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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급 게이트 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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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K7
10화무료 10화
자유 연재 | 글링 |
조회수 290좋아요 0댓글 26

전 세계 유일의 마나 불감증, 김수호. 헌터의 꿈을 접고 게임 폐인으로 2년을 살았다. 그런 그가, 세상에 없던 EX급으로 각성했다. "이거 완전히 내 취향이잖아!" 텅 빈 땅에서, 그만의 영지를 만든다.

공모전 참여작#판타지#현대#성장물#헌터물#시스템/상태창

선천적으로 마나가 반응하지 않는 체질.

마나 불감증.

전 세계에서 오직 나만 가진 특이 사례라고 했다.

처음 몇 달은 오히려 들떴다.

유일하다는 말은 특별하다는 뜻처럼 들렸으니까.

 

각성 센터에서도, 연구소에서도, 병원에서도 나를 불러 갔다. 이번에는 다를지도 모른다고, 아직 밝혀지지 않은 방식으로 각성할 수도 있다고,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뛰었다.

 

하지만 그 기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피를 뽑고, 마력을 측정하고, 정신파를 재고, 게이트 파편에 접촉시키는 실험까지. 할 수 있다는 검사는 전부 다 해 봤다. 결과는 늘 같았다.

반응 없음.

‘희귀 사례라 조금 더 지켜봐야 합니다.’

‘가능성을 완전히 닫아 둘 단계는 아닙니다.’

연구원들의 말은 반년쯤 지나면서 조금씩 바뀌었다.

‘실질적인 각성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이제 일상 복귀를 고려하시는 편이 좋겠습니다.’

나중엔 대놓고 들렸다.

‘아, 그 마나 불감증 사례?’

‘굳이 더 볼 필요 있나? 데이터는 다 뽑았잖아.’

나는 연구 대상에서, 빠르게 흥미를 잃은 샘플로 전락했다.

그게 제일 괴로웠다.

한때는 특별하다고 불렸는데, 결국 아무것도 아니라는 판정을 받는 것.

꿈이 깨지는 것도 힘들었지만, 그보다 더 견디기 힘든 건 사람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가 바뀌는 일이었다.

각성 센터에서 같이 검사받던 사람 중에는 정말 헌터가 된 이들도 있었다. F급이든 E급이든, 어쨌든 그들은 각성자였다.

 

몇 달 뒤 TV나 인터넷 영상 속에서 어설프게 인터뷰하는 그들을 보면 축하해야 맞았다. 그런데 그러지 못했다. 축하보다 먼저 드는 감정이 비참함이었으니까.

부모님은 티를 내지 않으려고 했지만, 알아차릴 수밖에 없었다.

괜찮다는 말끝에 붙는 한숨. 밥 먹을래, 하고 부르기 전에 잠깐 멈칫하는 침묵. 나를 위로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사실 방법을 몰라서 같은 말만 반복했다.

‘괜찮아, 꼭 헌터가 아니어도 되지.’

맞는 말이었다.

맞는 말이라서 더 괴로웠다.

나는 꼭 헌터가 되고 싶었으니까.

그 뒤로 이 년.

나는 도망쳤다.

게임으로.

처음엔 그냥 시간이나 때우자는 심정이었다. 잡생각이 안 나는 게 필요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나는 그 도피처에 진심이 됐다.

시작은 가벼웠다. 며칠 하다 말 줄 알았다. 하지만 한 번 패배하고 나니까 오기가 생겼다.

왜 패배했지?

어째서 식량이 부족했지?

활로가 있었나?

그때부터였다.

하루에 열두 시간씩 붙잡고 공략을 읽었다. 유명 랭커들의 운영 기록을 엑셀처럼 정리했고, 건물 배치 효율과 주민 동선까지 전부 메모했다. 초반 최적 개척 루트, 재난 발생 확률, 자원 변환 기댓값, 계절별 소비량, 인구 대비 생산량.

남들은 대충 즐기고 마는 게임을, 나는 정말 살아남기 위한 듯이 공부했다.

왜 그렇게까지 했냐고 하면, 나도 모르겠다.

닉네임 ‘Lord99’.

타이쿤 랭킹 통합 1위.

최장기간 1위 유지 기록 보유.

무과금 최단기간 수도 레벨 달성 기록 보유.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 불변의 군주.

헌터의 꿈을 접어버린 그는.

[사용자의 각성이 감지되었습니다.]

[측정을 시작합니다.]

이름: 김수호

나이: 27

직업: 게이트 영주

등급: EX

근력: 1

민첩: 1

체력: 1

마력: 1

고유 능력: 게이트 개방

"....각성?"

지금 각성했다.

*

 

한동안 창을 멍하니 바라봤다.

천천히 다시 읽었다.

그리고 또 읽었다.

“……EX?”

 

헌터 등급은 F부터 시작해 올라간다. 최상위는 S급. 나라에서도 손에 꼽히는 최강의 등급.

 

‘근데 EX급?’

 

각성한 것도 지금 어이가 없는데.

지금껏 발견된 적도 없는 등급이라고?

 

‘각성 센터에선 마나 반응이 없다고 했잖아. 몇 번이나.’

 

억울했다. 진심으로 억울했다. 이 년을 백수로 살았는데, 이제 와서 EX가 뜬다고?

 

“이거 진짜냐.”

 

근데 게이트 영주는 또 뭐지.

 

조심스럽게 창을 건드렸다.

 

[게이트 영주]

게이트란 이름의 영지를 가진 영주입니다.

 

자신의 게이트를 소유할 수 있으며, 게이트를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게이트가 성장하면 게이트 영주의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게이트를 가진다고?”

 

게이트는 게임으로 치면 던전 같은 개념 아니었나?

 

[직업: 게이트 영주가 감지되었습니다.]

[영주 시스템을 이식합니다.]

 

“네?”

 

내가 당황하기도 잠시.

 

[영주 시스템 이식을 완료했습니다.]

[영주 시스템을 개방합니다.]

 

[현 게이트 상태]

컨셉: 없음

건축물: 없음

인구: 없음

보유 자원: 없음

특이 사항: 없음

 

‘잠깐, 이거 타이쿤이잖아.’

 

눈이 번쩍 떠졌다. 내가 이 년 동안 매일 하던 그거. 화면 속에서만 하던 걸 실제로 한다고?

 

멍하니 있자, 창이 또 떠올랐다.

 

[튜토리얼을 시작합니다.]

 

[스킬 ‘게이트 개방’을 강제 발동합니다.]

 

“강제 발동?”

 

우우우우우웅.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방 한가운데 공기가 일렁였다. 허공이 갈라지더니 하얀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게, 게이트!”

 

정신을 차릴 틈도 없이 빛이 나를 집어삼켰다.

 

“잠깐!”

 

아니, 이렇게 들어가는 거야?

 

*

 

하얀 공간이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하얀 공터. 내가 들어왔던 빛은 어느새 사라졌었다.

 

“아오. 이게 다 뭐냐…….”

 

[게이트 컨셉]

[게이트의 컨셉을 선택하십시오.]

 

[컨셉에 따라 지형, 기후, 자원 분포가 결정됩니다.]

 

초원 — 광활한 평원. 거대한 강이 존재합니다.

 

심산유곡 — 깊은 산과 울창한 숲. 다양한 약초가 존재합니다.

 

화산지대 — 용암과 암반. 일부 특수 자원이 존재합니다.

 

설원 — 만년설과 빙하. 일부 특수 자원이 존재합니다.

 

해안 — 바다와 접한 평야. 다양한 생물이 존재합니다.

 

[※ 선택 후 변경 불가합니다.]

 

나는 시스템을 보자 습관처럼 고민하기 시작했다.

 

‘내 직업이 타이쿤 같은 거라면…….’

 

손으로 턱을 짚었다. 타이쿤류 게임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 그건 게임의 특징에 따라 다르다.

 

‘분명 게이트 상태에 ‘인구’라는 항목이 있었어.’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인가.

 

바로 식량이다.

 

다른 자원도 중요하다. 아니, 무조건 중요하다. 타이쿤에선 자원이 곧 성장이다. 하지만 식량은 차원이 다르다.

 

나무가 없으면 잠깐 불편한 수준에서 끝날 수도 있다. 돌이 없어도 당장 굶어 죽진 않는다. 하지만 식량이 없으면 모든 게 멈춘다.

 

‘그러니까 1순위는 식량이 풍부한 곳. 그다음은 범용 자원.’

 

그러면 선택지는 꽤 줄어든다. 일단 화산지대와 설원은 패스. 특수 자원은 끌리지만, 정체도 모르고 식량이 부족할 가능성이 높다. 해안도 제외. 바다가 장점일 수는 있어도 초반 농사엔 변수가 많다.

 

“그럼 남은 건 두 개인데…….”

 

초원과 심산유곡.

 

사실 둘 다 나쁘진 않다. 하지만 심산유곡은 초반 개척 난도가 높을 가능성이 크다. 길을 내고, 물길을 찾고, 자원을 옮기는 데 손이 많이 갈 테니까.

 

‘역시 초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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