었다.
나는 잿더미가 되어버린 남편과 함께 저택의 뒤쪽 정원으로 발을 옮겼다.
사랑하는 그이를 묻어주기 위해서였다.
**
정원 뒤편에는 작은 무덤이 하나 있었다. 마르셀의 전 부인의 묘였다. 마르셀이 그녀와 어떤 사이였는지는 모른다. 나는 그녀가 죽은 후 이곳에 왔으니까.
다만 나는 그가 종종 이곳을 찾았다는 것을 근거로 두 사람의 사이가 나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짐작할 뿐이었다.
내 옆보다는 조금이라도 사이가 좋았던 전 부인의 옆에 묻히는 게 마르셀에게도 더 좋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의 전 부인의 묘지 옆에 작게 땅을 파기 시작했다. 흰옷에 흙물이 들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나는 지금 그를 묻어줘야만 했다. 지금 그를 묻어주지 않으면 그의 영혼은 영원한 안식을 얻지 못하고 평생을 고통 속에서 살아가리라.
땅을 다 파고 나서 나는 옆에 두었던 잿더미를 다시 안아 들었다. 한밤중의 습기가 섞여서인지 이제 그는 잿더미가 아닌 하나의 덩어리가 되어있었다.
나는 덩어리진 남자에게 마지막 입맞춤을 남기고 그를 묻어주었다. 물론 장례식에서 사제들이 하는 고별 기도도 빼놓지 않았다.
간소했지만 필요한 것은 다 갖춘 장례식이 끝났다. 망자가 몸을 뉠 자리와 사제의 고별.
나는 다시 저택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의 마지막 흔적들을 정리해야지.
떠나기 전 나는 그에게 마지막으로 말을 남겼다.
“안녕히, 마르셀.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했어요.”
**
리비아탄 백작 저택에는 세 가지 규칙이 있다.
2026.06.29 00:37
올라온 댓글이 없어요.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뷰컴즈 주식회사
대표 : 김학성 | 전화 : 1811-8389 | 이메일 : help@gling.co.kr
사업자 등록번호 : 492-88-01088 | 통신판매업신고번호 : 2022-서울영등포-1768
주소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당산로 171, 13층 130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