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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역에게 예쁨받으며 살고 싶습니다!
별이스타
10화무료 10화
자유 연재 | 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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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있던 소설에 빙의했다. 사람도 아니고 토끼, 그것도 작중 흑막이 인형처럼 끼고 다니는 애완 토끼에. 처음에는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싶었지만, 생각해보니 아주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았다. 그냥 야생토끼도 아니고, 공작 전하의 토끼인 덕에 하는 일이라곤 공작의 품에서 예쁨 받는 것 밖에 없어도 안락한 실내에서 먹을 것 걱정 없이 살 수 있으니까. 어차피 이야기는 끝났고, 공작은 영지로 쫓겨난 상태니 앞으로도 예쁨이나 받으면서 살면 되는거겠지. 그렇게 편안하게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내가 그냥 토끼가 아니라 수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뻐하던 토끼가 사실 반은 사람인 시꺼만 사내놈이라는 걸 들키면… 대공이 날 죽일지도 몰라!’ 걸리면 죽었다는 생각에 반드시 이 사실을 숨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결국 인간 모습으로 있다가 공작의 부하에게 걸린 나는 제발 공작에게 말하지 말라달라고 싹싹 비는데…. #수인물 #토끼수 #산책수 #소심수 #한입거리수 #빙의물 #다정공 #계략공

#BL#서양풍#로코물#달달물#개그물#수인물#기억상실#순정공#미남공#소심수#호구수

1화

 

어느 날, 나는 다른 생명의 몸에 빙의해버렸다. 사람도 아니고, 희고 조그마한 토끼로.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더니 처음엔 당황스럽고, 토끼의 몸이니 바뀐 세상의 정보를 얻는 것도 힘들었지만 몇 달쯤 지나니 이제 처음부터 토끼였던 것처럼 이 모습이 익숙해졌다.

 

“디디, 착하지.”

 

몇 달 동안 알아낸 것은 내 이름이 디디라는 것, 그리고 내 주인은 상당히 높은 신분의 사람이라는 것 정도였다. 그래서인지 내 대접도 괜찮은 편이었다.

 

가만히 주인의 품에서 털을 쓰다듬어주는 손길에 취해 고롱거리고 있기만 하면 따듯하고 푹신한 침대 위에서 신선한 채소들을 먹으며 살 수 있고, 가끔 정원에서 뛰어놀수도 있으니 개팔자, 아니 토끼팔자가 상팔자였다.

 

“이건 말도 안되는 일입니다. 공작 전하. 오르트 왕가의 명운이 다한겁니다! 차라리….”

“됐다. 패자는 말이 길지 않은 법이지. 영지로 돌아간다.”

 

주인의 품에서 들리는 이야기는 하나같이 이해도 안되고 어려운 것들 뿐이라 그냥 대충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살고 있었는데, 점점 대화의 분위기가 심각해지더니 오늘은 주인의 손길에 불쾌함이 가득했다.

 

본능적인 공포심이 느껴져 품에서 도망가려 바둥거리자 주인이 나를 놓아주었다.

 

“디디가 지내기에 북부는 추우려나.”

“어차피 실내에서만 지낼텐데요. 여기서 그 녀석만큼 팔자 좋은 사람이 어디있겠습니까. 어디에서 지내든 풀이나 뜯어먹고 살겠죠.”

“디디는 네 생각만큼 멍청하지 않아.”

“토끼가 똑똑해봤자죠. 수인들도 멍청하기 짝이 없는데 그냥 토끼는 또 얼마나 멍청하겠습니까?”

 

저 놈 이름이 뭐더라. 로렌조였던가. 아무튼 내가 팔자 좋게 사는 건 맞지만 대놓고 멍청하다니. 너무한 거 아냐? 나는 그런 생각을 하다 느리게 뭔가를 깨달았다.

 

‘…수인? 여기 수인이라는 것도 있어?’

 

수인이 뭔지는 알고 있다. 반은 사람, 반은 동물인 종족. 내가 읽던 웹소설에도 그런 종족이 있는 세계관을 가진 작품들이 몇 개 있었지.

 

대부분의 작품에서 수인은 취급이 좋지 않았다. 사람도 동물도 아닌 존재로, 어느 쪽에도 완전히 섞이지 못하고 무시당하는 존재였다.

 

“디디는 그런 멍청한 것들과 달라. 말을 얼마나 잘 알아듣는데.”

“…공작 전하께서는 왜 그 털뭉치만 엮이면 판단이 흐려지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이대로 물러날 수는 없습니다. 이게 전부 그 여자 때문입니다. 에나인 가반스, 그 여자만 아니었더라면….”

‘에나인 가반스?’

 

그 이름, 왠지 익숙한 것 같은데 기분 탓인가. 방 안에서 깡총거리며 돌아다니던 나는 잠시 멈춰서 기억을 헤집어보기 시작했다. 에나인 가반스, 에나인 가반스….

 

‘아, 내가 읽던 웹소설 여주인공의 이름이 딱 그런 이름이었지. 무슨 소설이더라. 그러니까, 제목이… [빙의자에게 정치는 너무 쉽다] 였던 것 같은데.’

 

읽던 책에 빙의한 여주인공이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이용해 제국의 최고의 정치가가 되고, 본인의 최애였던 8황자를 황태자로 책봉하는데 성공한 뒤 결혼까지 하는 그런 내용의 소설이었지.

 

솔직히 내 머리로 이해하기엔 너무 수준 높은 정치 이야기가 많아 반은 흘리면서 읽었지만 꽤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났다.

 

아버지인 가반스 자작부터 시작해 쓰레기 약혼자의 집안인 반스피릿 백작가를 박살내고, 그 과정에서 남자 주인공인 로만과 만나서 원래 황태자였던 루이스와 황후의 집안인 파르테인 공작가까지 날려버린 뒤 황태자비 자리에 앉는 내용이었지.

 

‘뒤로 갈수록 두뇌싸움이 대단했지. 특히 파르테인 공작은 만만치 않은 상대였어. 작은 실수라도 한 번 했더라면 죽을 수도 있었는데 깡이 대단하달까….’

“지금 영지로 돌아가면 언제 다시 돌아올 수 있을지 모릅니다. 새 황태자는 황후를 혐오하고, 파르테인 공작가에 대한 적의를 숨기려고 하지도 않죠. 지금은 아직 황태자일 뿐이니 개국공신인 공작가를 더 이상 건드리기 힘들겠지요. 하지만 황제의 자리에 오르기라도 하면….”

 

음, 여기 공작도 파르테인 공작이구나. 그것 참 우연이네. 귀를 쫑긋거리며 이야기를 듣던 나는 몇 초 뒤 정신을 차리고 그 자리에서 팔짝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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