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업이 무당인지라 평소처럼 귀신을 때려잡고 있었는데. 눈 떠보니 관짝 속에 있었다. 나도 모르는 새에 죽었다 살아났단다. 그때 나를 찾아온 유난스런 도깨비가 하는 말. "김 서방 살려준 게 나야. 그러니까 나랑 계약하자!" 뭐? 도깨비 왕위 계승전? 뭐? 못 이기면 내가 다시 죽어? 모시던 신하고 연결도 끊겼는데, 졸지에 시한부까지 되어버렸다. 그래서 절망적이냐고? 아니. 반대다. 모 아니면 도! 목표는 우승! 현금과 황금을 향해! ㄴ그런데 도깨비 정신연령이 만 8세면 어쩌죠? ㄴ어쩌긴요, 잘 키워주셔야죠.
이묘한. 25세. 대한민국 태생의 남성. 사설 무당.
오늘 장례식의 주인공이다.
상주인 형 외에는 가족이 없어 빈소 안이 휑했다. 그나마 찾아온 것은 단골 손님이었다던 사람들이나 상주 지인 몇몇이 전부. 형이라는 사람은 곧 따라 죽을 것처럼 창백한 얼굴로 바닥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
갑작스러운 죽음이었다. 아직 앞날이 창창한 나이에 형보다 먼저 저승으로 떠나버린 동생이 야속하고 또 그리운지 그의 눈가가 붉게 부은 채였다.
"이제 발인식을 하겠습니다."
장례지도사들이 관을 들었다. 쓸쓸한 발걸음이 장례 행렬에 하나둘씩 늘어갔다.
영정사진을 든 상주는 운구를 하는 동안에도 넋이 나간 채로 허공에 중얼거렸다. 얼마나 울었는지 목소리가 다 갈라져 나왔다.
"묘한아, 묘한아... 너 없으면 나 혼자다. 진짜 어떻게 살라고... 응...?"
사고로 가족을 모두 잃고 둘만 남은 형제였던 만큼 상심이 컸으리라. 덩달아 가슴 아파진 주변에 선 장례지도사들, 그리고 조문객들이 고개를 숙였다.
밖으로 나오니 하늘이 우중충 흐렸다. 비가 오려는 듯했는데, 무당이 죽었을 때 모시던 신격이 비를 내려주는 것은 종종 있는 일이었다. 이런 일을 예상하고 있던 장례지도사들은 미리 우산을 챙겨둔 뒤였으나.
"...?"
쨍쨍.
관이 나오자마자 흐렸던 구름이 슬슬 흩어지더니 햇볕이 따사롭게 내리쬐었다. 갑자기 날씨가 맑아졌다. 처음부터 이런 맑은 날이었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화창한 날씨였다.
"어...?"
상주가 당황했는지 입을 벌렸다. 하늘이 너무 푸르렀다. 제 동생이 주신에게 밉보이고 살았나 싶을 만큼.
그리고 이내—
—쿵!!
–으헉...!
"무, 뭔 소리야?"
뭔가 단단한 벽에 찧는 소리가 났다. 관이었다.
"흐아악! 우, 움직였어!"
쿵! 쿵쿵!
–뭐야, 여기 뭔데!
안에서 목소리가 들리자 장례지도사들이 황급히 관을 내렸다.
"묘, 묘한아. 묘한아?"
"귀신!? 아니면 요괴인가??"
근처에 서 있던 남자가 가까이 다가갔다. 목에 이계안전관리부 명찰을 건, 나랏일 하는 무당이었다. 관에 손을 가져다 댄 남자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 아뇨. 산 사람 영혼 같은데요...?"
그 말에 상주가 허겁지겁 관보와 명정을 걷고 관을 더듬었다. 그러나 이미 봉인한 뒤라 열리지 않았다. 장례지도사 하나가 연장을 가지러 뛰어갔다.
–형? 지금 이거 뭐야? 나 갇힌 거야? 묶여 있는데?
"어매, 어매나...! 우리 무당님 꼼짝없이 깨꼬닥허신 줄 알았더니 이게 뭔 일이더냐!"
"미쳤다. 세상에 그런 일이에 제보해야지."
"묘한아, 가만히 있어...! 금방 꺼내줄게!"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일었다. 식장 앞 비둘기들이 소란에 놀라 푸드득 날아올랐다.
–으허... 근데 형, 나 슬슬 숨 막히는 거 같은데.
"뭐? 야, 야! 좀만 참아 봐! 연장 가지러 갔어!"
"여기, 연장 가져왔어요!"
"못 뽑아! 얼른!"
이 일이 우연인지 필연인지는 인간에게 그리 중요치 않았다. 염병, 휩쓸렸으면 살아 나갈 생각을 해야지, 그게 뭐 때문인지 알아야 하냐.
* * *
창밖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눈을 찔렀다. 절로 눈이 찡그려졌다.
1인실의 하얀 침대, 병원 이름이 프린팅된 환자복. 링거는 없다.
"진짜 저승사자가 되살려 준 거 아냐? 관 속에 3일이나 처박혀 있었는데 멀쩡한 게 말이 되나."
옆에서 사과를 깎던 형이 중얼거렸다. 흐지부지된 장례식 뒤처리를 하고 달려온 꼴이 엉망이었다. 매번 왁스로 깔끔하게 빗어 넘겼던 머리도 반쯤 헝클어져 있었고, 답답하게 끝까지 잠그던 셔츠 단추도 몇 개 풀려 있었다. 형 같지가 않았다.
"그런가 보지. 역시 사람은 착하게 살아야 하나 보다."
내 대답에 형이 고개를 들었다. 다크서클이 길게 내려온 얼굴이 어이를 상실한 눈으로 나를 마주했다.
"누가 착하게 살았는데. 설마 니가? 뭘 얼마나 착하게 살았다고."
"아니 죽다 살아난 사람한테 그게 할 말이야?"
"그거랑 착하게 산 거랑 뭔 상관인데. 그냥 너네 신이 무리해서 살려준 쪽이 더 신빙성 있겠다. 연락도 끊겼다며."
거 참 따박따박 시끄러웠다. 관에서 일어나자마자 끌어안고 엉엉 울던 사람 어디 갔냐. 그때는 나도 살짝 울컥했는데 지금 보니 마귀가 따로 없었다.
'그래도 영감님이랑 연락 끊긴 건 사실이지...'
진짜 나 살려주고 떠났나? 아니, 그럴 신은 아닌데.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국가기관에서도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보려고 여기저기 연락 돌리고 분석하고 고위급 무당도 불러보고 하고 있다는데, 잘 되고 있는지 모르겠다.
창문 밖으로 병원을 왔다 갔다 하는 정장 차림의 사람들이 보였다. 그 사람들을 방해하는 기자 무리도.
"이묘한 씨, 잠깐 얘기 가능하실까요."
드르륵, 정장을 빼입은 국가기관 소속 무당이 병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슬렁슬렁 신기가 비치는 게 보였다. 아지랑이 같은 기이한 일렁임. 이게 보이는 걸 보면 나도 아직 신기가 남아는 있는 것 같고.
"아 예, 뭐 알아내신 거라도?"
공무원은 고개를 저었다. 한숨을 참는 것 같았다.
"아직은 없습니다. 그냥 간단한 질문 몇 개 하고 돌아가겠습니다."
아까부터 대체 질문을 얼마나 해대는 건지. 공무원 양반은 형이 자리를 비키자마자 간병인 의자에 앉아 볼펜을 딸깍였다.
"모시는 분이 용신이시죠?"
"예에."
"3월 28일 오후 11시 53분경에 용월동 이상 현상에 진입하셨고요?"
"예 뭐.... 그쯤 됐던 거 같네요."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들어가서 잡귀들 좀 잡은 다음부터 기억이 없는데요."
사실이었다. 평소처럼 별거 없는 놈들 좀 후리고 다니다가 도중에 갑자기 기억이 끊겼다.
"들어갈 때 뭐 이상한 점은 없었습니까?"
2026.07.22 19:40
2026.07.20 21:45
2026.07.20 21:29
2026.07.20 20:04
2026.07.20 20:03
2026.07.20 19:51
2026.07.15 19:22
2026.07.08 20:02
무계약으로 공문서에 적혀버린게 뭔가 불안하다...
26.07.21
냠냠굿😍
26.07.09
묘한씨 일단 어디가서 굶을일은 없어보임
26.07.08
개재밌음
26.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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